가을하늘의 화두/정연복
파란 가을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다.
몸은 비록
지상에 매여 있어도
내 마음 내 영혼은
문득 한 점 구름이 된다.
삶은 흐르는 것
구름같이 흘러 흘러서 가는 것
가을하늘이 툭
벼락같이 던지는 화두다.
가을하늘
정연복
그냥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상쾌하다
뭔가 좋은 기운이
가슴속으로 들어와서
한 끼쯤 굶어도
배고프지 않을 것 같다.
왠지 어두웠던 마음이
점점 밝아진다
절망의 그늘이 걷히고
희망의 빛이 비친다
움츠려들었던 가슴이
차츰 활짝 펴진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일을 좀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하늘
정연복
가을하늘은
참 좋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도 좋고
흰 구름이 여기저기
떠다녀도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깊고 고요한 바다 같다
흰 구름이 많은 하늘은
폭신폭신한 이부자리 같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고
나도 문득 하늘이 된다.
가을 하늘
정연복
그냥 잠자코
무심히 있는 것 같아도
저 높은 곳 가을 하늘은
내려다보고 있네.
작은 기쁨 하나에도
춤추듯 설레고
작은 슬픔 하나에도
사르르 무너지는
내 작은 가슴
나의 흔들리는 생을.
그리고 가만가만
속삭여 주네
기쁨도 슬픔도 하늘의
구름같이 흐르는 것
행복이든 괴로움이든 모두
반가운 손님으로 맞으면
기쁠 때나 슬플 때에도
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정연복
티없이 맑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한숨 쉬지 말자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속상한 일 너무 많다고
눈물 보이지 말자.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의 시련과 괴로움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없는 것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아래 아래서
자꾸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가을하늘
정연복
오늘 하늘은
거대한 연파랑 도화지
솜사탕 모양의 구름들
함께 어우러져
그대로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이다.
푸른 하늘
따스한 햇살 아래
나무들의 가벼운 춤도
참 보기 좋다.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살이
깨알 같은 근심걱정 다 잊고
가슴 가득히 넓은
하늘 하나 펼쳐야겠다.
가을하늘
정연복
오늘은 하늘이
쪽빛 바다같이 맑으니까
온 땅에 밝은 기운 가득하고
또 평안한 느낌이다.
허공에 매달려
단풍 물들어가는 잎들도
조만간 낙엽 될 일
지레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의
기쁨과 행복을 즐길 뿐.
이 좋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나의 마음 나의 가슴도
푸른 하늘빛 된다.
가을 하늘
정연복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
끝없이 펼쳐진
그 순수의 도화지에
아무든지 오직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야 한다면
나는 무심코 누구의
얼굴을 그리게 될 것인가
그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내 마음은
또 어떤 느낌일까.
말없이 온 세상
굽어보고 있는 듯한
가을 하늘이
툭 던지는 화두(話頭).
'詩心에젖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여름/임동윤 (0) | 2024.08.25 |
---|---|
여름밤에 관한 시 모음 (0) | 2024.08.19 |
꽃 향기에 관한 시 모음 (0) | 2024.08.14 |
사람이 선물입니다-김민소 詩 (0) | 2024.07.29 |
세월(歲月) 시(詩) 모음 20篇 (0) | 2024.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