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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詩 모음

채운 (彩雲)신윤정 2023. 1. 29. 11:37

[고향에 관한 시모음 ]

 

고향   /고현영

 

고향땅에 들어서니

햇살도

구름도

바람도

그때 그 시절

옛 시절의 것이련가

살갑게, 정겹게

부둥켜 안고 반겨주니.

 

 

고향 길    /이풍호

재(嶺)를 넘어 십리길
내(川)를 건너 십리길
가다가다 쉬어가도
눈에 어리는
어머님 모습

향수가 눈물짓는
잊어버린
고향 길.

 

 

고 향   /유창섭

비정한 세월의 끝에
희망이라는 꼬리표하나 달아
그래도 기다려야 할꺼나
밤 지새는 날
아무도 말하지 않음과
멀리 모여 수근거림이
얼마나 큰 형벌인지
떠난 사람들 얼굴
줄지어
지난 모든 일
그렇게 의미 있을 줄 모르고 살아
새삼스럽게
겹겹이 춥게 느껴지는 하얀 밤

어디선가 먼 발걸음
개 짖는 소리
떠 오르는 곳
모두 버리고 떠나도
아무 말 없이
돌아오는 추운 사람
언제나 따스한 골짜기, 낮은 집 몇채
밤 새운 굴뚝 몇개
흰 연기 나즉히 퍼지는

 

 

내 고향 6월은  /박광호

 

청 보리밭에 꽃바람 불어

황금빛 물들이고

감자밭에 햇볕 내려

알알이 감자 영글며

마늘 장다리 멸치볶음

어머니 손맛 피어난다.

 

느티나무 우거져

단오절 그네놀이 그립고

흐르는 시냇물

뛰놀던 동산도

예나 다름없네

 

내 고향 6월은

짙은 녹향에

삶의 열정 피어나고

사랑의 웃음 피어나는

어머니 품속 같은 표상이다

 

 

고향생각    /민 영

 

여기서 북쪽으로 천리를 가면

검은 강물 한 줄기 소리 없이 흐르고

우뚝 우뚝 거친 산 솟아 있는 곳

그 산밑이 내 고향 마을이라네.

 

참솔 같던 젊은이들 총 맞아 죽고

꽃다운 홀어미들 지쳐 잠든 곳

불에 탄 집터마다 쑥대풀 서걱이고

도깨비불 밤이면 펄럭인다네.

 

잿더미에 흩어진 뼈 벌레 되어 우나니

예 살던 살붙이들 어디로 갔나?

내가 자라 길 떠난 뿌리의 고샅

이 세상 일 마치거든 돌아가려네.

 

 

고향에 가고 싶다   /나명욱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지금까지 서울을 떠나서는

한 번도 다른 곳에서는

살아본 기억이 없는

 

그래서인지 나는 늘

서울을 벗어난

초록 들판이 아른대고 갈매기 끼룩거리는

농촌이나 어촌을 꿈꾸어보고는 한다

 

아이들을 다 대학 보내고

자기들 갈 길을 찾아갔을 때쯤이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고향 같은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시냇물 흐르는 곳에서

어린 날을 생각하며 올챙이도 잡아보고

고추와 상추 고구마 감자 마늘 배추 무

작은 텃밭을 만들어 일구는

 

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그 날이지만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감흥이 새롭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죽어도 살아도 그 곳에서 살고 묻히는 곳

 

 

마음의 고향    /고명

 

무등에 노을이 내리면

중머리재 억새밭이 그대로 저녁바다가 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꽃들이

까치놀 파도를 일으키고

둥우리를 찾지 못한 물새들이

언뜻언뜻 억새바람 사이를 날으며

하룻밤 쉴 곳을 찾는다

쉬어가라 한 잠 푹 자고가라는 듯이

어둠을 다 품어 스스로 어둠의

집이 되는 바다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누구라 없이

제 낡은 무르팍을 내어주는 바다

그 어느 세월의 벼랑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았는가

쉬어가라 쉬어가라며

나도 한 마리 물새가 되어

석양빛 그 바다로 날아간다

 

 

고향의 목소리   /이원문

 

세월 따라 가버린 고향의 목소리

지워진 고향의 소리 다시 듣는다

가축과 함께 했던 우리의 그 시절

그 가축 누가 어떻게 불렀나

 

텃밭 채소 망치는 집 나간 나들이 닭

저녁 모이 주느라 달걀 꿈에 부르는 소리

할머니 모이 통 들고 고~고~고~고~ 불렀고

보이지 않는 문간의 개 월이 월이라 불렀다

 

논 밭 갈이 쟁기질에 소 모는 소리

어서 빨리 일 끝내고 집에 들어가자

이려 이려 높고 낮은 아버지의 목소리였고

안 보이는 송아지는 네어미 네어미로 불러 어미 품에 안겨 주었다

 

돼지는 무어라 어떻게 불렀을까

우리 안에 갇혔으니 그릇 소리를 들려 주었고

끈 매어놓은 염소는 제 울음 흉내로 불러 주었다

밤 손님의 고양이 방 안으로 들어오라 나비야 나비야

 

우마차 말마차 꾀 많은 말 모는 소리

고집에 아집 트집 잘못해도 잘한다

달래고 구스르며 오라 ~ 오라 ~ 하며 토닥였고

사람은 화가난 할머니가 누나를 언년이라 목이 터져라 불렀다

 

 

고향 방문   /정재영(小石)  
 
예 옛적
일 잔치 끊이지 않던
고향집의 몸체나

운동회날
시끄러운 호루라기 속에
어머니 계시던
텅 빈 구석의 운동장도

머리 쓰다듬어 주시며
전근 가시던 선생님의
간이역 화단의
코스모스 손길 따라서

먼 하늘로
모두 떠나셨나

모두가
기억처럼 작아진
소인국의 궁궐들.

 

 

고향의 여름 냇가   /노정혜

 

푸른 물결 일렁이는
그리운 고향의 냇가
물가에 수양버들
바람에 흔들리고

아이들의 물장구치는 모습
해가 뜨면 반짝이는 모래밭
물놀이 즐거워
추워지면 달 구워진 바위에
웅기 종기 모여
해지는 것도 잊었던 그때 그 시절
물놀이로 행복했던 고향 냇가

그립구나
고향의 물놀이
밤이면 옥수수에 감자
오손도손
정을 나누던 고향

모깃불 피워 밤을 새우던 고향
자고 나면 모기에 물린 자국
아픔도 그리움이 돼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때 그 모습
고향의 여름 냇과

 

 

고향    /김종삼

 

예수는 어떻게 살아갔으며

어떻게 죽었을까

죽을 때엔 뭐라고 하였을까

 

흘러가는 요단의 물결과

하늘나라가 그의 고향이었을까 철따라

옮아다니는 고운 소릴 내릴 줄 아는

새들이었을까

저물어가는 잔잔한 물결이었을까

 

 

고향 1   /김용화1

 

우리 동네

시집 온 이쁜 새댁들은

물을 긷다 풋살구 하나씩 몰래 따먹고

애기를 뱄다

처녀들은 달밤에

살구나무 밑에서 옷고름을 풀고

집을 나갔다

살구나무 올라가 가슴 죄며

한참을 찾아봐도 온통 푸르름뿐

그제야 얼굴을 내밀던

살구

살구 하나 따 먹고

늑대할배한테 코빠지게 혼났다

네놈들, 불알을 따먹을 테다

잠결에도 겁이 나

가랑이에 손을 넣고 있으면

나뭇잎 사이로 무수히 떠오르던 살구가

꼭 그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고 향 생 각   /박인혜

 

주룩주룩....

창밖의 빗소리,

 

그 소리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있어

 

소리소리

순간마다

고향생각 절로나니

 

고향아 !

내 앞에 와 있니?

 

창문 열면

내 가슴

저려만 오는구나....

 

 

고향 풍경   /명위식

 

아침 동산 위로 왈칵 토해 놓는

붉은 해

눈부시도록 쏟아지는 은빛 햇살

뜰 안에 발알갛게 피어나는 칸나꽃

노란 금잔화

알몸을 부끄러이 드러내고

주렁주렁 탐스런 감 열매

해맑은 이슬 머금고 번뜩일 때

밤나무 밑에선 아이들 재잘거리며

갈풀에 숨어 있는 알밤을 줍는다

 

병풍처럼 둘린 산허리

아스라이 뿌우연 안개구름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나풀거리고

들녘에 펼쳐진 풍요로운 황금들판

산 계곡을 넘나들며 노래하는

새들의 청량한 음성

서서히 단풍드는 갈잎들을 바라본다

 

산계곡에서 불어오는 청정한 바람

가슴을 씻는 허수아비

 

 

마음의 고향  /장진순

 

긴긴 날 홀로

머나먼 하늘 바라보며

눈물짓던 곳

-

꽃은 피고 지고

내 젊음도 져 가고

-

그래도 잊지 못할

마음의 고향

-

날 위해 기도해 주던

지금은 없는 그대 

그대가 보여준 순수한 사랑

내 평생 바쳐서 피우렵니다.

 

 

고향 생각    /윤덕명

 

붉게 물든 산자락 위의
저녁 노을을 보다가
꿈속에 그려보는 하늘
저 구름 아래 보이는 땅이
내 동심의 나라다

설대밭엔 굴뚝새 지저귀고
산발한 저녁 연기 자욱한
그리움의 고향
생각하면 할수록 손맛이 나는
어머니이 된장국 냄새가 난다

시래깃국을 맛깔나게 끓여 주시던 할머니
지금도 고향에서 날 반기며
청솔가리 불을 지피고 계실까

 

 

친정 가는 길   /김경숙
 
보물을 찾으러 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마음은 벌써 우슬재를 넘어
친정 집 대문을 들어서고 있다
눈앞에 전개되는 정겨운 오월의 풍경
어줍은 표현으로 감당하기 벅차다
 
오전 11시 휴대폰이 울린다
오메 어디쯤 오고 있냐 머나 먼 길 힘들 텐데 어버이날 안 오면
어쩐다고 일부러 시간 내서 온다냐 나야 딸들 오니께 좋기는
하다마는 어쩌든지 운전조심하고 천천히 오니라
 
오후 12시 30분 전화를 받으신다
어디냐 겁나 시장하것다 니그들 오면 같이 묵을라고
밥 안 묵고 기다리고 있다 읍내 장날 가서 좋아한 것 사다
국도 끓이고 낙지 초 무침하고 게장도 만들어 놓고 맛나게
점심 준비 해 놨응께 조심해서 오니라 오냐 오냐
뚜 뚜 뚜......
 
동네 어귀 노송 한 그루,
버팀목에 의지한 채 흔들리며 서 있다
고향 들녘 보리밭, 눈 안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