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에젖어

고향에 관한 시 모음

채운 (彩雲)신윤정 2025. 6. 10. 23:24

고향 2  /김경실

 

엎드리면
십 리쯤
고향땅이 보입니다

누우면 고향 하늘이
반 쯤 보입니다

눈 감으면 고향의 얼굴들이
다 보입니다

 

 

고향의 가을      /靑心 장광규

 

가을에는 가을 냄새가 납니다

앞마당 돌담 옆 감나무 냄새

밭두렁엔 노랗게 익은 호박 냄새

앞산 소나무의 낙엽 향기

들판에 여물어가는 들풀 냄새

뒷산 바위틈엔 송이버섯 향기

 

가을에는 가을 웃음이 보입니다

코스모스의 산뜻한 웃음

들국화의 하얀 웃음

해바라기의 넉넉한 웃음

허수아비의 든든한 웃음

높은 하늘의 파란 웃음

산들바람의 맑은 웃음이

 

밤송이도 갈색 미소를 보냅니다

벼 이삭은 고개 숙이며 인사합니다

나뭇잎이 아름답게 물들어갑니다

냇물이 졸졸 흐릅니다

산새들이 노래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고향의 하늘       /이원문

 

날마다 올려본 머리 위의 하늘이었는데

바라보면 볼수록 더 멀어져 가늘고

가늘어도 끝 찾으면 옛날만 가물댄다

 

실 가닥에 매달려 아른대는 그날들

잃어도 잊어도 안 떨어지는 것이 그날들인가

어느 것 하나 안 스치는 것 없고 철 따라 피는 꽃까지

아련한 그림으로 마음 가득 메워져간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아물지 않은 상처는 어떻고

철새 또한 찾아와 그 곳에서 울고 날으니

안 닫히는 마음 괴롭기도 하고 그 상처에 머물러 하늘 다시 올려본다

 

 

고향         /一向 조한직

 

떠나 있어도 고향 땅

못 잊어 그리워

언덕배기 골목길 놀던 친구 아지랑이

언제나 마음에 피는 무지개

 

고향은 어머니 품속

그리워 가면 언제나 반겨 워

그리운 친구들 어디에

그리며 서로 다른 삶, 길가고 있겠지

 

하늘 가신 아버지

어머니 홀로

고향 떠나 꼬까신 신고 시집온 길

거기 내 고향

 

홀로 밭갈이하시며

감자 고구마 잡초 벗 삼아

임 생각 자식 생각 가여니 끝이 없어라.

 

 

고향 예찬       /이재환

 

무더운 오후

나무도 지치고

곡식은 타들어 가고

매미도 짜증 나나보다

 

고향이 보이는

호수길 전망대에 서서

저 멀리 고요한

횡성댐을 바라본다

 

하늘에 뭉게구름은

자유롭게 떠다니고

산새들도 노래하며

훨훨 잘도 노네

 

답답한 가슴은

청명한 하늘과

푸른 산 푸른 물로

확 뚫어 준다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고향산천은

변함없이 정감으로

나를 반겨주네!

 

 

고향의 뻐꾹새        /이원문

 

앞산 자락 보리밭 위

너의 울음을 어찌 잊을까

이쪽에서 울면 이쪽 바라보고

저쪽에서 울면 저쪽 바라보던 날

네 울음에 섞이는  그리움 아직 그대로

서러움도 그 한 몫 너의 울음에 실렸다

 

나는 배웠다 너의 울음에서 인생을 배웠다

그리움이 운명일까 아니면 서러움일까

너의 울음이 멀면 그리움도 멀어졌고

가까이 들리면 그 서러움도 가까웠다

나만이 아는 길인가 너의 울음에 섞인 운명의 길을

나 다시 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고향 산천 변해가니 나도 야 늙어가네.      /자수정

구름 쌓인 첩첩 산중
높은 곳에 자리한 천년 세월 자란 소나무
풀숲의 경치 황폐 하니 푸른 빛 사라지고
사시사철 오고 가는 발길에 몸살을 앓는구나

유년의 고향으로 돌아와
옛 시절 더듬어 이 산천 저 산천 돌아봐도
산 좋고 물 좋은 옛 터전 어디에도 없어라

높은 산은 낮아지고
굽은 길은 평지가 되고
처용 앞 바다에 길고 긴 교각이 이어지고
고향 떠난 삼십년 세월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삼십년 세월이 흐른 뒤에
고향 산 고향 땅을 찾아보니
유년의 흔적은 아버지 잠드신 바다 뿐
고향 산천 변해가니 나도 야 늙어가네.

 

 

고향        /허천 주응규

 

몸은 떠나 있지만

마음 안에 품고 사는 곳

지친 마음 눕힐 수 있는

고향 산천아, 잘 있느냐

 

손 내밀면 잡힐 듯

내 어릴 적 나를 품어

안아 키워준 내 고향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스칠 때 그리운 이름들 불러본다 

 

병풍처럼 둘러싸여 휘감은 산

옹기종기 자리 잡은 터

보듬으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순수한 인간미 철철 넘치는 곳

 

내 어릴 적 동무들과

뛰놀던 산과 들, 강으로 누비던

정들지 아니한 곳 없는 산천 

 

동구 밖 들어서면

인심 좋은 고향 분들이

가족 같이 반겨주며

집 마당에 들어서면 

맨발로 뛰쳐나와 반겨 주실

어머니 혼이 머무시는 곳

 

그립고 정겨운 내 고향 성산리

귀 기울이면 그리운 그 시절

그 얼굴들 어서 오라

정겹게 손짓하는 곳 

 

생각만으로 행복하고

아늑한 마음의 쉼터

마음 안에 늘 품고 사는

그리운 내 고향.

 

 

고향의 흔적       /박정재

 

그 시절의 추억을 좇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한 잎 두 잎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사라져 간

기억을 되살려는 노객의

애처러운 노력이 안타깝구나

 

마을의 좁은 돌담길에서

잡초 무성한 무논의 논두럭에서

길게 뻗은 저수지의 뚝방길에서

눈여겨 흔적을 찾아보지만

그 엣날의 흔적은

가물가물 보이지 않고

낯선 것들만이

어설푼 환영을 하는구나

 

 

고향      /최영희

 

빗장 푼

싸리대문

어머니 마음이네

객지 나간 자식들

기다리는,

 

헛간

낡은 지게

휘어진 내 아버지

뼛골로 걸려 있고

뒤뜰

토담 밑

투박한 오지 항아리

무명치마 질끈 동인

어머님이 계시네

 

댓돌 위

가지런히 놓인

검정 고무신

어머니, 아버지 외로움이네

 

거기, 고향은

언제나 이끼 푸른

내 그리움이네.

 

 

고향냄새 그리워     /은석 김영제

 

여행은

자가승용차가 아닌

기차로 해야

가는 것 같고

운치가 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사이로

스치는 산과 들

오감이 느끼지 못하는

또한개의 감각이 피어나

나를 흥분시키니

빨리 달려가고 싶다.

 

싼 값에

이곳저곳 다 보며

오래 가는

재미도 있고

한 곳을 지날때마다

식탐을 유혹하는

그들만의 냄새

푸른 산이 부르고

푸른 들이 부른다

난 통키타 튕기면서

노래하며 가리라.

 

같은

부침개라 해도

고향서 재배하고 가공한

녹두로 만든

부침개는

그 어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라

어머니가 직접

불앞에 서서

부처주시는

그 냄새 생각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고향         /최제형(源谷)

- 고향 언덕에서

 

흰 구름 떠도는

상엿집 마루

 

구절초 향기 짙은

가을 뚝방 길

 

꿈조차 모르던 날

석양 향해 가면

수수 이삭 사이로 바람은 흩어지고

산 그림자 길게 드리던

외진 비탈 밭

 

눈처럼 하얀 솜뭉치 따며

빙그레 미소 짓던 님

 

아직도 손짓하는 듯 해

몇 번이고 되돌아본다

 

 

고향      /강신갑

 

그리운 세상에 돌아와

하늘보고 바람 쐬며

여기저기 거닐다가

까만 밤

벗들과 이야기 꽃 피웠다.

 

고향의 새벽이

맑은 정신과

샘솟는 용기로 다가오고

떠나간 어둠은

누리를 하얗게 바꿔놓았다.

 

쌓인 눈 위 자국 남기며

출발하는 발길엔

눈부신 설렘 묻어나고

아버지처럼 흘러가는 시냇물

어머니 같은 산과 들이 배웅하고 있다.

 

 

내가 살던 고향      /장인성

 

내 고향 뒷동산은 마음에 고향 버려진 무덤가에 할미꽃 피고

삼 년 고개 뒹굴었던 금잔디 동산 넓은 들녘 가느른 신작로 길 따라

두물머리 흘러 모여 뇌 누리 치는 곳 그 고향 떠나온지 이미 오래고

아련한 옛 추억이 생각이 나면 소꿉친구 옛 사랑이 그리워져요.

 

내 고향 뒷동산은 꿈속에 고향 쓰러진 무덤가에 미끄럼 타고

등 말 타고 재주넘던 금잔디 동산 하늘 보고 길게 누워 휘파람 불며

워낭소리 매여놓고 풀 뜯기며 놀던 곳 그 고향 떠나온지 이미 오래고

은하수별을 세던 생각이 나면 서툴었던 첫 사랑도 그리워져요.

 

앞 개울 이슬 고운 맑은 물소리 박꽃같이 시린 새 하얀 달밤

약속은 없었지만 기약도 없는 지금도 그 자리를 비춰주겠지

동네 앞 큰 소나무 그네 타고 놀던 곳 그 고향 떠나온지 이미 오래고

언제나 하얀 미소 심성도 착한 이웃집 큰 누이는 소식도 몰라요.

 

내 고향 뒷동산은 희망의 고향 쓰러진 무덤가에 흰 눈 쌓이면

새 덮치기 고여놓고 망보던 동산 앞 개울 논둑 밭둑 쥐불도 놓고

얼은 손 호호 불며 썰매 타고 놀던 곳 그 고향 떠나온지 이미 오래고

부엉이 울던 달밤 생각이 나면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