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국민 가곡이 된 ‘보리밭’의 첫 소절이다. 박화목(朴和穆, 1924~2005)이
고향 황해도 보리밭을 떠올리며 ‘옛 생각’이라는 시를 썼다.
윤용하(尹龍河, 1922~1965)는 이 시에 곡을 붙여서 곡의 이름을 ‘보리밭’이라 하였다.
‘보리밭’이 만들어진 시기는 가난하고 못 먹던 보릿고개 시절이었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란 온 박화목은 종군기자로,
작곡가 윤용하는 해군 음악대원으로 활동하던 때다.
피란 시절 두 친구는 정서가 듬뿍 담긴 서정 가곡을 만들기로 하였다.
박화목이 고향 보리밭을 그리며 쓴 ‘옛 생각’에 윤용하가 곡을 붙였다.
윤용하가 오선지에 ‘보리밭’이라고 고쳐 쓴 것을 박화목이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아스라이 잊혀가는 어린 시절,
산등성이 길 넘어 드넓게 펼쳐진 보리밭은 고향에 두고 온 그리움이다.
곡도 전반부는 낮은 음역이나 중반부에 갑자기 높은 음역이 되지만
부르기에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가락도 무난하여 합창곡으로 편곡되기도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3년 이 곡이 처음 연주되었다.
당시 반응을 별로 못 얻다가 1974년에야 대중에게 알려지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가곡 보리밭은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엄정행이 불렀고,
작곡가 김강섭(1932~2022) 선생이 가요로 재구성하여 대중가수 문정선이 불러 널리 애창되었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보리밭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30여 년 전 조수미가 스물여덟일 때다.
음반 회사에서 조수미의 음반을 만들자는 제의가 있었다.
조수미는 그 레코드에 ‘보리밭’을 넣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 듣는 ‘보리밭’을 넣어 세계적인 레코드에 달라는 제의에 당황했지만 이를 수락했다.
하나 더, 레코드 재킷에 제목을 한글로 써 주라고 맞섰다.
그래서 조수미의 첫 번째 레코드에 한글 ‘보리밭’이 찍히게 되었다.
조국에 대한 열정과 당당한 자부심으로 이룬 결실이다.
박화목은 ‘보리밭’의 가사로 쓰인 시 ‘옛 생각’과 동요 ‘과수원 길’(작곡 김공선)을 썼고,
윤용하는 ‘보리밭’과 함께 ‘나뭇잎 배’(작사 박홍근), ‘광복절 노래’(작사 정인보)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정사업본부는 1987년 음악시리즈 중 하나로 보리밭의 악보를 담은 우표를 발행하였고,
2022년에는 작곡가 윤용하, 올해는 시인 박화목의 탄생 100주년을 우표를 발행하였다.
이로써 ‘보리밭’은 곡과 함께 작사와 작곡가의 우표가 함께 발행된 우리나라 유일의 우표가 되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출처: 인터넷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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