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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버지의 밥그릇-안효희 詩

 

아버지의 밥그릇 / 안효희 詩

언 발, 이불속으로 밀어놓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 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
내 인생에 문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 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닌 문제였다고

얘기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인생길에 꼭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러려니 하시고

오늘도 힘차게 출발하시고

멋진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