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 - 대나무 (竹) 편
출처:운곡 강장원홈피
대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황전노인(黃筌老人)이 처음으로 테법(구륵법?鉤勒法)을 써서 그렸고, 소동파(蘇東坡), 문여가(文與可)가 먹으로만 대를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또 이부인(李夫人)은 창에 비친 대나무의 그림자를 보고 흥취를 느껴 그것을 그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묵죽(墨竹)은 언제부터 그렸는가. 이것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있으나 유적(遺蹟)이 없기 때문에 언제부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역사적 기록(歷史的 記錄)에 의하면 고려시대(高麗時代)의 묵죽(墨竹)을 잘 그린 사인(士人)으로 정서(정과정:爪亭), 정흥진(丁鴻進), 이인로(李人老), 안치민(安置民), 석풍(釋豊), 석행(釋行)등이 있다. 특히 김부식(金富軾)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저술(著述)하고 묵죽(墨竹)을 잘 그렸다. 이렇듯 선비들이 묵죽(墨竹)을 즐겨 그리는 이유는 그 화법(畵法)이 글씨를 쓰는 것과 같아 줄기는 전서(篆書)같이 하고 마디는 예서(隸書)같이, 가지는 초서(草書)같이 하며, 잎은 날카로운 해서(楷書)같이 그려야 한다는 법식(法式)이 있기 때문이다. 선비들이 묵죽(墨竹)을 그리는데는 이 네법을 중히 여겼다. 또한 대 그림을 그리려면 선인(先人)들의 선비정신을 배워서 또한 대 그림을 그리려면 선인(先人)들의 선비정신을 배워서 법식(法式)을 철저히 익혀 법식(法式)안에서 자유자재(自由自在)한 붓법(필법?筆法)을 구사(構寫)해야 할 것이다.
묵죽(墨竹)을 그리는데는 먼저 구도를 잡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줄기와 마디, 가지, 잎의 네 가지를 그림에 있어서 법식을 무시하고 그릴 경우에는 공연히 힘만 들뿐, 결국 실패하고 만다. 먹을 쓰는 데는 진하게 해야 할 경우와 엷게 해야 할 데가 있다. 또 역으로 해야 할 경우가 있고 멀리 가고 가까이 와야 할 데가 있으며 가볍게 혹은 무겁게 해야 할 데가 있다. 거칠 게 혹은 자세하게 해서 싱싱한 것과 시들은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지는 마디로부터 나와야 하고 잎은 흔들리고 혹은 바람에 나부끼며 혹은 빗물에 젖어 늘어지되 한 붓 한 획이 생생한 기운이 있어 상하좌우 사면이 정취를 얻을 때 비로소 훌륭한 죽(竹)이 된다.
「붓은 신조(神造)가 있는 듯하고 묘한 운치는 자연과 합치해서 법식 속에서 종횡으로 달리고 세속밖에 노닐어, 뜻 내키는 대로 붓을 움직이건만 법을 벗어나지 않는」것이 작품으로서 완전한 것이니, 대를 그리는 법을 배우는 이는 속악(俗惡)에 떨어지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마땅히 힘써야 할 것이다.
붓은 털이 순수한 것을 쓰고 붓 끝이 갈라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대를 그리려면 먼저 뜻이 있어야 하고 뜻을 따라 붓을 대야 한다. 온갖 잎이나 가지를 짜임새를 지니도록 하며 잎을 分자나 介자 같은 모양으로 그리면서 그 자체를 파괴해가야 한다. 성긴 곳과 빽빽한 곳이 적당히 어우러져야 하고 한번 그린 곳을 나중에 가필(加筆)하여 호도(糊塗)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잎이 성긴 곳에는 반드시 가지를 그려 넣어서 부족한 곳을 채우면 된다. 풍죽(風竹)의 형세는 줄기가 정연하여 바람에 굴하지 않고, 우죽(雨竹)이 가로 엎드린 모양은 놀란 까마귀가 숲으로부터 날아가는 것처럼 그린다. 청죽(晴竹)의 체(體)는 잎을 그리는 경우 人자를 배열한 것처럼 그리고, 노죽(露竹)은 우죽(雨竹)과 청죽(晴竹)사이의 분위기로 그린다. 설죽(雪竹)을 그리는 데는 눈쌓인 가지는 밑으로 드리우게 그리고, 눈을 그리는 것은 그리지 않음으로써 그리는 것이니 호분을 사용해서 그리는 것은 격이 떨어져 천하게 되므로 호분을 사용하지 말 것이며 유지(油紙)를 눈으로 남길 부분 위에 찢어 화지 위에 얹어놓고 그리는 가림칠(조염)법을 써서 그리면 효과가 좋다.
묵죽편(墨竹篇)의 모든 법식(法式)은 물론 지켜야 할 것과 주의해야 할 모든 것을 마음속에 새겨 암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몽땅 붓이 쌓여 무더기가 이루어질 만큼 그려야 비로소 대를 그린다 할 것이니 각 법식(法式)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꾸준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줄기 그리기
대나무는 거의가 세운붓(직필)으로 그리지만 옆붓(측필?側筆)으로 그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굵은 대를 그릴 때는 옆붓으로 그려야 하는 데 아주 큰 줄기를 그릴 때 둥근붓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만 넓적붓(평필?平筆)을 사용하여 세운붓(직필)으로 그린다.
뿌리와 나무끝 부분에서는 마디 사이가 짧아야 하고 가운데로 갈수록 길게 그려야 한다. 한 줄기마다 먹빛이 고르고 붓놀림은 곧으며 좌우 양변(兩邊)은 둥근 맛이 나야 한다. 우선 붓을 물에 잘 씻고, 습포(濕布)에 문질러 물기를 조정한 다음 엷은 먹(淡墨)을 많이 찍는다. 접시 가장자리에 서너 번 훑어 낸 다음 중먹(重墨)을 먹이고, 그 끝에 다시 짙은먹(濃墨)을 찍는다. 이렇게 조묵(調墨)이 되어야 줄기를 그려 놓으면 둥근 맛이 난다.
화선지가 길 경우는 오른 팔이 끝까지 닿을 수 있도록 비스듬히 놓아도 된다. 아주 길 때는 옆으로 그린다. 줄기를 그리고 나면 위치를 바르게 고쳐 마디와 가지를 그린다.
한번 붓에 찍은 먹물로서 한 그루의 줄기 전부를 그려야 한다. 필의(筆意)가 아래에서 위까지 일관되어야 하며, 도중에서 머뭇거리거나 이어지면 안된다. 줄기의 중간이 혹처럼 되는 것은 이미 실패한 것이며 한쪽이 심하게 긁혀서 죽은 것같이 되는 것도 좋지 않다. 몇 그루의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앞에 있는 것은 짙은먹(濃墨)으로, 뒤에 있는대는 엷은먹(淡墨)으로 그림으로써 먹색(墨色)에 변화를 주어 화면(畵面)에 깊이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마디 사이에서 너무 굴절하여 학다리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여러개의 줄기가 같은 간격으로 늘어서는 것도 좋지 않다. 세 개의 줄기가 한 곳에서 교차하는 것도 이미 실패한 것이다. 이상의 것은 유의할 점으로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줄기가 끝나면 마디를 짙은먹(濃墨)으로 뚜렷이 그린다. 마디를 그리는 방법에는 상구식(上鉤式)과 하구식(下鉤式)이 있으며 乙자, 一자, 八자, 心자와 닮은 것이 있으며 잠자리의 눈(청정안형)등이 있다.
올려다 보이는 대나무의 마디는 하구식(下鉤式), 내려다 보이는 마디는 상구식(上鉤式)을 쓴다. 마디를 그리되 너무 굽어서 뼈마디 같이 되거나 마디 사이가 너무 떨어져 연결되지 않으면 긴장감이 없어지고 산만해져서 실패하게 된다.
마디 그리기
마디 그리기는 눈높이에 따라 그리는 양상이 달라지게된다.
일반적으로 수평위치에 있는 마디를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에서도 수평의 눈높이에서 그리는 것을 기술한다.
줄기를 그리고 먹물이 마르기 전에 짙은 먹을 붓끝에 찍어 마디를 그린다.
마디는 눈높이에 맞게 아래부분은 내려다 보듯이 그리고 중간 마디는 눈높이가 같으므로 일자 모양으로, 윗부분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둣이 위가 둥글게 그린다.
*잔가지 그리기
붓질(運筆)은 신속하게 해서 머뭇거리거나 쉬어 그리면 안된다. 늙은 가지는 정연하여 굳세게 뻗고 마디는 크고 여위어 있어야 하며 어린가지는 마디가 작고 살찌고 미끈해야 한다.
잎이 많은 가지는 굽어야 하고 잎이 적은 것은 위로 고개를 치켜들게마련이다. 이밖에 바람에 나부끼는 가지, 비에 젖은 가지 같은 것을 종류에 따라 공부해가야 한다. 경우에 따라 화법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하며 한가지 법에만 치우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세상에서는 왕왕 둥근 붓으로 그릴 수 있는 굵기의 대를 작은 평필로 그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그리면 붓질(運筆)의 맛이 없고 품격(品格)이 없어지게 되니 가소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흉내를 내서는 안된다.
대나무의 가지는 원칙적으로 마디의 약간 위에서 큰 가지가 나오며 이 가지의 마디에서 두 개의 잔가지가 나온다.
가지에는 각기 명칭이 있다.
잔가지를 그리는 데는 녹각(鹿角)처럼 그리는 사슴뿔가지(녹각지?鹿角枝)법, 물고기의 뼈처럼 그리는 법 (어골지:魚骨枝), 까치발톱처럼 그리는 법(작조지:鵲爪枝)등이 있다.
가지 그리기
큰가지를 그리고, 가지의 마디에서 작은 잔가지를 붙여 간다. 붓끝 모양을 못머리 모양처럼 둥글게 하고 가지 끝에서도 붓을 빨리 빼지 말고 멈추듯이 뗀다. 대나무 가지는 참새의 발, 물고기의 뼈, 사슴의 뿔모양이 되게 그려서는 안된다. (예제1~3)
참새의 발모양(X) | |
물고기 뼈모양(X) | |
사슴의 뿔모양 (X) |
*댓잎그리기
대나무 잎을 그리는데는 먹물을 짙은먹, 중먹, 엷은먹을 쓰는데 붓글씨를 쓰듯 중북으로 그린다. 짙은먹으로 가까운 잎을 먼저 그리고 멀리 있는 잎은 중먹과 엷은먹으로 그려서 원근감을 나타낸다.
붓질은 굳세고 날카롭게 한다. 조금이라도 붓이 지체될 때에는 잎이 둔하고 두터워져서 뾰족하고 날카롭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를 그리는 데 있어서 잎그리는 법이 가장 어렵다.
그러므로 이 한가지에 대한 공부가 결여될 때에는 묵죽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나무의 잎은
가. 한잎 단독으로 다른 잎과 떨어져서 달려있기를 싫어한다.
나. 두 잎은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나란히 달려있기를 싫어한다.
다. 세 잎은 차자(叉字)같은 형태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
라. 네 잎은 정자(井字)같은 모양이 되기를 싫어 한다.
마. 다섯 잎은 손가락을 쫙 핀 것 같은 모양이나 잠자리 같은 모양이 되기를 싫어한다.
이슬에 젖고 비를 맞으며 바람에 뒤척이고 눈에 눌린 것도, 다시 그 잎이 뒤집히든가 정면을 향하고 있든가, 아래로 드리워 있는가 위로 치올라 있는가에 따라 각기 모습이 다르다. 일률적으로 아무렇게나 그려서 검게 물들인 비단처럼 만들어서는 안된다.
一筆片羽(일필편우) 아래로 향한 잎으로 깃털과 같다.
二筆燕尾(이필연미) 二筆로 그리는 제비 꼬리 같이 생긴 잎.
四筆驚鴉(사필경아) 놀라서 날아오르는 까마귀 비슷한 잎.
오랜 잎과 어린 잎이 구별되어야 하고 음(蔭)과 양(陽)이 뒤섞이는 것이 좋다. 음뿐이던가 양뿐이어서는 좋지 않다. 잎을 그리려면 먼저 잎이 달릴 가지를 그리고, 잎은 반드시 가지를 뒤덮도록 해야한다. 잎 위에 다시 잎을 덧붙여 그리는 것이어서 그 형세는 새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춤추듯 해야 한다.
한 개의 잎을 고엽(孤葉), 두 잎을 병엽, 세잎을 찬엽이라고 하고 다섯잎을 취엽이라고 한다.
봄철의 잎은 위로 향하고 여름철의 무성한 잎은 아래로 향한다. 가을과 겨울의 잎은 서리나 눈 속에서도 오연한 기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늘이 개었을 때는 잎과 가지가 아래로 향하고, 비가 내릴 때는 가지와 잎이 드리워 진다. 바람에 나부끼는 잎은 一자를 늘어놓은 것과 같이 그려서는 안되고 비가 내릴 때는 人자를 늘어놓은 것처럼 그려서는 안된다.
무성한 가지의 잎을 그릴 때는 잎과 잎이 나란히 포개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또한 같은 모양의 잎이 나란히 달린 것을 꺼린다.
잎을 장대잎처럼 뽀쪽하게 그리지 말며 가느다란 잎은 버들잎처럼 그리지 말며 버들잎처럼 그린다면 실패한 것이다.
세 개의 잎을 그릴 때 川자 같은 모습이 되어도 안되며 다섯 개의 잎을 손모양으로 그려서도 안된다.
잎은 1筆~3筆의 것도 있고 分字처럼 생긴 것을 포개기도 하고 分字같은 것을 겹쳐서 그리기도 하는데 대의 잎을 자세히 관찰해서 이 모든 법(法)을 적당한 곳에 적절히 그려 넣도록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잎 사이에 옆을 향한 잎을 섞는데 세필(細筆)로 그려 넣어서 늘어서 있는 잎의 형태는 깨어지고 끊긴 곳이 연속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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