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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행사

가을에 관한 시 모음

[가을에 관한 시모음 ]


가을 길  /허천 주응규


을씨년스레 부는 한 줄기 갈바람에
우수수 낙여비 떨어진다 


초초한 이별이 아쉬워
구석구석에서  
숨어 터트리는 울음소리


귓전에 스치는 가을 속 걷노라면
울컥 슬픔 겨워 나도 모르게
눈시울 촉촉이 젖어 흐르는
쓸쓸하고 외로운 가을 길.




가을놀이    /김정남


칸나꽃을 닮은
붉은 노을을 이끌고
가을속으로 들어가보니
온통 세상은
붓잡은 화가가 된다


꾸깃꾸깃 마음으로 접어논
옛세월의 종잇장 위에
내마음의 노오란 은행잎
당신닮은 빠알간 단풍잎
모두 꺼내어
펼쳐놓고 들여다 보니


나는
가을의 한날을
찬란하게 즐기는
행복꾼이 된다




가을 눈물에 젖는   /김지향

튕겨나간 하늘이
군데군데 얼룩이 졌다
파삭한 가을 얼굴이
골목골목 포개 앉아 있다
나뭇잎이 떨어뜨린 눈물에
가을이 젖는다

하늘에 잎을 달아주며
하늘과 도킹하던 나무들
이젠 드러낸 알몸이 부끄러운지
어깻죽지를 움츠리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 살이 덜 찬 열매를 따서
길가 좌판 위에 널어놓고 있다
짐수레마다 얼굴 붉히고 있는 열매들이
빤질빤질 눈물에 씻긴다
다 내어주고 몸 비운 가을이
뜨거웠던 시간들을 접어놓으며
영혼의 집으로 떠날 신발 끈을
조여 매는 중이다

나뭇잎을 신고 떠난 ‘시간’은
가서 돌아오지 않지만
눈물에 씻겨 살아난 가을은
내일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





가을꽃    /이원문


옛 초가울뒤 가을꽃은
흔히 부른 이름인데
언덕 배기 냇둑꽃은
들국화 밖에 모른다


여기저기 노란 들국화
그 향기 그윽하여
쓸어 안던 들국화
다른 꽃도 많으렴만


그 꽃 이름 가물대고
모양새에 붙인 이름
어찌 그 꽃을 잊을까
관심 없이 지나친


어릴 적 고향의 꽃
눈물도 기쁨도
함께 했던 고향 들꽃
이 가을 그 꽃에 꿈을 묻는다




가을의 전령사 / 一向 조한직


가을로 가는 길
깊은데
아직 남은
여름의 언저리 따갑다


코스모스
가을 짙기도 전 짙을세라
손 흔들며 임 마중하네


가녀려서 흔들리는 몸짓
애처롭지만
그 꽃눈이 고와라


가을이 가기까지
그 눈빛
이 가슴에 품으리.




가을이 떠날 때까지  /김수용


움츠렸던 가슴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고
만추를 느껴 봅니다


화사했던 단풍마저
초라한 낙엽이 되어
거리를 떠도는
쓸쓸한 모습을 보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미움을 내려놓고
고집도 내려놓았습니다


낙엽에 머물러 있는
그리운 얼굴은
그저 잠시
잊으려고 합니다


가을이 떠날 때까지




이 가을이 다 가는 날에   /김해인  


이 가을이 다 가는 날
온 산을 붉게 물들이다 찬비에 떨어져 가는 단풍앞에서
서리까마귀 우짖는 비인 들판에 서 서
까닭없는 설움에 목 놓아 울어보고 싶은

바람따라 왔다가 구름따라 가는 길 에
이름모를 산모퉁이 양지바른 잔디위에
속 된 만 가지 근심걱정 놓아 주고
그만 오고 가는 세상 인연일랑 묻지말아 주었으면

꽃 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새 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 라고
읇조리던 북녘 어느 시인과 주막에 마주앉아
내리는 가을비 한 사발 들이켜가며 제 설움에 겨워 보았으면

늦은 달 이 구름사이로 뜨고
통기타 들고 오는 이 있다면 젓대소리 어설피 늘여가며
구지 무슨 가락인가 물을것도 없이
오늘 시월 열아흐레 이 밤을 고이 새워 보련마는





가을의 문턱에 서서    /권오열


까맣게 익어가는 밤
부슬부슬 내리는 비소리
과일위에도
아기의 가냘픈 손가락처럼
어루만져줍니다


가슴에 뿌린 망울
너를 향한 그리움의 전부다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온통 마음을 휘감고
어쩌다 웃고도 싶어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도는 마음 어쩔 수 없었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밤은 오래 전에 너의 심장박동
소리를 느끼며 설레고
하얗게 부서져
내 눈에 쓰러지는 눈빛처럼
서서히 사라진다




가을안에 산다    /운봉 한인수
 

만물이 살아있는
가을의 대지 위에
흥미로운 오색이 일렁대며
천지를 가늠하게 하고
사랑을 속삭이는구나


천지가 개벽된들
오색 물결은 출렁대고
가을의 풍미를 자아낸다.


흐르는 물방울들은
산산이 흩트려져
땀방울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흥미를
힘들게 느끼게 했다.


이제는 한 세상
오색이 출렁대는 곳
산야에 담그고
가을 안에 덤이 되어 살리라.




만추의 아침   /정찬열


구름 한 점 없는
창밖에 동공 속 하늘
금빛 비행기가 소리 없이 떠가며
동녘에 뜨는 햇빛을 반사한다.


찬 바람이 싫어진 새벽.
으스스 살 쐐기가 일어난다.
전해지는 차가운 한기가
온몸으로 퍼진다. 전율하며…!


지금쯤
황금벌판 들녘은
부지런한 농부들의 가을 추수로
사료 단만 널브러진 들판에 쌓여 간다.


추억 속에
황톳길 가에는
빙설이 된 콩나물 솟아오른 곳
발자국 뽀드득 남기고 지나간다.


길가엔
노랗게 물들어진 은행잎
한여름 녹음을 채색한 활엽수들
외로운 낙엽으로 한잎 두잎 뿌리고


굳게 닫힌
창문 밖에 지금.
나뭇잎 떨어진 쓸쓸한 새벽녘
국화꽃 향기 뿌려 깊어진 가을에
아침 찬 서리 외로워서 까치가 울고있다.




가을 연가(그리움)   /은파 오애숙


온누리 황금물결 넘노는
갈 들판 사이 만산의 풍광


가슴에 홍엽의 아름다움
휘날리는 가을 날의 환희
앞마당에 홍빛 너울 쓰고
행복 뿌려주던 감나무와
해 쫓던 해바라기 그 미소


어느날 주관 세운 당당함
어느덧 깊어가는 늦가을
마지막 까치밥 내어 주던
풍요의 너울 사윈 맘속에
살며시 웃음짓고 있기에


그 이름 가슴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아 가을이여




능구렁이 가을   /김재덕


스치는 가을 바람결에
인생살이와 들판의 향기가 나고
자연의 예쁜 소리와 빛깔이 보인다


구수하고 달콤한 살랑거림도 모자라
단풍, 낙엽이 쿡쿡 찔러대지만
살아내야만 했던 인고의 生일진대


죽어라, 죽으라는 듯이
울고 웃는 것도 주어진 인생이라며
그 또한 감사히 여기라는데
그리 살아야 하는 처절함 있었으리라


만약, 삶을 그리다 만
여백의 종이가 휑하게 날아갔다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들
고달픔 속의 행복은 느낄 수 없겠지


좋다, 싫다 하며 살아온 삶이지만
진정 내 가슴에 무엇이 자리 잡았는지
능구렁이 가을은 쉽게 답을 못한다.




가을 노래    /(宵火)고은영


청춘이 뒤집힐 거리는
이제 나에게 없다네
가야 할 곳이 없으므로
이제는 돌아올 필요도 없다네


민망한 사랑이여
이 가을의 맥박 위에서
무의미한 나는 아직
계절의 눈물보다 더 아픈 눈물을
보지 못했다네


메마른 바람이 전신을 휩쓸고
이미 우수수 낙엽처럼 낙하한
청춘의 앙상한 가지
바람에 휩쓸리는
수취인 불명의 편지들이
저 어느 잊힌 시공에서
풍문도 없이 반송되고 있다네


고통에도 색깔이 다양하다네
거창한 수식어가 없이도
충분히 고독한 삶의 대가들은
올해도 축축한 의식에서
가을로 일어서고


때론 상처로 내몰리는 일조차
자조적일 수밖에 없는
지독한 외로움의 모반으로
결국 홀로 서는 일


그토록 절실한 외로움의 사열 속에도
나의 노래는 오로지 세상을 향한
사랑을 외쳐야만 한다네




가을   /염경희


올가을엔 느껴본다
눈으로 안아주고
마음으로 보듬는 가을이다


가을이 손을 내밀면
그 손 덥석 잡고 노래를 불렀지
햇살 그득한 한낮에
세상만사 부러울 게 없는 시간이다


핸드폰에서 울려 퍼지는 가을 노래에
바스락거리며 가을은 익어가고
나도 익어간다


출렁이는 황금 물결은
제 몫을 다한 듯
주인장의 기계가 움직이는 대로
몸은 몸대로 거름으로 남겨지고
나락은 나락대로 커다란 주머니에 채워진다
아마도 풍년인가보다


심술쟁이 뭉게구름은 멈칫거리며
숨겨 두었던 햇살을
웃음 짓게 하는 어느 가을날
환한 미소 담아 가을 노래 불러본다.




나는 가을 들판에 허수아비처럼  /정세일


가을이 오면 허수아비처럼 나는 가을 들판에 서있습니다
다 떨어진 밀짚모자사이로 가을햇살은 눈이 부시고
나무다리는 외나무 다리여서 앞으로 넘어질 듯
그렇게 가을 들판에 허수아비로 외롭게
서있습니다.


벼들이 익어 가는 그 들녘에서 서있으면
바람결에 손을 흔들면서 입으로 훠이 하고
참새들이 쫓는데도 참새들이 도망을 가지 않고
내 팔에 앉아 외로워 보이는 나의 밀짚모자를 보면서
가을 햇살을 여유 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가을햇살은 어머니가 둥그렇게 말아서
손뜨개질을 하셔서
만들어 논 스웨터 같아서
가슴에 단추를 잠그지 않아도
가을소리가 들어오는 곳으로
어머니의 걱정하는 소리가 가슴으로 밀려옵니다.


그래서 가을허수아비는 밤이 오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스웨터를 입고 나면
가을햇살이 잘 비치는 곳으로 걸어가서
참새들이 외롭지 않도록 찾아오도록
훠이 쫓는 시늉을 하면서 구멍이 난 밀짚모자와 스웨터를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가을엔 사랑할 채비하게 하소서  /김윤진


가을을 곁에 두고
홀로 가슴엔 낙엽더미가
쌓였다, 스스로 타버리는 재가 되어
저기 저 벌판에 서있는
외줄기 처연한 사랑이 있습니까
펼친 시간 허락하시고
비로소 사랑 받게 하소서
겨울 오기 전, 낙엽 지듯
사랑 또한 진다해도
한 계절 앓느니
한 계절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엔 마주하게 하소서
할퀴고 저버려진 가지에는
청록의 싹 움틀 리 없고
미래도 생명도 잃어 가리니
선선히 받아드린 사랑
무너질 때로 무너질지라도
이별의 전주곡은 마소서
한줌 사랑의 엽서 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다시 가을엔
사랑할 채비하게 하소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정 영


1막이 내리면
사람들은 잠시 생의 밖으로 나가 서성인다


한 계절을 위한 화장은 바람에 지워졌고
가발은 이미 땀에 절어버렸다
무대를 누비던 대사와 호흡은
이미 죽음처럼 어둠으로 눈을 지우고
암전 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다 깊은 곳에서 진흙소가 길게 울었다


어느 배우는 기침을 하다가 죽었고
죽어야 할 씬에선 숨을 멈추지 못 했다


코뿔소 무리가 빠르게 이동했다


햇살은 뜨겁고 찬란하였으나
박수 소리와 함께 잦아들었다
비가 내렸고 우산을 쓰지 않았고
비가 내리지 않았고 우산을 썼다


칼은 빗나갔다


2막이 올라가자 사람들은
인간을 흉내 내는 인간처럼, 숨을 죽였다
가을이 시작된다고




가을의 인연들 /권윤오


올 가을엔
미소가 붉은 낙엽 같고
가을 하늘처럼
밝은 눈을 가진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남녀 불문하고
내 영혼과
뜻을 공유할 수 있는
단풍처럼 화사한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산장에서
국화향기 같이 맡으며
솔솔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에 의미있는
미소 섞어 마시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단풍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다가올 설경을
풍경화로 그리며
눈사람처럼 하얀머리에
검은 안경을 낀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가을이 되려면  /홍재향


길가에 핀 꽃잎 하나 톡,
떨어내는 찰나에 마음은 철렁
머리위로 잔가지 하나 툭,
떨어내는 소리에 또다시 철렁


철렁했던 호들갑이 수북 쌓이니
모닥불로 지펴진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열기로
꽃잎도, 잔가지도, 나도 하늘 오른다


무엇이 이른지, 무엇이 그른지
떨어내어 떨구고
떨어내고 타오른 뒤에는
파란(波瀾)의 기억은 사라지고


톡, 툭, 타닥타닥
소리만 가득하고 여전하였다
가을 되는 소리만 여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