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래 꽃 편지
청록색 숲에 들면 가벼운 꽃바람 일어
지난날 슬픔은 꽃잎처럼 흔들리다가 지치고
피곤하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수달래 무더기로 피어있는 외진 산길
은밀한 그리움 맺혀있는 누군가의 돌무덤에도
한 송이 눈물로 피어 있을 것이다.
바람 끝 달짝지근하고 감미롭게 물결치는
향기은은한 찔레 한 송이 그대의 품에 안겨
날 가시 숨기고 조바심 아우르고 있을 것이다.
산골 물 힘차게 흘러내리고
은빛 송사리 떼 팔딱거리는 마을 시냇가
징검다리 건너 산동네 순이는 잘 있을까?
늦봄은 나른하게 부풀어만 가고
융숭한 수달래 빈 가슴에 연둣빛 불씨를 지피는데,
떠나는 세월 부여잡고
가지 말라 애원하는 푸른 산, 푸른 나무.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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