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시
글 / 함영숙
겨울 껍질 벋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벋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 달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2월 시/ 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꽁꽁 얼었다가
숨통이 트여라
노루귀
쫑긋 세우고
얼음새꽃
노오란 웃음 터트려
잘 견뎠으니
조매만 더 기다리자
여기저기
소망으로 들썩인다

2월 / 정연복·시인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그렇게 2월은 간다
홍수희·시인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놓여진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2월의 詩 -희망에게 -
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깍아먹는
한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못한 일상에
새옷을 입혀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차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으므로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월 / 서 윤덕
봄 맞이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름아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동백꽃망울 기지개 켜는 모습
상급 학교에 갈 채비하며
의젓함을 여미는 이월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다가
아지렁이와 함께 오는 훈풍에 꼬리 내린다
봄 맞이 길을 여는 이월 고맙다.
2월의 시 / 최 규학
2월은 먼동이다
새벽 하늘을 찢는 아픔이 없이
어찌 눈부신 아침을 맞을 수 있으랴
2월은 애벌레다
제 껍데기를 찢는 고통이 없이
어찌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으랴
2월은 꽃봉오리다
제 가슴을 찢는 고통이 없이
어찌
꽃이 되어 향기를 뿜을 수 있으랴
2월은
제 스스로 가위가 되어
제 살가죽을 잘라내야만
찬란한 봄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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