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河南)성 덩펑(登封)시에 자리 잡은 숭산(嵩山).
숭산은 해발 1491.7m로, 중국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태산, 화산, 황산 등과 더불어 중국 5악(岳)의 하나이자,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숭산 기슭에 위치한 한 사찰 때문이다.
숭산 서쪽 끝자락인 샤오스산(少室山)에
'천하제일명찰(天下第一名刹)' 소림사가 있어 숭산의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천년고찰 소림사의 운명 바꾸어놓은 달마대사
소림사는 중국 선종의 본산이란 큰 명예를 지닌 천년고찰이다.
493년 남북조시대 북위 황제 효문제가 인도에서 온 고승 발타(跋跎) 선사를 위해 절은 건립했는데,
이것이 소림사의 시초였다.
소림사는 샤오스산 숲속에 지은 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수십 년 뒤 숭산에 온 또 다른 인도 고승 달마(達摩)대사가 소림사의 운명을 뒤바꿨다.
달마는 남인도에 위치한 한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인도 선불교의 28대 조사였던 달마는 520년경 중국에 건너와 선종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독특한 불교이론과 좌선수행법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남조 황제 양무제와 만나 선문답을 하기도 했다.
527년경 북위로 온 달마는 숭산의 한 동굴에 들어가 9년간 면벽 참선수행을 했다.
달마는 면벽 수행 과정에서 맹수와 화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호신술을 익혀 나갔다.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하는 참선법과 호신술은
중국인 승려 도육(道育)과 혜가(慧可)에게 전해져 중국 선종과 소림무술로 꽃피게 됐다.
이를 통해 달마는 동아시아 선종의 교조로, 소림무술의 창시자로 전 세계의 추앙을 받게 됐다.
달마가 면벽참선한 달마동은 불교도와 무술인의 영원한 성지로, 찾는 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당나라를 지킨 소림사 무술 승려들의 활약
소림사가 무술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당나라 초기부터다.
618년 왕세충의 난이 일어나자 담종을 비롯한 13명의 소림사 승려는
뛰어난 무술로 당시 왕자였던 이세민을 구해 난을 진압했다. 뒷날 당태종이 된 이세민은
소림사에 친필 비석과 많은 전답을 하사하고 승려에게 술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원나라 말기 홍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는 소림사 승려들이 곤을 들고 나와 반란군에 맞섰다.
명나라 때는 중국 동남지방에서 일본 왜구의 침입과 약탈이 잦자 소림사 무승들이 출동해 왜구를 물리치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소림사 주지를 위시한 수많은 승려들이 승병을 조직, 일본군과 맞서는 등 호국 사찰로 명성을 얻었다.
이렇게 1500여 년간 중국과 함께 흥망을 함께 해온 소림사지만, 오늘날 소림사에 남아있는 역사적 유적이 그리 많지 않다.
긴 세월의 억겁을 견뎌오면서 4차례의 큰 화재로 옛 사찰은 모두 파괴됐다.
청나라 때 중건된 장경각과 일부 건축물도 1944년 폐허가 되어 문화대혁명 말기까지 소림사에는 달마동과 탑림(塔林),
비석 등 일부 유적만이 남게 됐다. 1974년 산문을 보수하기 시작한 중국정부는 대웅전을 보수해 1979년 대외에 개방했다.
소림사는 사회주의 정권 수립 후 일반인에게 개방된 최초의 종교 시설이었다.
개방 첫해 입장객 수가 9만2000명에 불과했던 소림사에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영화 <소림사>가 상영되면서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소림사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의 영향으로
방문객은 1982년 7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오는 25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소림사를 중심으로 한 숭산 일대의 역사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전망이다.
승려들의 독경소리마저 삼킨 '소림사 브랜드'
초창기 중국정부에 절대적으로 의지했던 것과 달리 지금 소림사가 자체적으로 벌이는 사업 영역도 상상을 초월한다.
1997년 소림사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영리법인을 설립,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왔다.
소림사는 법인 설립과 함께 '소림', '소림사'라는 상표를 45개로 분류해 200여 항목으로 출원하여 상표권을 등록시켰다.
이를 통해 소림사는 대만 중영그룹에서 제작한 만화영화 <소림전기>와 온라인게임
<소림전기>의 저작권 사용료 38만 위안을 받고 있다.
2008년 강중뤼소림문화관광회사가 투자하고 장이모(張藝謀)와 탄둔(潭盾)이 연출한
'선종소림 음악대전(禪宗少林 音樂大典)'에 대해서는 막대한 저작권료를 받고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선종소림 음악대전'은
숭산의 자연 계곡을 배경으로 500여명의 출연자가 다양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최첨단 조명으로 선종과 소림무술을 재현한 대형 버라이티 쇼다.
의료식품분야도 소림사의 주요사업이다. 지난 5월 소림사는 소림약국병원에 대한 개원 인가를 획득했다.
소림약국병원은 1217년부터 전해져 온 소림사의 의학밀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림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모 제약회사와 함께 각종 의약품을 제조, 판매해 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독자적인 식품회사를 설립, '소림사선과'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이러한 소림사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스융신(釋永信) 방장이 주도하고 있다.
스 방장은 1987년 22살의 나이로 소림사 30대 방장에 오른 MBA 출신 승려다.
'소림사의 CEO'를 자처하는 그는 소림사의 상업화와 국제화의 체계를 완성했다.
스 방장은 소림사 정무단을 구성해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무술공연을 벌이고,
종교시설을 관리해 주는 대가로 지난 10년간 11개 사찰을 소림사의 분원으로 가입시켰다.
하지만 과도한 상업화와 선종 불교의 고유한 정신을 망각한 소림사의 행태는 중국 내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무엇보다 선승(禪僧)의 독경 소리는 사라지고 관광객의 발걸음과 무승(武僧)의 기합 소리만 요란한 오늘날
소림사에서 달마의 꿈과 정신이 느껴지지 않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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