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다반향초 묘용시수류화개)
정좌한 자리에서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이고 모용의 시간에 물은 흐르고 꽃이핀다
추사(秋史) 김정희가 제주에서 귀향살이 할때 茶를 보내준 초의선사에 대한 답신으로 쓴 싯구(詩句)로 알려져 있으나
당나라 유건(劉乾)의 詩
空谷無人 水流花開 (공곡무인 수류화개) 빈 꼴짜기에 사람 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이핀다
송나라 소동파(蘇東坡)의 십팔대아라한송에
空山無人 水流花開 ( 공산무인 수류화개) 빈산에 사람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이핀다
송나라 시인 산곡(山谷) 황정경(黃庭堅)의 詩에
萬里靑天 雲起雨來 (만리청천 운기우래) 가없는 푸른하늘에 구름일고 비오는데
空山無人 水流花開 (공산무인 수류화개) 빈산에 사람없어도 물은 흐르고 꽃이핀다
라는 구절이 있는것을 보면 김정희가 이싯구를 인용하여 지은것으로 생각됨.
싯구중에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의 싯구가 의미하는 것에 대하여
번역이 100사람이면 100사람 모두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보편적인 의미로 직역해보면
'조용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셨는데 차의 향기는 처음과 같고
오묘한 시간의 흐름속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정도이지만
'차는 반쯤인데 향기는 처음과 같네' 정도로 읽는 사람도 있고,
'차가 익기 시작하니 향기 피어나네' 로도 해석하기도 하며
'고요한 자리 차 반쯤 익으니 향기 피어나네
시간도 멎은 곳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 로 번역하기도 하고
유홍준 교수는 『완당평전』에서
'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라고 하였다.
그 외에도 여러 측면으로 번역되고 있다.
'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절반인데 향은 처음 그대로다
묘하게 쓰는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이 핀다'
'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를 반 넘게 마시도록 타는 향은 처음과 같고
고요히 흐르는 시간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더라'
'고요히 앉은곳 차마시고 향사르고
묘한 작용이 일때 물은 흐르고 꽃이핀다'
'앉아서 차를 반쯤 끓이자 향기가 처음으로 풍겨오고
차를 끓이는 묘한 시간에 물은 흐르고 곷은 피네'로 해석되기도 한다.
靜坐處는 고요히 앉아있는 곳 즉 좌선하는 것을 뜻하고,
半은 半日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妙用은 깨달은 사람의 마음 씀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직역(直譯)하면,
'고요히 앉아 차 한잔 마시고 반나절이 지났는데 그 향은 처음과 같고,
묘한 마음을 쓸 때는 물 흐르듯이 꽃 피듯이 한다' 와 같고, 의역(意譯)하면
'공부 할 때는 처음과 끝이 같게 하고 깨친 사람의 일상생활은 물 흐르고 꽃 피듯 한다' 가 된다.
우리말로 된 시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작가의 뜻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한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 번역이 '옳다', '그르다'라고 평하기 보다는
저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저것이 더 멋스럽구나,
저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즐기고 받아들여야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