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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동백꽃에 관한 詩 모음

#동백꽃에 관한 詩 모음 

 

동백꽃 /최명조

 

갈매기 놀다간 갯바위

 

하얀 눈 앉으면 동백꽃 피어납니다

동박새 배고플까

길 잃은 벌 외로울까

 

여름 태양 품었다가 빠알간 동백꽃 피었습니다

 

엄동설 해풍 향기마저 잃은체

등대 불빛만큼 빠알간 동백꽃 바다를 바라봅니다

눈 내리는 얼음겨울

모두 다 떠나가도 동백꽃 피어납니다

이 언 땅에도 겨울은 살아 숨을 쉽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 때문에

 

 

동백꽃처럼         /김용호

 

주워진 영원 그 안에

영혼을 바쳐

동백꽃이

새삼스럽게 핀

이른 봄

 

나도 마음에

선홍빛 꽃을 피우며

동백꽃처럼

미소짓는 보람 된

삶을 살아보렵니다.

 

 

동백꽃 예찬(연작시)     /임재화

 

1

초겨울 어느 날 오후

막 피어난 동백꽃 한 송이

너무나 수줍어합니다.

 

찬바람 불어와도

해맑은 동백꽃 송이

사랑으로 눈웃음 웃을 때

 

저 높은 푸른 하늘에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유유히 허공을 나는 솔개 한 마리

 

매서운 바람 불어도

너무나 맑은 그대 가슴속에

홀로 간직한 사랑 그토록 깊었나요?

 

초겨울 갓 피어난 동백꽃

당신의 붉은 가슴속을

이제 더는 감출 수 없었나 봅니다.

 

2

매서운 바람 자주 불어도

오히려 그대의 모습

오롯이 웃음을 머금고

 

차가운 바람 앞에도

그대의 맑은 얼굴 붉은색으로

차츰차츰 물들어갑니다.

 

한 송이 외로운 동백꽃

지조와 기개 서린 모습으로

온몸에 위엄이 가득합니다.

 

쉴 새 없이 찬바람 불어도

그대의 흔들림 없는 모습

역시, 동백꽃이라 부르렵니다.

 

 

동백꽃          /이재환

 

못다한 사랑인가

이 추운 겨울에

더 아름답고

천사처럼 예쁘게

수줍은 당신처럼

붉게 핀 동백이여

 

나무들이 추운겨울을

이겨내려고 나뭇잎을

떨어 트리는데

저 동백은 변함없이

초록잎을 간직하더니

붉은 꽃잎을 내미네

 

눈이라도 펑펑내려

붉은 꽃잎에

소복이 쌓이면

애뜻한 그리움이

무심히 흘러간 세월속에

그리움만 추억되어 흐르네

 

 

동백 숲         /박제영

 

오동도 사월 동백 붉은 숲 오르다 보면

신 벗고 걷는 길을 만난다

촘촘히 박힌 형형의 돌 색색의 자갈 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우뚱거리는

손에 들린 신들도 덩달아 흔들리는

맨발의 풍경을 만난다

 

지난 밤에 친구놈이 오동도로 떠났다

신을 벗고 사월 붉은 동백 숲으로 들어갔다

영안실 412호

새벽 거나하게 취한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우뚱거렸다

더러는 서로의 신이 바뀐 줄도 모른 채

붉은 숲을 빠져 나왔다

 

 

동백꽃           /안정순

 

사무친 그리움

한 잎 두 잎 쌓여

빨갛게 멍이 들고

 

푸른 잎 사이

숨을 죽이며

이제나저제나

 

바람에 뒹구는 잎사귀

임의 발자국 소릴까

살며시 귀 기울이면

 

커져가는 가슴

가눌 길 없어

그리움 눈물만 뚝뚝

 

애타는 몸부림은

바람결따라 동구 밖으로

길을 나서 봅니다.

 

 

제주 동백          /곽효환


검은  돌담장 위로 혹은
돌담 사이로 붉은 꽃이 오른다
봄은 이렇게 온다
중산간 오름에서부터
해안 마을 어귀까지
피를 토하듯 가득할 때
선홍색 붉은 봉화가 되어
짙푸른 그늘을 뚫고
이 곳의 봄은 한 발 늦게 온다
산 사람들의 무덤에서
산 사람들의 마을까지
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아니 새길 수 없는
백비(白碑)를 품고 사는 지질컹이들의
봄은 버둑버둑 몸부림으로 온다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만개한 순간
툭, 하고 모가지를 떨구는
동백꽃 한 송이 가슴에 매달려 온다

 

 

동백꽃           /염인덕

 

파란 치마 두러 매고

황금빛 얼굴 부끄러워

붉은 미소만 짓는가

 

찬, 서리에 진주알 맺어 놓고

님 기다리다가 낙화되었나

아름다워라 예쁜 꽃

 

땅, 위에 붉은 립스틱 발라놓고

방긋방긋 웃으며

황홀한 사랑에 향기마저 잃어버렸나

 

사랑이 물들어 가네!

수줍은 새색시처럼

나뭇잎 사이로 꽃송이 아름다워라.

 

 

동백           /이종숙

 

바닷가 언덕배기에

처연하게 피어 있는 너를

보기 전에는 겨울 꽃이라는

이름을 몰랐을 거야.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그리워

고고한 자태로 얼굴 붉히면

순정을 다하여 바라보는 너는

먼 바다에 마음을 빼앗겠구나.

 

하얀 서리꽃 마다 안고

얼지 못하는 빨간 입술은

 

바람으로 철썩대는 아픔을

하얀 털실로 묶어버려

심연에 허우적거리는 허기를

저 바다는 채워 주려 나.

 

붉은 마음 겨울 설에 묻어두려 한다.

 

 

동백꽃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꺽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지금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애기 동백꽃        /신성호

 

철따라 수많은 꽃이 피는데

추운 겨울날에 피는 애기 동백꽃

 

삭풍을 친구 삼아 잘 견디고

엄동을 이겨내면 그때서야 피는꽃

 

푸른 모습 정조처럼 잘 간직하고

빨간빛 고운 얼굴을 수줍은 듯 내놓고

변치않은 그 모습이 보기 좋구나

 

다른꽃은 꽃송이로 떨어 지는데

너는 고운 꽃잎을 한잎 또 한잎 떨어지니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엔 기쁨이구나

 

 

동백꽃의 겨울       /신성호

 

동백나무 끝에 맴도는 삭풍이

움추린 동백의 입술을 파고들고

 

산등성이 하얀눈 봉우리는

들어낸 치부(恥部)을 감추려 애쓰지만

 

한계절이 바뀌면 나신(裸身)이 될 것을

시침이를 뚝 떼고 모른 체 하기엔

오는 계절을 속일 수가 없으니

 

머지않은 그 날에 동백꽃은

빨갛게 피고야 말것이라

 

 

동백이라고 했다      /고은수 

 

봄 겨드랑이 사이사이, 고개를 내민 사냥꾼이다

눈인사만 하려 했는데 바싹 안긴다

금세라도 젖이 흐를 듯한 봉오리,

설렘까지 탱탱하다

나도 슬쩍 만져본다

다 받아주기는 너무 뜨거운 정 아닌가

얼른 데려가 달라고 하는 듯,

온몸이 달떠 있잖아

떨떠름한 나는 소극적이다

가슴께를 스치는 봄바람이 쓰리다

뜻밖의 사건 같은 건 기웃거리는 바람에게나

일어나는 거지

구름이 두 번 지나가는 동안에도

절정으로, 탁탁 터지는 옷섶

속속들이 붉다

엉거주춤 한 걸음 물러서는 건 나다

사혈침 맞은 자리가 뜨끔거린다

괜한 피만 쏟았지

그래도 사랑은 버리는 게 이니라고,

시작한 자리를 쓸어안고, 길 끝으로 가는 너를 본다

 

 

동백야화(冬柏野話)      /김회선

 

겹겹이 붉은 동백아

무슨 한 그리 많은 게냐

 

촉석루 넋이더냐

백마강 한이더냐

 

햇살의 무심함이

너의 아픔 잠재운 줄 알았는데

 

힘겹게 잠든 戀心

찬바람이 몽실몽실 깨운 게냐

 

탯줄 달린 자리

갑옷만 남아 있고

 

동강난 적장의 목들

뒹굴뒹굴 붉은 바다로구나

 

 

동백꽃 사랑          /임재화

 

새빨갛게 피어난 모습

저리도 고울 수가 없어서

차마 바람도 쉬어가지 못한답니다.

 

고운 임 빛나는 수줍음

이렇게도 내 마음 설레는데

괜스레 만져 볼까 말까 망설입니다.

 

살짝 다문 꽃잎 속에다

꿀벌 세 마리 꼭 품어 주면서

방긋 웃음 웃는 동백꽃 한 송이

 

자애로운 그 모습에

지조와 품위가 절로 넘쳐흘러

햇살도 정중하게 비켜서 비칩니다.

 

 

동백꽃 향기      /김태백

 

동지섣달 긴긴 겨울

동빙한설 가운데

강인하고 멋들어지게

노란 립스틱 바르고

 

향기 토해내는

동백꽃 향기

하늘에서 하얀 옷 입고

내려오는 천사들 사랑 속에서

아름다운 설경 가운데 피어

 

동박새와 생사고를 다하는

동백꽃 발가벗은

청산에 초록색 옷 입고

노란 주단을 깔아놓은

 

맛있는 꿀 향기에

꿀벌들 꽃 속에 숨어

사랑을 속삭이는 강인한

동백꽃 향기

 

매혹적인 우리나라

동빙한설 꽃이다

 

출처:서비의 놀이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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