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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비가역적[非可逆的]이고 인문은 상대적[相對的]이다

 

[자연은 비가역적[非可逆的]이고  인문은 상대적[相對的]이다]

 

비가역적 [非可逆的 ]인 현상이 있다는 것은

우주의 슬픈 단면 중 하나다.

한 번 진행되면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린,

그래서, 산산조각이 난 계란은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만약, 가진 계란이 하나밖에 없었다면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바닥에 떨어져 오염된 계란이라도 먹던지

아니면 계란 먹기를 포기하던지.

자연의 비가역성이 인문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자연과학이라는 토대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간다.

 

자연의 비가역성은 부자와 빈자를 나눈다.

계란이 100개 있는 사람은

계란 하나가 깨지는 것에서 아무런 삶의 타격을 받지 않는다.

계란이 하나밖에 없는 이에게는

그 깨진 한 개의 계란이 극단적인 선택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자연은 냉정하고 그 자연의 비가역성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무거움을 선사하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 현상에 더 큰 피해를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 삶이 더 열악한 사람들이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는

비가역이라는 자연의 냉혹함을 상쇄시키거나 희석시킨다.

 

나이를 먹는다는 비가역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그 비가역의 결과물은 서로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비가역이 우아함이나 성숙함이라는 결과로 환원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회한으로 환원된다.

 

돌이킬 수 없음이란 수많은 기회로 둘러 쌓인 이에게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명제고 하나의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이에게는

믿고 싶지 않은 운명이다.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음을 딛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음으로 끝나는 것이 인생이다.

 

자연은 냉혹하고 절대적이지만 인간에게의 적용은 상대적이다.

인간이 쌓아온 문명과 역사란 얼마큼이나 대단하기에

그 산물이 자연의 절대성을 상대성으로 바꾸기까지 하는 것일까.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것은 이제 익숙해진 진실이지만

때로는 그 말이 그 진실을 더욱 강화하기만 하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가 거북스럽다.


[非可逆的] #비가역적

[不可逆的] #불가역적

출처:brunch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