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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지도자 되기


지도자 되기
<보름달 같네[同月輪]> 


그대는 보지 못했나
영험한 시초의 온 줄기가 환히 빛나고 
그 아래 있는 신령한 거북이 미래를 알았던 것을 
그대는 보지 못했나 
달은 보름이면 둥글게 가득 차지만
가득 찬 뒤 이지러지는 게 바로 보름 다음 날인걸 
신라와 백제가 흥하고 망한다는 글자 분명한데 
어리석은 사람 상서요 재앙 아니라고 거꾸로 풀어 
상서요 재앙 아니라고 근심 도리어 기뻐하다가 
백마강 나루 어귀의 낙화를 재촉하였지.

 


君不見                    군불견 
靈蓍百莖光燁燁         영시백경광엽엽 
下有神龜逆知來         하유신귀역지래
君不見                    군불견 
金精十五輪正滿         금정십오륜정만 
物極將虧生魄哉         물극장휴생백재 
分明羅濟興亡字         분명라제흥망자 
癡人錯解祥非灾         치인착해상비재 
祥非灾憂作喜            상비재우작희
白馬津頭落花催         백마진두락화최


 
 - 이익(李瀷 : 1681~1763), 『성호선생전집(星湖先生全集)』
제7권 「해동악부(海東樂府)」, <보름달 같네[同月輪]>


 
  집단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집단 구성원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을 지도자(Leader)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는 인기 있는 사람이나 대표자 혹은 권위자 등과 구별되는 인물로, 지도적 능력(Leadership)의 보유를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간주한다. 즉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도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지도적 능력이 무엇인가 또는 지도적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것은 각각의 집단이 처한 상황과 집단 구성원의 요구가 한결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도자의 유형도 권위주의적 지도자ㆍ민주적 지도자ㆍ자유방임적 지도자 또는 행정가형 지도자ㆍ선동가형 지도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고, 또 그중에서 어떤 유형의 지도자가 반드시 가장 유능한 혹은 가장 뛰어난 지도자라고 단정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지도자의 유형이 다양하다고 해서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도자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 되고 싶다고 또 하고 싶다고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고 지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는 힘이 있어야 하지만 힘이 있다고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도자는 똑똑해야 하지만 똑똑하다고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재물이나 권력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를 되짚어 보면 지도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는 힘 있고 똑똑한 지도자들이 자신이 이끈 집단을 망치고 스스로를 파국으로 이끈 경우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도적 능력은 힘이나 능력,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나 능력, 지식은 지도적 능력의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실패한 지도자를 살펴보면 오히려 이들을 파국으로 이끈 것이 이들의 힘이고 능력이고 지식이었다. 스스로의 힘과 능력, 지식에 대한 과신과 자만이 이들을 파국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자는 스스로 자신이 진정한 지도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도자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지도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끝내는 자신을 망치고 자신이 이끈 집단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십과(十過)」에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때 저지르기 쉬운 열 가지 과오를 이야기했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작은 충성이 시행되는 것[行小忠], 작은 이익을 도모하는 것[顧小利], 이상야릇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 옳게 여겨 제후에게 무례한 것[乖僻自用, 無禮諸侯], 나라의 정치에 힘쓰지 않고 음악이나 좋아하는 것[不務聽治, 而好五音], 탐욕스럽고 괴팍하며 이익을 좋아하는 것[貪愎喜利], 여색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는 것[耽於女樂, 不顧國政], 조정을 떠나 멀리 유람이나 다니면서 신하의 충언을 무시하는 것[離內遠遊, 而忽於諫士], 잘못하고도 충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過而不聽於忠臣, 而獨行其意], 나라 안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바깥의 제후를 믿는 것[內不量力, 外恃諸侯], 나라는 약소한데 무례하면서 신하의 충언을 따르지 않는 것[國小無禮, 不用諫臣]이다. 한비자는 군주가 이런 행동을 하면 나라를 잃고 자신을 죽음에 빠트리게 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진정한 지도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군주에 대한 경계이다.
 
  물론 한비자가 2,00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인물이니 그의 이야기를 과거사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비자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다. 위의 시에서 성호 이익이 「해동악부」로 읊은 백제의 멸망처럼 과거에서부터 최근까지 진정한 지도력을 갖추지 못한 지도자에 의한 비극적 결말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에도 지도자는 스스로 자신이 진정한 지도적 능력을 갖추었는지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 능력이 부족하다면 지도자의 자리를 탐내서는 안 된다.
 글쓴이: 윤재환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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