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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영상의 시대에 보내는 경고 한 마디 영상의 시대에 보내는 경고 한 마디머리 흔들고 눈 깜박여도 정신이 쏙 빠지니자세히 본들 참과 거짓 누가 능히 분별하리하지 마라! 한 무제처럼 어리석은 생각으로장막 안에서 멀리 이李 부인을 보려함을 搖頭瞬目逞精神       요두순목령정신諦視誰能辨贗眞       체시수능변안진莫作劉郞癡絶想       막작유랑치절상帷中遙望李夫人       유중요망이부인  - 김윤식(金允植, 1835~1922), 『운양집(雲養集)』 권6, “동사만음(東槎漫吟)” 중   요즘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움직이는 그림-‘영상(映像)’을 볼 수 있고, 약간만 공부하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만인에게 공개하여 조회수에 따라 명성과 이익을 얻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쉽게 알리고자 영상을 활용하는.. 더보기
그 옛날 SNS 그 옛날 SNS  숙천제아도서(宿踐諸衙圖序) - 한필교(韓弼敎)그림은 사물을 본뜬 것이다. 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싣고 있는 것 중 그림으로 그 오묘함을 전하지 않음이 없다.그러므로 천년 전의 사물과 만리 떨어진 사물을 아직까지 그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으니 생각건대 그림의 도움이 또한 크도다.畵者所以象物也. 天之所覆、地之所載, 莫不以畵傳其妙, 故千載之久、萬里之遠, 尙能有想得其髣髴者, 畵之爲助, 顧亦大矣.나는 정유년(1837, 헌종3)에 처음으로 벼슬을 하면서 쉬는 날이면 화공에게 예전에 재직했던 관아를 그리고 전도(全圖)의 첩을 장정하라고 명하고서 그 옆에 장소와 맡은 직임을 기록하였는데 한 관아를 옮길 때 마다 다시 그렇게 하였으니, 훗날의 고찰에 대비해서였다. 제수되었으나 사은숙배하지 않은 곳과 나가.. 더보기
겨울의 뒷모습 겨울의 뒷모습 눈 속에서도 꽃은 피고봄이 왔건만 잎은 차네어찌 비춰 볼 등불 없어서랴달빛 속에서 보고 싶어서라네雪裏花猶發       설리화유발春來葉尙寒       춘래엽상한豈無燈下影       기무등하영宜向月中看       의향월중간  - 이명한(李明漢, 1595~1645), 『백주집(白洲集)』 「화분의 매화를 노래하다[詠盆梅]」    이번 겨울은 심술이 참 대단했다. 올 땐 기척도 없이 찾아오더니 갈 땐 눈치도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한참 뭉갰다. 긴 겨울을 보내며 날 풀리면 뭘 해야지 하는 생각이 참 많았는데, 막상 봄이 되니 내가 뭘 하려고 했었지 멍한 상태가 된다. 새봄을 맞이하는 일은 자각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어리석음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남도에서부터 꽃 소식이 들려오니 슬슬 .. 더보기
봄날 북한산에 오르며 봄날 북한산에 오르며 객지의 회포는 늘 언짢은데세상일은 분분하여 끝이 없네봄빛이 관부로 들어오건만공문서는 높이 쌓여 있네어찌 울적하게 오래 머무랴가서 남쪽 물가에서 노닐리라아우들 나의 안색을 알고서나에게 산행하자 권하누나              ⋮ 客懷常不愜        객회상불협世故紛未已        세고분미이三春入官府        삼춘입관부簿書來相委        부서래상위安能欝久稽        안능울구계去將遊南汜        거장유남사羣弟知我色        군제지아색勸我山行李        권아산행리  - 임상덕(林象德, 1683~1719) 『노촌집(老村集)』 권1 「삼각산(三角山)」       요즘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북한산 주변에는 등산객이 넘쳐난다. 울긋불긋 단풍이 든 가을 산이 사람.. 더보기
[고전명구]팔꿈치의 시간 #팔꿈치의 시간팔꿈치가 이 책상을 떠나지 않도록 공들이며 여러 해를 보냈다.엄격한 선생님을 마주하듯이 온종일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肘不離此, 功以歲計. 如對嚴師, 終日敬畏.주불리차, 공이세계. 여대엄사, 종일경외. 강정일당(姜靜一堂, 1772~1832),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 「책상에 새긴 글[案銘]」    시간은 만져지지 않는 채로 흘러가지만, 시간을 뚫고 살아낸 사람의 몸에는 흔적이 남는다. 예컨대 주름과 주근깨, 흉터와 굳은살 같은 것들. 몸 어딘가에 새겨진 짙은 얼룩은 그 사람이 어떤 사물과 얼마나 오랫동안 마찰하며 살아왔는지 세월을 가늠하게 한다. 살갗이 갈색빛으로 물든, 직선의 자국들이 이리저리 교차해 남아 있는 어떤 이의 팔꿈치를 바라본다. 책상 모서리에 팔꿈치를 대고 오랫동안 앉아 .. 더보기
말을 하지 않는 이유 말을 하지 않는 이유 대각(臺閣)은 임금의 눈과 귀이니 침묵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臺閣, 人主之耳目, 而緘默之習, 可戒也.대각, 인주지이목, 이함묵지습, 가계야. 조현명(趙顯命 1691~1752), 『귀록집(歸鹿集)』 권6, 「사직응지소(辭職應旨䟽)」   ‘대각(臺閣)’은 사헌부와 사간원을 가리킨다. 두 관서는 임금에게 간언(諫言)하여 임금이나 신료,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거나 나아갈 방향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이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마치 눈이 보이지 않고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임금은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반대로 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나라는 잘 다스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간언을 하는.. 더보기
나의 상처 보듯 너를 본다 나의 상처 보듯 너를 본다천심을 닮아 이 인(仁)을 본성으로 간직하니몸에 가득한 것은 모두 살리기를 좋아하는 봄뜻이라오벽에 써 붙인 여상의 글자 보기 부끄러우니서(恕)를 미루어 나가려면 우선 차마 못하는 마음 가져야지 克肖天心性此仁 滿腔都是好生春 壁間愧視如傷字 推恕須從不忍人극초천심성차인 만강도시호생춘 벽간괴시여상자 추서수종불인인    - 성혼(成渾, 1535년∼1598년) 『우계집』 우계선생속집권지일(牛溪先生續集卷之一)「이몽응에게 주다〔贈李夢應〕」  녹록하지 않은 세상살이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화사한 표정과 목소리라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차마 남에게 밝힐 수 없는 상흔이 있다. 지난여름, 마구 찢기어 상처투성이었던 마음으로‘삶은 종잇장 같은 것’.. 더보기
병인양요를 되돌아보며 병인양요를 되돌아보며융서촬요서(戎書撮要序)  《주역(周易)》 췌괘(萃卦)의 상전(象傳)에 “군자가 이를 통하여 뜻밖의 사태에 경계한다.”라고 하였고 기제괘(旣濟卦)의 상전(象傳)에 “근심을 생각하여 미리 방비한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학산(鶴山) 위료옹(魏了翁, 1178~1237)*이 “내가 어려서 《주역(周易)》 을 읽었는데, ‘문을 겹으로 설치하고 목탁을 치며 밤에 순찰을 하여 도적에 대비한다.’와 ‘좋은 활과 화살로 천하에 위엄을 보인다.’라는 구절을 보고, ‘분위기가 이미 조성되어 민심이 쉽게 동요하니, 황제(皇帝)와 요순(堯舜)일지라도 일에 앞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구나.’라고 매번 탄식하였다.”**라고 한 적이 있으니, 이것이 무비(武備)를 창제(創制)한 이유이다. 말세에 내려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