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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무더위를 대하는자세 무더위를 대하는 자세 해마다 사람들은 “전에 없던 더위다”라고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본래 보통 사람들 마음이야 지난 일을 잊곤 하니 공평한 하늘이 어찌 올해만 심하게 했겠나 온몸에 종일토록 땀 국물이 흐르니 부채질만한 것 없어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여름 들녘 인부들이야말로 고생일 터이니 초가집 좁더라도 근심겨워 말아야지 年年人道熱無前 년년인도열무전 卽事斟量也似然 즉사짐량야사연 自是凡情忘過去 자시범정망과거 天心均一豈容偏 천심균일기용편 渾身竟日汗漿流 혼신경일한장류 揮扇功高不暫休 휘선공고부잠휴 想到夏畦人正病 상도하휴인정병 茅廬雖窄亦寬愁 모려수착역관수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전집(星湖全集)』 2권 「고통스러운 더위 2수[苦熱二首]」 옛사람들은 더위의 고통을 주제로 .. 더보기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를 한문으로 번역하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三歲之習, 至于八十. 삼세지습, 지우팔십.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이담속찬(耳談續纂)」 뜬금없이 무슨 퀴즈인가 싶겠지만, 굳이 따져보면 다산의 ‘三歲之習, 至于八十.’만이 정답은 아니다. 섬세한 표현은 다르지만,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백언해(百諺解)』에는 ‘維兒時心, 八十猶存.[어렸을 적 마음이 여든에도 남아 있다.]’,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열상방언(冽上方言)」에는 ‘三歲志, 八十至.[세 살 생각 여든 간다.]’로 번역하였다. 똑같은 한문 원문을 두고도 다양한 한글 번역이 있듯이, 우리의 고유한 속담을 한문으로 번역할 때 이처럼 여러 가지 표현이 있을 수 있다. 다산의 속.. 더보기
죽마고우竹 馬 故 友 죽마고우 竹 馬 故 友 고송(古松)처럼 기이한 모습에 한바탕 웃으니 이내가 짙푸르다. 조정 반열에서 본 모습과 약간 다르니 신선 거처의 만남이 참된 만남이지 나무 위로 높이 솟은 누각에서 풍광을 보니 경치가 툭 트여야 먼 곳의 봉우리가 보이지. 두 노인 무탈하게 건강하려면 나막신과 지팡이로 날마다 산수를 향해야지 貌態魁奇似古松 모태괴기사고송 呀然一笑翠嵐重 하연일소취람중 差殊玉筍班中見 차수옥순반중견 眞合金華石上逢 진합금화석상봉 樓閱暉陰高出樹 루열휘음고출수 境要明濶遠開峯 경요명활원개봉 倘敎兩老康無疾 당교량로강무질 鎭向溪山並舃筇 진향계산병석공 - 이헌경(李獻慶, 1719~1791) 『간옹집』 〈상서 채백규의 번리 산장에서 운자를 불러 함께 쓰다. [蔡尙書伯䂓樊里山庄, 呼韻共賦.]〉 간옹 이헌경은 본관 전주(全.. 더보기
[고전명구]술에 취해 복사꽃 붉은 빗속 새들은 재잘재잘, 집을 두른 푸른 산엔 여기저기 아지랑이, 이마 한 편 검은 사모 귀찮아 그냥 둔 채, 꽃 핀 언덕 취해 누워 강남을 꿈꾸노라. 桃花紅雨鳥喃喃 도화홍우조남남 繞屋靑山閒翠嵐 요옥청산간취람 一頂烏紗慵不整 일정오사용부정 醉眠花塢夢江南 취면화오몽강남 - 정지상(鄭知常, 미상~1135), 『동문선(東文選)』 제19권, 「칠언절구(七言絶句)」. 사방으로 집을 둘러 있는 푸른 산에서는 아른아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붉은 복숭아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속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오는 봄의 어느 날. 정지상은 넘치는 봄의 흥취 속에 거나하게 술을 마신 채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 있는 언덕에 누워 단잠을 이룬다. 세상의 굴레나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토록 가고 싶었던 강남을 .. 더보기
[고전명구]우연히 봄 우연히 봄 뜰 앞에 작은 풀이 바람결에 향기로워 설핏 든 잠에서 막 깨어 낮술에 취해 보네 그윽한 정원에 꽃 떨어지는 봄날은 길어 주렴 너머로 벌과 나비 늦도록 바삐 나네 庭前小草挾風薰 정전소초협풍훈 殘夢初醒午酒醺 잔몽초성오주훈 深院落花春晝永 심원낙화춘주영 隔簾蜂蝶晩紛紛 격렴봉접만분분 - 기대승(奇大升, 1549~1572), 『고봉집(高峯集)』 기대승(奇大升, 1549~1572)은 조선 중기의 관료로 32세인 1558년 문과에 급제한 후 예문관 봉교, 승지, 병조좌랑 성균관대사성 등의 여러 벼슬을 지냈다. 그는 관료로서의 이력보다는 학문적 성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퇴계 이황과 서신을 통해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해 주고받은 논쟁은 우리나라 성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 시는 어려운 글자나.. 더보기
우연히 봄 우연히 봄 뜰 앞에 작은 풀이 바람결에 향기로워 설핏 든 잠에서 막 깨어 낮술에 취해 보네 그윽한 정원에 꽃 떨어지는 봄날은 길어 주렴 너머로 벌과 나비 늦도록 바삐 나네 庭前小草挾風薰 정전소초협풍훈 殘夢初醒午酒醺 잔몽초성오주훈 深院落花春晝永 심원낙화춘주영 隔簾蜂蝶晩紛紛 격렴봉접만분분 - 기대승(奇大升, 1549~1572), 『고봉집(高峯集)』 기대승(奇大升, 1549~1572)은 조선 중기의 관료로 32세인 1558년 문과에 급제한 후 예문관 봉교, 승지, 병조좌랑 성균관대사성 등의 여러 벼슬을 지냈다. 그는 관료로서의 이력보다는 학문적 성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퇴계 이황과 서신을 통해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해 주고받은 논쟁은 우리나라 성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 시는 어려운 글자나.. 더보기
간언과 그릇 간언과 그릇 신하가 말을 과감하게 하는 것은 신하의 이익이 아니라, 바로 나라의 복입니다. 蓋人臣之敢言, 非人臣之利, 乃國之福也. 개인신지감언, 비인신지리, 내국지복야. - 하위지(河緯地, 1412~1456), 『세종실록』 22년 9월 17일 이 말은 하위지가 1440년(세종22)에 올린 상소에 보인다. 하위지는 자(字)가 천장(天章), 또는 중장(仲章)이며, 호는 단계(丹溪), 본관은 진주(晉州)로, 군수(郡守) 하담(河澹)의 아들이다.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따르면 대책(對策)과 소장(疏章)에 능했다고 하며, 문집으로는 후손 하용익(河龍翼) 등이 편찬, 간행한 『단계유고(丹溪遺稿)』가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상소는 『단계유고』에 보이지 않는다. 이 상소를 올릴 당시 하위지는 29세로, 종6품.. 더보기
[한시감상 241] 생동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생동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연화봉은 짙푸르러 비 기운 가득하고 바람 따라 쉽게 뜰의 나무 축축해지네. 온 골짝에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삼호가 생동하여 밤새도록 일렁이는 물결. 흰 물새는 그림자 담그고서 맑은 물에 섰고 생선을 건지는 어선들이 석양과 어울리네. 오늘 아침 봄소식을 찾아보았더니 여린 쑥과 작은 버들 언덕에 함께 났네. 花嶺蒼蒼雨氣多 화령창창우기다 隨風容易濕庭柯 수풍용역습정가 消融萬壑全冬雪 소융만학전동설 生動三湖一夜波 생동삼호일야파 白鳥影涵明鏡立 백조영함명경립 靑魚船入暮雲和 청어선입모운화 今朝試覔春消息 금조시멱춘소식 嫰艾纖楊共一坡 눈애섬양공일파 - 채제공(蔡濟恭, 1720~1799) 『樊巖集』 卷16 「春雨連宵, 氷盡水生, 欣然賦之.」 채제공은 정조 재위 기간 동안 정승의 지위에 올라 깊은 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