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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가는 사람이라도붙들고 물어야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가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물어야 1781년(정조5)에 연암 박지원은 초정 박제가의 『북학의』에 서문을 써 주면서 그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박제가는 1778년 이덕무와 함께 중국을 다녀왔다. 『북학의』는 그 견문의 기록이다. 박제가의 중국 전략보고서인 셈이다. 박지원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780년에 중국을 다녀왔다. 그의 『열하일기』는 이후 대표적인 연행록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두 사람은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 의기투합했다. 눈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에도, 술을 먹는 날에도, 등잔불이 다할 때까지도 그칠 줄 모르고 토론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연행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발전된 중국의 문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비록 이민족의 왕조인 청이라고 하더라도 배울만한 .. 더보기
권력과 망상 권력과 망상 흙덩이 뭉쳐 떡 만들어 소꿉 노는 아이들 앞 다투어 몰려다니며 머리채를 잡아 뜯네 벼슬판 난장 다툼 이와 다를 게 무에랴 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를 못하누나 團土作糕戱小兒 단토작고희소아 爭來爭去髮相持 쟁래쟁거발상지 宦塗傾奪曾何異 환도경탈증하이 捨命捐身不自知 사명연신부자지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 권1 「감회가 있어[有感]」 제1수 권력은 무엇이며 권력은 왜 가지는가.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그 유명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을 제창한 바 있다. 곧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과 자기 존재의 보존을 추구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고, 개별 인간 모두가 동.. 더보기
고우(苦雨) 고우(苦雨) 모든 일에는 중도가 귀하거니 즐거움의 끝에는 슬픔 또한 생기는 법 홍범(洪範)에 비 오고 볕 나는 것은 길흉의 징험이니 너무 없고 너무 많은 것 전부 흉하다고 하였지 가물 때는 비가 그리워 많이 와도 싫지 않다가 막상 많이 올 때는 그 근심은 또 어떠한가 농가에서 백로에 비 오는 것 가장 두려우니 한 뙈기 땅에도 지나치면 벼가 상한다네 조물주의 심한 장난이 어찌 편벽되었단 말인가 내 구름 타고 올라가 하늘에 고하여 비렴에게 짙은 구름 쓸어버리게 하고는 지팡이 짚고 외곽으로 나가 싱그러운 광경 보고 싶다네 萬事中爲貴 만사중위귀 樂極亦生哀 락극역생애 箕疇雨暘叙休咎 기주우양서휴구 極無極備均㐫哉 극무극비균흉재 旱時思雨不厭多 한시사우불염다 及到多時悶又何 급도다시민우하 農家最怕白露雨 농가최파백로우 差過.. 더보기
옛날이 지금에게 옛날이 지금에게 지금 천년도 전의 옛 사람을 벗하고자 하는데 우선 나의 도가 저 선인과 같지 않아서야 될 수 있겠는가. 곧 ‘상우’의 도는 그 근본이 역시 나의 몸을 수양하는데 있음을 알겠다. 今欲尙友千古之人 而不先使吾道與彼同乎 是知尙友之道 其本亦在於修我躬 금욕상우천고지인 이불선사오도여피동호 시지상우지도 기본역재어수아궁 -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 『고산유고(孤山遺稿)』「尙友賦」 수치적 성장, 양적인 발전만을 추구하며 항상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에서, 요 몇 년 간 레트로(Retro)가 유행이다. 수요가 거의 없어 자취를 감추었던 레코드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책 표지부터 과자 포장지까지 앞다투어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옛 디자인으로 되돌아간다. 타자기로 편지 작성을 대행해주는 서비.. 더보기
사랑하는 우리 딸 보려무나 사랑하는 우리 딸 보려무나 변방이라 쌀쌀한 날씨에 제철 과일 늦어 칠월에야 앵두가 막 붉어지네 수박은 무산 인근에서나 난다는데 올해는 장마로 모두 물러버렸다지 고을 사람 두 주먹 맞붙이고는 큰 건 더러 이만하다고 자랑하기에 늘 술 단지 만한 수박만 보다가 이 말 듣고는 씹던 밥알 내뿜었네 평생 수박씨 즐겨 까먹었으니 양조처럼 즐겨 먹은 일 절로 우습구나 수박은 구경조차 힘드니 씨는 말해 무엇하랴 여름 내내 공연히 이빨이 근질근질했네 아들이 서울에서 올 때 한 봉지를 가져와 어린 누이가 멀리서 부지런히 마련했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까먹고 껍질 뱉으며 홍색 백색으로 널려진 모습 보았네 고이 싸서 보낼 때 네 모습 떠올려보니 알고말고, 아비 그리워 줄줄 눈물 흘린 줄 소반마다 거둬 모으느라 손발이 바빴고 아침마.. 더보기
내년에도 예년처럼? 해마다 추위와 더위 반복되니, 내년에도 지난해와 같겠지. 亦知寒暑年年有, 來歲猶應去歲同. 역지한서연연유, 내세유응거세동. - 김팔원(金八元, 1524〜1569), 『지산집(芝山集)』 1권, 「추선(秋扇)」 김팔원의 자는 순거(舜擧), 호는 지산(芝山)이다. 32세 때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하고, 문과(文科)에도 합격하였다. 성균관 박사와 전적(典籍), 예조 좌랑, 용궁현감(龍宮縣監) 등을 지냈다. ‘추선(秋扇)’. 가을 부채다. 봄 부채, 여름 부채가 따로 있으랴. 여름에는 늘 가까이하다가 선선한 바람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는 부채. 바로 가을 부채다. 총애를 받던 신하나 사랑받던 여인이 임금과 낭군에게 잊히는 신세일 때 종종 비유된다. 어느덧, 그야말로 어느덧 9월이다. 해마다 오는 가을인데, .. 더보기
옛날이 지금에게 2021 '한국고전종합DB' 활용 공모전 고전명구 부문 당선작 옛날이 지금에게 지금 천년도 전의 옛 사람을 벗하고자 하는데 우선 나의 도가 저 선인과 같지 않아서야 될 수 있겠는가. 곧 ‘상우’의 도는 그 근본이 역시 나의 몸을 수양하는데 있음을 알겠다. 今欲尙友千古之人 而不先使吾道與彼同乎 是知尙友之道 其本亦在於修我躬 금욕상우천고지인 이불선사오도여피동호 시지상우지도 기본역재어수아궁 -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 『고산유고(孤山遺稿)』「尙友賦」 수치적 성장, 양적인 발전만을 추구하며 항상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에서, 요 몇 년 간 레트로(Retro)가 유행이다. 수요가 거의 없어 자취를 감추었던 레코드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책 표지부터 과자 포장지까지 앞다투어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 더보기
고우(苦雨) 모든 일에는 중도가 귀하거니 즐거움의 끝에는 슬픔 또한 생기는 법 홍범(洪範)에 비 오고 볕 나는 것은 길흉의 징험이니 너무 없고 너무 많은 것 전부 흉하다고 하였지 가물 때는 비가 그리워 많이 와도 싫지 않다가 막상 많이 올 때는 그 근심은 또 어떠한가 농가에서 백로에 비 오는 것 가장 두려우니 한 뙈기 땅에도 지나치면 벼가 상한다네 조물주의 심한 장난이 어찌 편벽되었단 말인가 내 구름 타고 올라가 하늘에 고하여 비렴에게 짙은 구름 쓸어버리게 하고는 지팡이 짚고 외곽으로 나가 싱그러운 광경 보고 싶다네 萬事中爲貴 만사중위귀 樂極亦生哀 락극역생애 箕疇雨暘叙休咎 기주우양서휴구 極無極備均㐫哉 극무극비균흉재 旱時思雨不厭多 한시사우불염다 及到多時悶又何 급도다시민우하 農家最怕白露雨 농가최파백로우 差過一犂損稼禾 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