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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관한 시 모음

딸에 관한 詩 모음

 

그리운 딸에게 /정연복 詩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

 

딸을 생각하면

그 말은 거짓말이다.

 

눈 가까이 있는 딸은

가끔 성가시기도 하지만

 

눈에서 멀어진 딸은

절대적 그리움이다

 

눈에서 멀어지는 순간

딸은 마음속에 꽃 피어난다.

 

곁에 있을 때

좀더 잘해 주지 못한 걸 후회하며

 

지금은 곁에 없는 딸이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눈에서 멀어지면 딸은

마음으로 더욱 가까워진다.

 

딸년을 안고 /김사인

 

한 살배기 딸년을 꼭 안아보면

술이 번쩍 깬다

그 가벼운 몸이 우주의 무게인 듯

엄숙하고 슬퍼진다

이 목숨 하나 건지자고

하늘이 날 세상에 냈다 싶다

사지 육신 주시고 밥도 벌게 하는가 싶다

사람의 애비된 자 어느 누구 안 그러리

그런데 소문에는

단추 하나로

이 목숨들 단숨에 녹게 돼 있다고도 하고

미친 세월 끝없을 거라고도 하고

하여, 한 가지 부탁한다 칼 쥔 자들아

오늘 하루 일찍 돌아가

입을 반쯤 벌리고 잠든 너희 새끼들

그 바알간 귓밥 한번 들여다 보아라

귀 뒤로 어리는 황홀한 실핏줄들

 

 

조선의 딸  /김남주

 

저기 가는 저 큰애기를 보아라

새참으로

막걸리 든 주전자를 들고

보리밥과 김치로

가득한 바구니를 이고

반달 같은 방죽가를 돌아

시방

논둑길을 들어서는

부푼 저 가슴의 처녀를 보아라

 

마른자리 반반한 풀밭을 골라

빨갛게 파랗게 원앙을 수놓은

하얀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들밥을 차리는

농부의 딸을 보아라

이 마을에 아니

이 나라에 하나뿐인

검은 치마

하얀 저고리를 보아라

 

―아부지 그만 쉬었다 하셔요

저만큼에서 허리 굽혀

나락을 베는 아버지 곁으로 가

아버지 대신 나락을 베고

―아저씨 밥 한술 뜨고 가세요

지나가는 낯선 사람도 불러

이웃처럼 술도 한잔 드시게 하는

조선의 딸 그 마음을 보아라

마을에 하나뿐인 아니 이 나라에 하나뿐인

 

 

양반집 딸   /구순자

 

먼지 낀 과자봉지 털던 할머니

어린 손녀 놀리는 아이들에게

야들아 우리 애기에게 욕하지 마라

이 아이는 양반집 딸이란다

 

히히히

호호호

촌뜨기 저 계집애가

양반집 딸이래

 

털이개를 번쩍 든 할머니

이놈들 저리 가거라

털이개 휘저으며

산동네에 떠다니는

먼지를 턴다

 

 

딸아, 너는  /목필균

 

9월 하늘은

올려다볼수록 시퍼런 바다다

수평선도 없는 바다로구나.

 

딸아, 너는

저 눈부신 바다를 가슴으로 안고 있니?

엄마는 너를 낳고 이제까지

저 하늘 바다를 보지 못했다.

 

하늘을 떠도는 섬에서 닻을 내리고는

머리 속 한 번 비워보지 못하고

돌아볼 새 없이 살았구나.

 

딸아, 너는

저 깊고 푸른 바다를 찾았어도

뱃길 몰라 허둥대는

엄마를 닮지 말아라.

 

마음으로 눌러 삼킬 울음이 있다면

 

가을비에 흠뻑 젖도록 쏟아내고,

너를 위한 노래를 준비하고,

너만의 풍성한 식탁도 마련하고

네가 자신에게 바치는 꽃다발이 되어라.

 

딸아, 너는

좁은 길로 들어섰던 엄마를 찾지 말고

네 가슴이 후련해질

저 시퍼렇게 쏟아내는 하늘빛을 보며

마음껏 너를 차지하며 살아라.

 

 

딸이 크면  /김용화

 

네가 커서 어미보다 예쁜 숙녀가 되면

백화점에 꼭 한 번 데리고 가서 비싼 옷 한 벌 사 입히고

사진 한 장 크게 박아 머리맡에 걸어 놓고 싶었는데, ……

그렇지만 딸아, 그 날이 너무 빨리 와 버렸구나!

 

 

딸  /박상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딸’하고 부르고 나면

괜히 가슴이 설렌다.

‘딸’하고 부르고 나면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저 ‘딸’하고 부를 뿐이다.

아이도 무슨 말을 하려고 부른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한번 씨익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리지만

이름을 부를 때와는 달리

나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자위도 잠시 풀어진다.

 

 

딸에게  /김세영

 

어느새

떠나려하느냐

 

개나리꽃 피던 날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걷던

너가 아니였느냐

물미끄럼틀 타면서

둘리처럼 깔깔대며 웃던

너가 아니였느냐

 

방패연처럼

얇은 가슴으로

12월의 찬바람을

어찌 견딜 수 있겠느냐

수수깡처럼

여린 어깨뼈로

세상의 무거운 짐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치마저고리를 다림질하던 날

어미는 가시나무새처럼

몇 날 밤 베갯잇을 적시더구나

아비는 괜스레 허전하여

수능 본 날 밤

너랑 함께 걸었던 양재천

둑길을 밤늦게 혼자 걸었단다

 

이제

떠나려하느냐

그러나 언제나

기억하여라

 

아침 해보다 먼저

아비는 깨어나 있고

부엉이처럼 밤늦도록

잠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서 맨 처음

너를 품어주었던 그날처럼

어미의 날갯죽지는

변함없이 따스하다는 것을

 

 

딸의 소식  /문정희

 

아버지, 저 여기 살아 있어요

그날 제 품에 숨긴 칼로 낙랑의 북을 찢을 때

제가 찢은 것은

적이 오면 저절로 운다는 자명고가 아니었어요

제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손으로 아버지의 나라를 찢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선명합니다

두려움과 죄의식으로 후들거리며

맹목 속에 온몸을 던진

저는 그때 미친 바람이었어요

호동은 달처럼 수려한 사내

하지만 북을 찢고 제가 따른 건 호동이 아니었습니다

제 사랑은 전쟁의 아찔한 절벽에 핀 꽃, 세상에

파멸밖에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 있다니요

검은 보자기 홀로 뒤집어쓰고

손에 쥔 칼 높이 들어 북을 찢을 때

하늘의 별들 우르르 떨던

그 캄캄한 절망만이

온전히 제 것이었습니다

 

 

딸에게  /최대희

 

나이며

내가 아닌 희망이여

 

바다와

하늘의

깊고

푸름만 모아

 

나누고

베풀어주라 말하면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나도 사람인데?

 

걱정하지 마라

하얀 고봉밥같이 봉긋한

네 젖가슴 속엔 허기를 채워줄

사랑이 무장무장 들어 있잖니

출가하는 딸의 노래  /정연복

 

당신의 품속 맴돌던 제가

이제 집을 떠납니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생명의 탯줄

 

스물여덟 해 동안 정들었던

집을 떠나갑니다.

 

때가 되면 바람에 실려

미지의 곳으로 날아

 

새 생명을 꽃 피우는

민들레 홀씨같이

 

행복한 가정’이라는

꽃 한 송이 피우려 떠나갑니다.

 

한평생 목숨 바쳐 사랑할

참 좋은 사람을 만나 떠나는 제게

 

잠시의 슬픔 너머

힘찬 격려의 박수를 쳐주세요.

 

그 동안 베풀어주신

지극 정성의 그 사랑 힘입어

 

기대에 어긋남 없는

사랑과 평화의 가정을 이루겠습니다.

 

온 맘으로 감사 드려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

 

 

어린 딸에게 /마종하

 

착한 사람도 공부 잘 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 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축" 졸업하는 딸에게 /운봉 김경렬

 

창공을 보라

웅지는 저너머이니

 

창해를 품어라

야망은 저 대양이러니

 

하룻밤

단꿈 속삭임에 속지마라

 

 

딸   /장렬

 

스무 살, 딸 아이 방은

늘 잠겨 있다

아빠도 그 방에 들기를 거부한다

늦은 밤, 아이들 숨소리를 확인하고픈

아비의 마음도 박절하다

 

속살을 뜯어 입 속에 넣어주며

꽃보다 고운 꽃으로 감싸 잠재우던

내 아이

어느새 남이 된 듯 따로 공간한다

 

-섭해 말아요, 딸자식 크면 문밖이요-

아내가 달래듯 가볍게 등 기대며 다가선다.

 

 

생일 맞은 딸에게 /박태강

 

아침햇살에 이슬맺은

꽃망울 터지듯

애고의 울음 터터린 너

 

그날을 기빠진

생일날 이라 하지

조그만 쪼막손 예쁜애기

 

너가 벌서 또 쪼막손의 어미되어

또 너 생일을 맞이 하였구나

감회와 기쁨이 교차 하는 날

 

너를 보니 대견 하기도

어미 되니 이젠 부모 마음 알겠지

이 마음이 다음 또 너 자식에게 하는 말

 

많은시간 흘러도 이마음 세월타고 가겠지

너의 기쁜 생일날

기쁨반 서글픔반인 것은 세월 탓이련가

 

쪼막손 가진 너의 마음

부모 마음속에 영원히 아름하게

행복 충만한 사랑으로 아방궁을 만들라.

 

 

사랑하는 큰딸아  /김영길

 

나는 너를 무척

세상에 귀한 딸로

너의 응급실 입원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였다.

 

부모가 갔을 때

이불 덮어쓰고

네가 펑펑 쏟는

 

눈물에 엄마

아빠도 울었다

 

외로움에 가족이

그리워 부모 형제

불렀지 큰 딸아

네가 아픈 고통을

 

겪는 데 부모는

깊어가는 이 밤

너를 생각하니

눈물만 나는구나.

 

 

고명딸  /곽정숙

 

함박눈이 내리더니

종달새 입으로

맑은 노래 부르며 온다.

 

맑은 웃음이거나

밝은 희망을 가지고

내 가슴에 살포시 안긴다.

 

축복의 눈꽃이 끝없이 내리고

가슴 저리게 예쁜 너에게

아빠의 입맞춤이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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