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
소설가 박경리씨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다음은 박완서씨가 썼던 글이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살아오면서 볼꼴, 못 볼꼴 충분히 봤다
한번 본거 두번 보고 싶지 않다
한겹 두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두 분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였다
그러면서도
조용한 시골집에서 삶을 마감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若水)이라는 뜻이다
위의 두 분은 물처럼 살다 간 분이다
흐르는 물처럼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 부쟁의 삶을 살았고
만물을 길러주지만 공을 과시하지 않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을 살았다
두 분의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자유이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서 배우고
만나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며
장강(長江)의 글을 쓰면서
그 글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말했다
말년의 두 분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보여 주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박경리씨는 원주의 산골에서
박완서씨는 구리의 동네에서
노년의 침묵을 가르쳐 주었다
천천히 걸어도 빨리 달려도
이 땅에서의 주어진 시간은
오직 일생뿐이다!
더러는 짧게 살다가
더러는 조금 길게 살다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