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에 관한 시모음 ]

12월은
12월은
우리 모두
사랑을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잠시 잊고 있던
서로의 존재를
새롭게 확인하며
고마운 일 챙겨보고
잘못한 일
용서 청하는
가족 이웃 친지들
12월은 우리 모두
은총의 시간에 물든
겸손하고
따뜻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벗으로 가족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계절입니다.
초겨울 사랑이야기/정심 김덕성
초겨울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주 놓고
떠나는 마지막 잎새를 보며
너와 나는 무슨 말이
필요하지 않았지
그 잎새가 다가와
나누는 간지러운 속삭임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잎새
다가와 말을 하였지
서로 사랑하느냐고
사랑하면 나처럼 떠나지 말로
오래오래 사랑하라고
이 말을 들은 난
너에게 다가가 포옹
진하게 피어오르는 커피 향에
우리 사랑은
초겨울인데도 익는다
초겨울 산사(山寺) /임재화
엊그제 불어 젖힌 찬바람에
샛노란 은행잎이 모두 떨어져
고즈넉한 산사 앞에 가득 쌓였다.
바람도 잠시 숨을 멈춘 초저녁
인적 하나 없는 산사의 모습
장엄한 범종 소리만 들려온다.
사람들 모두 어디를 갖는지
오직 초겨울 싸늘한 바람만이
저만치서 휘하고 달려오는데
몹시 찬바람 불어 젖히는 저녁
어느새 천 년 고찰 어둠 내리고
산천초목마저도 참선에 들었다.
初 冬 /하현식
탐조등도 멎고
새벽에
마른 기침들이 떨어진다.
여자들은 벗은 채로
도시를 버리고
떠나는 사내들과
돌아오는 사내들이 서로 만난다.
문 밖에서
퉁소를 부는 입술이
달이 지는
낮은 울타리를 돌아가고
산등성이로
聖書를 든 아이들이 오고 있다.
초인종이 울리고
새벽마다
사내들의 방에서
여자는 한꺼번에 타버린다.
초겨울 단상 /未松 오보영
-나잇값 소고小考
살아온 경륜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이에는
나이에 걸맞는 품격이 전제됨이라
만약 나이 먹은 만큼의
도리는 하지 못하면서
단지 나이를 더 먹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상대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행태를 보이는 건
크게 잘못된 짓으로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됨이라
특히 공직을 수행하는
공적인 관계에서
나이를 들먹이는 건
열등감의 표출일 수도 있으며
공적公的인 역할에 맞게
상호 존중의 도리를 다함이
당연한 사회윤리이고 질서라
나이가 든 만큼의
품격과 덕행을 보일 경우
나잇값을 한다고 존중받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나잇값도 못 한다고 비하됨이라
초 겨울 비 /박동수
떠나가야 하는 계절의
머물지 못한 이별
슬픔 잊으려는 눈물이
열기 식히며
초 겨울비로 내리네
떠나갈 색색의 정들
초겨울 비바람에 날리며
추적 이는 이 밤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풍지 바람처럼
가슴 속을 식히고 있네.

늦가을이 산란한 초겨울 /정민기
산란이 가까워져 온 늦가을이
울긋불긋 얼굴 물들어 오르더니
금세 초겨울을 낳아놓았다
시시때때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건달처럼 불어오는 바람이 차
태어난 해에 돌아가신
아배 생각 못 하고 쩔쩔매고 있다
국화 꽃잎에 햇살을 대고 킁킁거리는
해가 소박하게 따사로운 오후
바람은 때론 살가운 부처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보이면서 자리를 비웠다
간헐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바람의 욱하는 성질을 버릴 수 없을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서녘 하늘에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같은 노을 한 장
말려 놓은 것처럼 얌전히 걸쳐졌다
잘못 없는 물방울도 얼려버리는
겨울의 횡포는 달의 빛이 차오르도록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눈물 젖은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정처 없이 떠나가다 발길 닿는 곳에서
여정의 지친 몸을 달래주고 있다
차갑게 웅성거리면서 바람이 불어와
회를 뜨듯 한 점, 한 점 살을 저민다
초겨울 아침의 단상 /박인걸
흰 입김 흐르는 골목길에
낡은 단풍잎이 일제히 누웠다.
밟고 간 발자국들이
밤새 얼음꽃을 틔웠다.
높은 하늘 아래 찬 바람이
쉼 없이 낡은 나뭇가지를 흔들면
세상은 서글픈 떨림으로
자신을 증명하듯 조용하다.
길섶의 국화 잎에 맺힌 서리는
지나간 계절의 숨결 같아
손끝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덧없음이여 아름다움이여!
햇살은 부드럽게 땅을 감싸고
기억의 작은 틈새를 비춘다.
잠시 멈춰선 이 순간에도
삶은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겨울의 초입에서 /태안 임석순
눈이 내리던 그날 밤
우리는 서로를 꼭 안았지
차가운 바람 사이로
따뜻했던 우리의 손
골목은 하얗게 물들고
별빛이 반짝였어
겨울의 향기가 스며든
우리를 둘러싸네
겨울의 문턱에 서서
우리가 마주한 눈빛
그 순간 멈추길 바랐어
영원히 함께
첫눈 오는 아침에
우리 미소가 떠올라
한 걸음 한 걸음씩
서로에게 다가가고파
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온기야
어두운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별 같아
겨울을 이끌고
우리가 나아가는 길에
희망을 품은 봄이
다가오고 있네!
초겨울 비 /오옥섭
초겨울 비가 내린다
바람에 채인 낙엽위로
담장에 산수유 빠알간 열매 위로
겨울비 무서리 두렵지 않은 듯
잎 떨군 산수유 나뭇가지 힘껏 붙들고
겨울 하늘 독차지했다
저문 가지 끝 붉은 열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김종길 시인님 성탄제> 중
12월이면 자주 읊조려보는 시
뜨거운 아버지 사랑
느끼게 하는 명작
가족의 아픔 다 묻을
무덤이 되기도 하는 아버지
아득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큰 별님 그리워지고
초겨울 비, 진눈개비 되어 창문 때리는데
산수유 처마 끝 풍경처럼 흔들린다.
초겨울 비 /나형식
가을이 가면서 못내
아쉬운 둣 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가을에 딸린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비는
야속하게도 겨울비
되어 내립니다
내 님도 이 비 따라
갈려고 정리하며
눈감고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초 겨울비는 그렇게
가면서 또 하나의
재회를 꿈꾸며
멀어져 가는 늦가을
비입니다
초겨울비에 마음 달래고 /은영숙
떠나면서 철철이 곱게 입은 옷 벗어 던지고
켜켜이 쌓아놓고 우뚝 서서 버티는 나목
초겨울비는 차가운 대지위를 적신다
온산야에 홍엽곱던 낙엽 숨죽이고
맨살내놓고 겨울잠꿈을 청하는가
산새들나무 허리에 초가집 짓고
연정가득 오손도손금침펴고 씨앗뿌려
비에 젖은 산숲의 나무가지마다 팔벌려
능선으로 산안개 모락모락하얀구름꽃피는
산골마을밤은 깊어가는데
멀리 들려오는 산새소리 비울음도 슬픈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것 같은 발자국소리
비바람의 현을 치는듯 어른거리는 그림자하나
동공으로 찾아오는 그 이름이 그리워지는 밤
새벽으로 가는 고요한 여명 한무리 새들이 아침을 열고!
초겨울 단상 /오보영
종종걸음 치는
발걸음에서
가속도 내어 달려오는
겨울을 본다
발그래진 볼
뿜어나오는 입김에서
멈추어 서있는
하얀
겨울을 느낀다
초겨울에 온 편지 /김용관
하늘이 써 준 편지를 들고
가슴에 춤사위로 앉아
잠시 사연도 말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낮선 사네의 가슴인가보다
복상사(腹上死)를 당한
여인네의 기막힌 가슴일까
펑펑 우는 것을 보면
속마음이 그리도 아픔이 있었더냐.
바람 등에 업혀 가는 구름과
구름 등에 업혀 가는 향기처럼
못다 한 눈꽃의 설음이 타고 있는지
겨울 까마귀는 뿌연 하늘에서 울고
내게 온 초겨울 편지는
거짓말을 못하고 운다.
초겨울初冬 /학뫼 노치환
초겨울 맞이하는 찻집 앞
은행나무 남은 옷 빼앗아 간
뒤울이 보낸 초겨울의 질투
세 계단 올라온 홀로 은행잎
사랑해 줄 그 누구
기다리는 속 마음 모르고
계단 밖으로 끌어냅니다
끌려가면서 애절하게
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초겨울 알 수 없는 길 어디쯤
힘들고 피곤한 몸 쉬고 싶어
자취 감추겠지요
노을 그림자 나무계단 지나
초겨울 냄새 가득한
찻 집 문 열고
어디로 든 지 떠날 곳 모르는
나이 무거운 몸일지라도
오색 단풍과 많이 헤어저 본
조심스러운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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