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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교실

그림을 그리는 자세와 붓을 쥐는 요령

그림을 그리는 자세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일은 몸과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재료가 있다 해도

 주위가 산만하거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먼저 도구를 깨끗이 씻고 제자리에 정돈하고 맑은 정신으로 먹을 갈기 시작한다.

보통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방은 하루 종일 일정한 양의 빛이 들어오는 북쪽 방이 무난하다.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수묵화 역시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만큼 조용한 분위기의 방이 좋다.

 오후나 저녁 시간보다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과 새 기분으로 차분히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도구는 항상 제자리에 두고 언제든지 그릴 수 있게 수시로 깨끗이 닦고

그림을 그리기에 알맞게 배치해 둔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으로 그리는 것을 감안해서

 오른쪽에 벼루, 붓, 물통, 접시 순으로 배열하고 종이는 몸의 정 중앙에 편다.

종이는 바람에 날리거나, 구겨짐을 방지하기 위해 문진으로 눌러 준다.

그림을 그리는 자세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책상위에 종이를 펴서 선 자세로 그리는 방법과 의자에 앉아서 그리는 방법,

그리고 방바닥에 앉아서 그리는 방법이다.

 

서서 그리는 방법

 

서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똑바로 선 자세에서

왼발을 오른발보다 조금 앞으로 나가게 하여 몸의 균형을 잡는다.

두 발을 나란히 하는 것이 몸의 균형이 잘 잡히는 것 같지만

쉽게 피로가 오기 때문에 좋지 못하다.

책상과 몸의 거리는 주먹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띄우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책상위에 짚어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그림은 앉거나 서서 그리는 신체의 조건을 고려해서

 알맞은 높이의 책상과 의자를 택하는 것이 좋다.

키가 큰 사람이 낮은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면

 쉽게 요통이 오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팔이 종이 끝까지 못 미치기 때문이다.

 책상의 높이는 75cm를 전후한 것이 좋고

의자는 움푹 가라앉는 것보다는 나무의자처럼 좀 딱딱한 것이 좋다.

 

앉아서 그리는 방법

 

의자에 앉아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가슴을 펴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기마 자세로 앉는다.

 발은 서서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왼발을 조금 앞으로 내민다.

왼손은 몸의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책상 가장자리에 깍지를 낀다.

오랜 시간 동안 서거나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

허리나 어깨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방바닥에 앉아서 그리는 방법

 

책상 위에서 그릴 수 없는 큰 그림을 그릴 때 그리는 방법으로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왼손으로 방바닥을 짚어 엎드린 자세로 그리는 방법과

가부좌 자세로 앉은 다음 오른발을 가슴에 품은 자세로 왼팔을 바닥에 짚고 그린다.

 

붓을 쥐는 요령

 

수묵화를 그릴 때 붓을 쥐는 요령은 서예에서 붓을 잡는 방법과 같으나

 세예는 단순한 선을 긋는 것이지만 그림은 좀 복잡한 것이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팔의 자세에서 서예는 팔꿈치를 책상위에 대고 쓰기도 하고

왼손등에 오른팔을 얹어 쓰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에는

 팔꿈치를 들고 팔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붓 쥐는 요령은 서예에서는 붓의 중심이나 조금 밑을 잡지만

그림을 그릴 때에는 붓대의 중심보다 위를 잡는다.

왜냐하면 붓의 중심보다 밑을 잡으면 손등에 종이가 가려져서

전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붓을 가능하면 중심보다 올려 잡는다.

붓을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붓을 쥐고

가운뎃손가락과, 약지, 새끼손가락으로 붓대를 받치는 '단구법'이 있고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으로 붓대를 잡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받치는 '쌍구법'이 있다.

이 두 방법 모두 글씨나 그림을 그리기에 알맞은 방법으로

 큰 그림을 그릴 때는 후자의 방법이 적합하고

작은 그림을 그릴 때는 전자의 방법이 좋다.

붓은 손가락 마디 사이에 쥐는 것보다는 손끝을 붓대에 가지런히 대는 것이 좋고

손바닥은 계란 한 개 정도 들어갈 만큼 공간을 남긴다.

 공간이 좁은 것은 너무 손가락에 힘을 많이 준 것으로

 손이 부자연스러워 힘찬 선을 그을 수 없다.

 

손끝으로 붓을 쥐면 그 만큼 손바닥 공간이 넓어지고

힘이 덜 가기 때문에 좋은 선을 그을 수 있어, 이 방법을 많이 쓴다.

붓은 붓봉(털)이 팽이 모양과 같아서 중심이 항상 모여 있어야

 좋은 선과 획을 그을 수 있고 어느 방향으로든지 붓을 움직일 수 있는 원리가 된다.

선을 그을 때에는 붓끝(심)이 정중앙으로 지나가게

붓을 수직으로 잡고 붓에 있는 모든 털이 화선지 위에 내리 꽂히듯이 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팽이가 잘 돌아가게 채찍으로 때리면

 어느 방향으로든지 갈 수 있는 구심점이 있는 것과 같은 얘기이다.

 

이러한 방법을 '중봉'이라 하고 모든 서예의 선과 획을 긋는 원리이다.

선을 긋는 요령은 처음에 한일(一)자로 시작하여

세로, 사선, 동그라미를 그어 직선과 곡선 획을 차음 익혀간다.

처음부터 한 획을 단숨에 긋지 말고 두세 번 정도 머물 듯이 선을 그어간다.

 붓은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 만큼 먹물을 묻혀 선을 그으면

붓털이 쓰러지기 때문에 쓰러진 붓을 일으켜 세우기 위함이다.

중봉을 만드는 요령은 붓끝의 날카로움을 감추기 위해서

긋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조금 그은 다음

붓을 멈추어 세운 다음 원하는 방향으로 붓을 움직인다.

 

 붓끝의 방향을 바꿀 때 주의할 점은

긋고자 하는 선의 굵기를 결정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붓끝과 손의 힘을 조절해야 한다.

붓이 머물고 선이 끝나는 곳에서는 붓끝에 힘을 주어 붓을 세운 다음 붓을 뗀다.

 이러한 동작을 '회봉'이라 하는데 다시 벼루에 먹을 묻히고

 붓봉을 세울 필요가 없이 바로 다음 선을 그을 수 있는 요령이다.

맑은 물로 붓을 씻고 붓끝에 짙은 먹을 묻혀 적당히 물기를 뺀 다음

먹물이 말라서 갈필이 나올 때까지 여러 선을 긋는 연습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야만이 붓에 물의 양과 종이에서 번지는 감각을 익힐 수 있고,

 한 번 적신 먹물로 다양한 먹선의 변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붓의 굵기와 털의 길이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진다.

붓은 붓촉의 중심까지만 사용하며

 붓촉의 길이를 3등분해서 2/3정도만 사용해야 한다.

가는 선을 그을 때에는 붓촉의 물기를 빼어

붓끝을 바르게 하면 큰 붓이라도 얼마든지 가는 선을 쓸 수 있다.

처음 배울 때에는 가능한 측필을 사용하지 말고 중봉으로 선을 긋고,

완전히 중봉선이 된다고 느꼈을 때 측필을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중봉은 선의 느낌이 둥글고 힘이 있어 보이고 단순하지만

 측필은 선이 넓어 보이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측필은 잎을 그리거나 바위, 늙은 나무줄기를 그릴 때 사용한다.

붓은 연필을 잡듯이 잡으면 안되지만 연필로 글씨를 쓰듯이

붓의 사용을 너무 법칙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스러운 마음으로 잡고 그려야 그림 또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출처:채운의 묵향과 일상의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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