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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글방

6월의 詩 모음

 

[6월의 시모음,6월에 관한 시]

 

 

6월의 시

 - 김남조 -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가도 싫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

 

​6월

- 김용택 -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 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 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의 시

- 이해인 -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00

+ 6월의 언덕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노천명·시인, 1912-1957)

 

 

+ 청시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김달진·시인, 1907-1989)

 

 

+ 유월- 副詞性 8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 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風景
(이문재·시인, 1959-)

 

 

+ 6월엔 내가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
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
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
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
,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영국 시인, 1844-1930)

 

+ 무명인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에밀리 디킨슨·미국 여류시인, 183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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