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길에서
우르르 몰려와 발아래 궁구는
단풍잎 한 개를 주었다.
곱게 붉어진 입술,
여름내 부풀던 푸른 가슴이
갸릉갸릉 숨이 찬 모양이다.
주워 든 손이 시리고,
콧등이 시큰한 것은 설핏하게 스치는
늦가을 바람의 탓이려니 해도,
가늘게 잡히는 핏줄
바둥거리는 허리뼈의 울음을 달래는 시간,
아득한 세월을 손에 쥐고,
서러운 미망의 시간 안으로
가을 산은 또, 어이 눈물 바람인가.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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