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 없이도 가버린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가올 햇살과 빠른 걸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데상브르 거리 위에 서 있는 나는
두고 온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몇 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거쳐온 버스
차창 밖으로 하얀 눈은 흩날리고
누군가의 좌석 밑 장갑 한 짝을 바라보며
버리고 온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잘 들어갔냐고 아무도 묻지 않는 밤
모든 것을 알고도 조용히 덮어버리는 흰 눈
원래부터 따뜻한 장갑 속에 있던 것처럼
나는 하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성에 낀 창에 들어 있는 새벽
애써 물 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한 송이 붉은 꽃 같은 첫 햇살
창을 열어도 도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김소희, 시 '새로 나온 햇살이어서 좋다'
어제 든 햇살과 조금은 달랐습니다.
그리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거쳐 맞은 1월.
버리고 온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잊어버리고
한 송이 붉은 꽃 같은 첫 햇살처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