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1) / 괴테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진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5월 아침의 노래 / 밀턴
마침 낮의 사자, 눈부신 햇볕이
동쪽에서 춤을 추며 나타나
꽃 같은 5월을 이끌면
그녀는 푸른 무릎에서 노란 구륜초와
여린 빛 앵초를 집어 던진다.
환희와 젊음과 따스한 모정을 북돋우는
풍요한 5월이여, 환호하라
숲과 잔풀은 그대의 옷으로 단장했고
언덕과 골짜기는 그대의 은덕을 자랑했나니
그래서 우리는 아침 노래로 그대를 맞아
환대하며 오래 머물러 주길 기원하노라.
고귀한 자연 / 벤존슨(1572-1637) 영국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나무가 크게만 자라는 것과 다르다
참나무가 3백 년 동안이나 오래 서 있다가
결국 잎도 못 피우고 마른 통나무로 쓰러지기보다
하루만 피었다 지는
5월의 백합이 훨씬 더 아름답다.
비록 밤새 시들어 죽는다 해도
그것은 빛의 화초요, 꽃이었으니
작으면 작은 대로의 아르마움을 보고
삶을 짧게 나눠보면 완벽할 수 있는 것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독일시인-Heinrich Heine 1797-1856)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5월 /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 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 넘어 영마루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짓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5월 /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좀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 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
5월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山 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푸른 5월 / 노천명
靑磁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 잎에 ㅡ
여인네 행주치마에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네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나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 나물 가잎 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ㅡ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이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월의 시....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오월의 신록......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5월의 아침....윤준경
모두들 가고 있구나
5월 나뭇잎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초록의 터널을 지나
저마다 한 뭉치의 희망
넘치는 꾸러미 한아름 안고
사과씨 뿌려진 아스팔트 위를
나도 가고 있구나
삶은 이런 것이려니
늘 스치고 지나는 일도
문득 뜨겁게 다가서는 것
어둠의 황량한 거리 초록불 켜지면
저 당당한 어깨 한 치의 오차 없는
발맞춤을 보라
사과씨는 움이 트고 다시 태양은 뜨리니
저려오는 다리 아린 팔뚝도 잊고
5월의 새 아침, 가로수 아래
빛나는 이마
참 아름답구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5월 .....안재동
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
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곳으로
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
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
겨울 함박눈처럼
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아기 손처럼 귀엽고 보드라운,
막 자라나는 메타세쿼이아의 잎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만져보노라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결되어 있던
피멍 하나 터져
그곳에서 새순이라도 쑤욱 돋아나는
느낌이 든다
5월엔,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여전히 그때의 그 싱그러운
당신의 얼굴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언제나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
따사로운 햇살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집먼지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어디에선가 꼭꼭 숨어
유서라도 준비할 것만 같은
그런 사람아
5월.....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월 찬가.....오순화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5월의 노래....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五月...김동리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5월의 초대......임영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5월........김태인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있네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난 개구쟁이처럼 강
물에서 미끄럼 타고있네요
저, 능청스런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런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5월의 시.....이문희
토끼풀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속에 들어가
빛 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5월......최금녀
여기 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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