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7월을 드립니다.
7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예쁘고 고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7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7월을 가득 드립니다.

칠월에 거두는 시 / 김영은
유월의 달력을 찢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바다 내음 풍기는 추억의
아름다움을 주우러 가자.
지나간 세월의
아픔일랑은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 버리고
젊음을 주우러 가자.
유월의 지루함 일랑은
시간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태양을 주우러 가자.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일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은 열정의
열린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칠월의 구르는
숫자 속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주우러가자.
단풍잎 물드는 구월엔
칠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낙엽 지는 시월엔 또다시
사랑을 주우러가자.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 박철
사랑은 큰일이 아닐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등을 한 번 만져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 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7월 / 유봉길
직장 잃고 집에서 빈둥대는
스물아홉살 옆집 아가씨
지어미 잔소리에
죄 없는 여름햇빛 나무라며
뽀얀 종아리 휘저으며
동네 슈퍼에 들러
오백원 짜리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싸구려 여름을
가슴 깊이 엎지르는
두터운 브래지어 같은
7월

7월에게 /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7월의 편지 / 박두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칠월 / 조민희
햇살 짜글거려
화드득 타는 배롱나무
타는 매미 울음
타들어가는 밭고랑에
어머니
타는 속내가
녹음보다
더 짙다.

7월 / 권경엽
닮으라며, 하늘
되게 몰아치는 된바람
숲은, 숲은
아랫입술 잘근 깨물고
휘청이며 뒤척이며
새파래져 간다.

7月 / 김명배
자식을 앞세우고 남은
7月은
에밀레 에밀레 하얀 울음.
나는
너무 쉽게 울지만
너는 그렇게 울지 마라.
어디선가
부처로 태어날
돌 하나가
시방 막 작은
맥박을 시작한다.
7월의 고백 / 김경주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자 한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 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튀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7월의 시 /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 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 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백일홍 / 원종구
누가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한이 사무치면
저 또한 아닌 것을
님 향한 그리움인가
타향살이 설움인가
칠월 무더위에
백 날을 지고 피고
풍년을 바라오면
이팝꽃을 피울 것을
흉중에 서린 한
붉게도 피고 지고
무슨 사연
저리도 서러워
7월 무서리에
감은 눈 다시 뜨는가

개망초 / 박준영
6, 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 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7월 / 홍윤숙
보리 이삭 누렇게 탄 밭둑을
콩밭에 김매고 돌아오는 저녁
청포묵 쑤는 함실 아궁이에선
청솔가지 튀는 소리 청청했다.
후득후득 수수알 흩뿌리듯
지나가는 저녁비, 서둘러
호박잎 따서 머리에 쓰고
뜀박질로 달려가던 텃밭의 빗방울은
베적삼 등골까지 서늘했다.
뒷산 마가목나무숲은 제철 만나
푸르게 무성한데
울타리 상사초 지친 잎들은
누렇게 병들어 시들었고
상추밭은 하마 쇠어서 장다리가 섰다.
아래 윗방 낮은 보꾹에
파아란 모기장이
고깃배 그물처럼 내걸릴 무렵
여름은 성큼 등성을 넘었다.
칠월 / 이수인
장맛비 그친 하늘 위에
구름꽃 둥둥 피어나고
풀벌레 소리높여 노래하는
할머니 모시저고리보다
햇빛이 더 짱짱한 칠월
피자두 적포도 청포도 복숭아
한입 물면 새콤달콤한 달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
넉넉하게 살찌우고 가는 칠월
한 해의 반은 감사로 보내오니
남아 있는 소망도 접지 않게 하소서
멀리서 오고 있는 가을을 위해
나지막이 기도하게 하소서

칠월 / 나호열
눈 오는데 목욕하고 팥죽이나 먹으러 갈까
청포도 같은 싱그러움으로 익어 가야 할, 물들어 가야 할
입 안에 붉은 앵두 몇 알 터질 듯
오물거리는 그 말
사분음표로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그 말
마악 알에서 깨어난 휘파람새가
처음 배운 그 말
하늘을 푸른 술렁거림으로 물들이는 그 말

7월은 행복한 선물입니다. / 윤보영
7월입니다.
1년의 반을 보내고
다시 반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7월도 의미 있게 보내겠습니다.
지금까지
행복한 1년을 준비했다면
앞으로는
행복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나누면서 보태겠습니다.
7월에는
친구를 만나고
주위를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겠습니다.
부지런한 나를 위해
박수를 치겠습니다.
하지만 7월도
사랑이 먼저입니다.
7월 내내 웃으며 보낼 수 있게
내가 나에게 사랑을 선물하겠습니다.
건강한 7월!
웃음 가득한 7월로 만들어
마중 나온 8월을 만나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내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7월의 노래 / 엄기원
여름은 화안한 웃음인가 봐?
여름은 새파란 마음인가 봐?
풀도 나무도 웃음이 가득
온통 세상이 파란 빛이야
숲에서 들린다, 여름의 노래
들판에 보인다 여름의 빛깔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정말 7월은 요술쟁이야
7월의 고백 / 김경주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7월 14일 밤 / 유금
큰비 뒤에 밝은 달 보니
오래 못 만난 벗을 만난 듯
쓸쓸히 사방의 하늘을 보니
달빛이 환하게 허공을 비추네
벌레는 곳곳에서 찍찍찍 울고
담 모롱이에는 서늘함이 가득하여라
방을 내고 뜨락에 못을 만들어
물 채우니 올챙이 생겨났어라
이슬 젖은 꽃에 거미줄 있어
큰 거미가 노인처럼 잠을 자누나
맑은 날씨 다시 돌아오니까
아내가 참외를 보냈군 그래

7월의 시 /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 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7월 / 김지헌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
옆집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하고 있나봐
숨가쁜 호흡이 들려
잔뜩 귀 기울이다
더 가까이 가 보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잔기침 소리만 내고 있잖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툭툭 건드렸더니
하늘 한쪽 기울여
가장 깨끗한 햇살 파편들을
눈 못 뜨게 쏟아 붓잖아.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이 오면 /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능수화는 피어나는데 / 신영자
능수화 꽃피움을 기다린 당신인데
꽃 향기 가슴져려 타는 꽃잎 눈물이네.
그윽한 주홍빛 향기는 애절한 눈길인가.
님 떠난 빈자리에 철없이 피운 꽃잎
한나절 여린가슴 서러움이 맴을 노네
창가에 시름없는 바람은 목소리의 울림인가.
7월의 작은 기도 / 정연복
나무마다 무성한
초록 이파리들
무더위와 소낙비 속에
더욱 푸르러 갑니다.
내 삶의 열기
서서히 뜨거워지게 하소서
나의 가슴속에
사랑의 소낙비 내리게 하소서.
[출처] 7월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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