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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글방

< 서산대사의 해탈시 "인생 " >

< 서산대사의 해탈시 "인생 " >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가?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나?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말며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위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 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세상

있고 없음으로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나가세

다 바람 같은 것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나가면 고요하고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세상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잡아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펴보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는 법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데 있겠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겠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다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인생이 다 그런 거라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짐이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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