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에는 / 목필균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4월의 비빔밥 /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4월의 노래 / 정연복 꽃들 지천으로 피는데 마음 약해지지 말자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진달래 개나리의 웃음소리 크게 들리고 벚꽃과 목련의 환한 빛으로 온 세상 밝은 4월에는 그냥 좋은 생각만 하고 살자. 한철을 살다 가는 꽃들 저리도 해맑게 웃는데 한세상 살다 가는 나도 웃자 환하게 웃자.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김용화 詩 모음 ↓ 목련 화들짝- 꽃망울 터트려 놓고 알종아리 파들거리며 하늘 아래 까치발 선 막무가내 4월의 불량소녀들! 자목련 하늘나라로 간 소녀들, 하늘나라는 심심하고 답답해 밤사이 어른들 몰래 놀러 나왔다 깜빡, 담장 위에 벗어 놓고 간 어여쁜 꽃신 봄밤 보리술 씬냉이국에 그대 목소리 동동 띄워 맑은 귀로 담아내는 청복의 밤 평창강 물수리 물수리가 수면 위를 스치듯 잽싸게 누치 한 마리를 낚아챘다 물수리 품에 안겨 번뜩이는 은빛 비늘 세우고 하늘 여행 떠나는 누치, 물수리 나랫짓 따라 좌로 우로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 주었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고갤 갸우뚱, 멍한 눈으로 하늘 속을 들여다본다 청명淸明 쟁깃날에 화들짝, 놀란 흙의 속살이 파헤쳐진다 잘 익은 쇠똥 냄새가 난다 잔등이 시린 실뱀 한 마리 파르르- 꼬리를 떨며 자꾸 흙더미 속을 파고든다 곡우 단비 하늘이 때를 알아 비를 내리십니다 달팽이는 긴 뿔대를 세우고 가재는 바위를 굴리며 청개구리는 연잎 위에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물새는 수면을 차고 날며 잉어는 못 위로 뛰어올라 농부는 땅에 엎드려 온몸으로, 오시는 비를 마중합니다 먼길 한 사날- 진달래꽃 길을 따라 혼자 걸어서 그대 사는 먼 곳 외딴 그 오두막 찾아가 보고 싶네 폭설처럼 꽃 지는 저녁 길 위에 엎어져 영영 잠들어도 좋겠네 꽃신 한 켤레 허리춤에 달랑 차고 소래산 진달래꽃 언제 보아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산 밀물 드는 포구에서 짜디짠 소금바람 불어오면 소래산 진달래는 석양에 붉게 핀다 앙상한 가지마다 고만고만한 작은 슬픔들 거느리고 해마다 붉게 피는 소래산 진달래꽃 |
詩心에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