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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봄에 관한 시

🌷🌿몇 번째 봄 / 이병률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꽃이 피는 봄 / 강원석​

​초록 하늘이 햇발을 빚어

흰 눈이 떠나는 가지 위에 떨구면

겨우내 묵혀둔 아련한 마음도

파릇하게 새순돋아 기지개를 켜고

​숨 가빴던 차가운 시간들이 녹고 녹아

아지랑이로 태어나는 그날이 오면은

나뭇잎 푸름아래 그늘이 자라고

꽃송이 붉은 잎 열려 향기가 고이고

아기 울음 울어대는 새소리가 들린다

봄이구나 봄꽃이 피는 봄이 왔구나

봄에는 흙냄새 물어오는 바람부터 좋아라

봄에는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모두 다 좋아라

🌷🌿봄꽃의 노력 / 김선희

잔디밭 푸르름 사이

작은 키를 가진 꽃들

알 수 없는 이름으로도 곱다

알아줄 것 같지 않은

눈높이 앞에서도

고움을 느끼게 하는 마음

작아서 이쁜 것들

대단하지 않아도

작아지는 마음 안에서도

작은 키를 가진 꽃들은 만개하였다

최선을 다해 활짝 웃고 있다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살구꽃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봄 사람 /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 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글몽글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쉬는 네가 좋아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 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았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자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때때로 봄은 / 문정희

때때로 봄은

으스스한 오한을 이끌고

얇은 외투 깃을 세우고 온다

무지한 희망 때문에 유치한 소문들을

사방에다 울긋불긋 터트려 놓고

풀잎마다 초록 화살을 쏘아 놓는다

때때로 봄은 인생도 모르는

젊은 남자가 연애를 하자고

조를 때처럼 안쓰러운 데가 있다

 

🌷🌿봄의 노래 / 신경림

하늘과 달과 별은

소리 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은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 가쁜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습에 이는 뽀얀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시 가지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 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잘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봄을 담았습니다 / 오보영

봄을 담았습니다

열린 봄 가득 옮겨 담았습니다

봄이 되어 찾아온 당신 마음을

내 마음 봄이 되어 담았습니다

봄빛에 실어 보낸 당신 마음을

내 마음 가득히 채웠습니다

홀가분한 마음

가뿐한 기분으로

가까이 이미 다가와 있던 봄

마음 멀리 있어 보지 못한 봄

한가득

내 마음에 채웠습니다

 

🌷🌿봄이 왔다기에 / 윤보영

 

봄이 왔다기에

문 열고 나갔다가

그대 생각만 더 하고 왔습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데

더 그리워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대 생각이 봄이고

그대 모습이 꽃이었습니다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했습니다

 

🌷🌿봄이 너라면 / 윤보영

봄이 따뜻하게

다가선 봄이 너라면 좋겠다

환한 꽃을 피우듯

미소 짓는 너라면 좋겠다

봄이 꽃샘추위로

다가선다해도 너라면 좋겠다

토라졌다 웃는 모습에

향기가 나는 너라면 좋겠다

봄이 꽃을 피워놓고

허무함을 느끼게 만들어도 너라면 좋겠다

그 허무로 네 존재가 입증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너라면 좋겠다

아니 봄이 나였으면 좋겠다

이미 봄인 너를 알아보는 봄이었으면 더 좋겠다

 

🌷🌿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봄날이 찾아와 / 황인숙

유채 꽃은 추운

엄동 설한에도 잘 견디어

이른 봄 노랗게 아름답게 피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도

슬플 때도 잘 견디어

봄날이 찾아와 꽃을 피우는

인생이 되도록 합시다

[출처] 봄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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