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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봄비에 관한 시 모음

[봄비에 관한 시모음 ]

봄비      /김인숙

 

참 예쁘구나

어디서 온 누구니

맑은 얼굴을 보니

시름도 싹 씻어질 거 같네

 

참 보드랍구나

정말 순하구나

무거운 우산은 쉬게 하고

네가 오는 그 길을 마중 나간다

 

쓸쓸하고 낯선 그 길도

너와 함께라면

젖어도 추워도

따뜻하고 든든할 거야

어서 오렴

봄비야

 

 

봄비        /이민숙

 

창을 열어 놓기를 잘했어요

기척 없이 내리는 청아한 소리는

전주곡 선율처럼 토독토독 연주합니다

 

가슴을 열어 놓기를 잘했어요

멍울져 아파하는 곳마다

그대 손길로 촉촉이 적셔

보슬보슬한 마음밭에 파르란 싹을 틔우네요

 

고개 떨군 햇살이 참 예쁘네요

그 긴 겨울을 지우기에 버거운 햇살은

토닥토닥 내리는 빗물을 받아

온 누리를 씻어 쓰다듬고

온전한 봄을 일으켜 세우네요

 

물길을 열어두길 참 잘했어요

더없이 흥건하게 내리어

뿌연 먼지를 말끔히 거두고

퍽퍽한 가슴에 차란차란 흘러

후련한 단비가 되어주네요

 

 

봄비 1     /최영희

 

눈물 같아라

풀잎만 같던

가슴

젖어 내린다

투망에 건져진

빛바랜

그리움

무채색 기억 속에

한 점씩 번져가는

푸르름

봄비는

내 하얀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또 한 번

덤불 속에 잠든

사랑한 내 기억의 숲을

흔들고 있다.

 

 

봄비         /허욱도

살며시 다가와
안기는 그대를 쓰다듬어 준다.

그늘진 겨울을 모두 걷어내고
지친 마음 한 자락 뉘 울려고
찾아왔는데

봄이 오면서 만든
세상도
바쁘게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

이제는 포근함도 느껴보라고
젖은 몸 안아주려 한다.

촉촉하게
몸 안으로 흐르는 그대

사랑해!

 

 

봄 비       /신성호

 

절기(節期)가 곡우(穀雨)인지라

소리없이 봄비가 창가에 내린다

 

초목(草木)의 용틀림이 엊그젠데

푸르른 잎사귀는 실록을 자랑하고

 

목마름에 기다리는 봄비인지라

마음은 벌써 깊은 상념에 젖는다

 

 

봄비         이재환

 

파릇파릇

봄 향기 가득 품고

촉촉이 비가 내린다

 

그대의

뜨락에도

예쁘게 비가 내리나요

 

향기로운 커피 향에

내 마음을 실어

그대에게 보냅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커피가 생각나고

그대가 더 보고 싶다

 

 

봄비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 어룰 없이 : '어룰'은 얼굴과 대응하는 평안방언이다.

*'어룰 없이'는 '얼굴 없이'의 뜻이나 문맥상 '덧없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어 : [동] 그쳐. 그치다. 멈추다.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봄비      /김이진

 

봄비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움의 소리로

설레임의 소리로

행복의 소리로

 

봄처녀의

봉긋한 가슴을 닮은

예쁜 꽃망울은

 

수줍은

새색시의

엷은 미소 속에

얼굴 붉히며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봄비에 가슴을 내어주고   /김이진

겨우내
얼어붙었던 가슴을
봄비에 내어주고 싶음입니다

누군가
이아침에
찾아 올 것만 같은 느낌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베란다 창밖으로 내리는
봄을 소리 없이 불러봅니다

봄비 오는 소리에 취하고
그리움 가득한 커피 냄새에 취하고

커피 잔 속에 빠진
입술은 뜨거움도 잊은 채
비발디의 사계 봄 속으로 걸어갑니다.

 

 

봄비       /김수잔

속삭이는 실바람에 소록소록 내리는 봄비
하늘과 땅을 잇는 고운 하모니로
마른  땅 촉촉이 적시고
보드라운 입맞춤으로
여린 새싹 일으키고 어루만진다.

메말랐던 빈 가지에
새순 트고 꽃을 피우는
연둣빛 포옹은
희망의 기지개로 봄의 향연 펼치네

생명을 주시는 은혜의  봄비
메마른 마음에도 촉촉이 내려
감사와 사랑의 씨앗 싹트고
나날이 곱게 자라면 좋겠다.

저 사랑의 빗소리!
방울방울 생명을 싣고
줄기줄기 빗살은
희열의 봄을 담은
연둣빛 생명의 신비
이 영광을 하느님께 높이 찬송하리.

 

 

봄비      /류동열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것에 감사

몸을 맡겨 잠시 반겨본다

 

겨울 가뭄 길어 건조하여

그리움은 하나같이 한 방울의 단비

 

절기 잊지 않고 찾아오는 봄

반기며 파릇함 데리고 오는 너

 

매화 봉우리 터질 듯 볼록볼록

막걸리와 붙인 개가 생각나는

 

촉촉한 날의 봄비는 마음에도 봄

내 사랑도 한 방울의 봄비로 시작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이웃사촌 함께하는 오늘

봄비를 맞이하니 만남도 촉촉하다.

 

 

봄비     /홍수희

 

사랑 때문에

울고 싶은 날이다

 

사랑 때문에

젖은 유리창이 되고

싶은 날이다

 

추억상자를 조심스레

열기만 열면

 

스프링처럼 간단히

튀어 오를 것 같은

 

너의 웃음소리

오간 데 없이

 

꽃은 피는데 자꾸

피는데 지치도록

그리운 얼굴 때문에

 

하루 왼종일

빗물에 젖어 울어보고

싶은 날이다, 봄비

 

 

봄비 오는 날에는    /전선희

 

봄 향기 머금은 햇살에

따스함이 묻어나는

봄비 오는 날에는

그대가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봄 내음 곱게 물든 꽃망울에

은은한 꽃향이 번지는

봄비 오는 날에는

내 가슴이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푸른 꿈 밝고 힘찬 노래가

초록의 대지에 울려 퍼지는

봄비 오는 날에는

그대와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마음 밭에 사랑을 심어

행복 꽃이 피어나게 하는

세상을 축복해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봄비 오는 날에는

 

 

봄비      /청학 김영전

 

오늘 새벽 잠을 개니

봄비가 주룩 주룩 내리네

명상과 기도의 염원과 함께

대지를 깨우는 봄비 봄비 같네

 

온 삼라만상 우주를 품고

생명체를 키우려고 당신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혼탁한 영혼 깨우고자

지금 이 시간 천지신명께

염원 하며 기원 합니다

 

대한민국 지켜 달라고

무심히 내리는 봄비 소리를

무심한 소리에 아둔한

불초 소생은 어지럽고

붉은 노을로 변해 가는

쇠락하는 조국을 지켜 달라고

천지신명께 혼신의 마음으로

기원하오며 간잘한 염원을

하늘앞에 드리옵니다

 

 

봄비 오는 날     /김인숙

 

비가 옵니다

온몸으로 다 맞아도

슬프지 않을

순한 비가 내립니다

 

기다림

소식

안부

그 흔한 삶의

조각들이

봄비를 타고

내려옵니다

 

새삼스레 고마워

두 눈에도

주르륵

따스한 빗물

막힌 맘을

쓸어내립니다

 

 

사랑의 봄비       /홍종흡

겨울 눈 녹은 양지 녘에
들꽃 씨 하나 겨울잠 깨어나 
하늘 향해 하품하는 이른 봄날
솔바람 찾아오는 싸리울에는

매화나무 가지 끝마다
새초롬 피어나려 애쓰는 꽃눈이
첫날밤 지새운 아내의 눈처럼
불그스레 물들어 피어나는데

새벽일 마다 않고 일어나
아침상 차리는 아내의 손끝은 
선녀가 내민 손처럼 참으로 고와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이제 고생 그만 시켜줄 게-!
머쓱해 한마디 하는 사내 눈에는
이른 봄 피어나는 매화 꽃눈처럼
사랑의 봄비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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