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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8월의 시 모음

# 8월의 시 모음

8월 /박인걸

온종일 햇볕의 작열(灼熱)에 
지상은 속수무책이다. 
태양의 이글거림은 
분노를 넘어 폭발이다. 

그늘도 화덕이고 
회전날개바람도 지쳤다. 
실내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이 
그나마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초록 숲과 
넓은 들판은 행복에 겹다. 
쏟아지는 열기에 몸을 흔들며 
품은 씨방을 살찌운다. 

곤충들은 짝을 찾고 
풀벌레는 산란에 바쁘다. 
절정에 이른 생명체의 신비는 
뜨거운 태양아래서 밀회한다. 

팔월은 뜨거워야 하리 
더 뜨거워야 하리 
태양이 더 가까이 다가와야 
익을 것들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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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이해인

하늘에 올림받으신 어머니
순교자의 붉은 피 스며 있는 이 땅에서
8월의 푸른 하늘 우러러 불러보는
어머니의 그 이름은 사랑입니다
늘 저희를 앞질러 사랑하시는 어머니께
저희도 사랑으로 봉헌합니다
뜨겁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우리 겨레, 우리 교회, 우리 이웃,
우리 자신들을 살아 있는 기도로 봉헌합니다

분열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오늘
선보다 악이 꽃을 피워 괴로운 오늘
많은 사람들이 믿음의 중심을 잃고
끝없이 방황하는 오늘의 세상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할말을 잃은 저희에게
영적인 지혜를 밝혀주시고
타는 목마름을 적셔주소서
마음이 답답하고 쓸쓸할 때
간절한 그리움으로 불러보는
어머니의 그 이름은 평화입니다
거룩한 새 천년의 하늘을 향해
저희도 어머니와 함께 오르게 하소서
절망에서 희망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오르게 하소서
불신에서 믿음으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오르게 하소서
눈먼 욕심과 죄의 어둠을
순수의 불꽃으로 사르고
날마다 새롭게 변화되면서
지상에서도 이미 하늘나라를 사는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오늘도 회개의 맑은 눈물 흘리라고
목마른 예수께 물 한 잔 드리라고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
어머니의 그 이름은 푸른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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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오애숙

앞만 올곧게 가다 
한 번쯤 좌우 팔 벌려 
살펴보는 8월이다 

핍진한 들녘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열매가 
망울망울 달리더니 
싱그런 온갖 열매 
팔월의 태양광 속에서 
익는 소리 요란하다 

8월이 지나가면 
한 해의 결실 한아름 
움켜잡으러 가야지 

급해지려는 맘이나 
좀 더 심사숙고함으로 
좌우 살피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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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고은영

뜨겁기도 하여라 
풀들이 내지르는 향기 
이 화폭 가득 번지는 욕정 
잎새와 잎새 사이 청춘의 푸른 정기 
힘차게 약동하는 그대의 손끝에 
생명은 환희를 그리는 초록빛 전언 
말과 말이 손을 잡고 가슴과 가슴이 
열정을 쏟아 날개를 펴면 
화르르 날아와 착지하는 
행복한 그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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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령 / 유안진

팔팔한 성깔머리도 
알게 모르게 풀이 죽어 

눈치껏 지탱하는 
섧고 억울한 본처 자린 듯 

땡볕살 끼어든 팔자로 
기 죽어가는 내 젊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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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성백군

한해의 갱년기다 
건드리면 폭발할 것만 같은 감정을 
삭이는 성숙한 달이다 

말복, 입추 지나 처서 접어들면 
생각 없이 마구 극성스럽던 더위도 
치솟던 분수대의 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뒤돌아 보며 주저앉고, 이제는 
성숙을 위해 성장을 멈추어야 하는 때를 아는 것처럼 
뻣뻣하던 벼 이삭도 고개를 숙인다 

꽃 필 때가 있으면 꽃 질 때도 있듯이 
오르막 다음은 내리막 
밀물 다음은 썰물 
이들이 서로 만나 정점을 이루는 곳, 8월은 
불타는 땅, 지루한 비, 거친 바람, 다독이며 고개를 숙이고 
가뭄 지역, 수해 매몰지구에 의해 
시장에 나온 상처 입은 과일들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생의 반환점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고 
집에서 기르는 누렁이 한 마리 
담 그늘 깔고 엎드려 입 크게 벌려 혀 길게 늘어뜨리고 
절은 땀 뱉어내느라 헉헉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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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 민경대

비구름 바람 모두 8월에는
더 이상 우박 같은 비가 안 내리고
고구마 옥수수 키가 크게 하는
태양빛만 내리고
우리들의 산맥에도 
우정의 손길에도
축축한 비만 내리게 하고
몇 초에 양동이가 범람하고 
노아의 홍수 때 비는 
제발 그만 오게 하옵소서 
하느님이 계시다면 
하느님께 천지신명님께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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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게 / 윤보영

반갑다, 8월!
참 많이 기다렸지?
기다린 만큼
더 짙은 시간으로 채워
떠날 때는 아쉬움이 없도록 하자.

너로 인해 들판의 곡식은
단단하게 여물 것이고
사람들 이마에 흐른 땀도
더 보람 있어지겠지.

가까이 다가왔던 하늘은
높아지기 시작할 테고
높아진 만큼
물은 더 멀리 흘러가겠지.

그 빈자리를 우리
보람 있는 시간으로 채우자
8월 너랑 나랑 힘을 합치면
안 되는 게 무엇이며
못 이룰 게 뭐가 있겠니.

12월이 되어
한 해라는 이름으로 올해를 지울 때
내 너를 힘주어 기억하겠다.

애인처럼 내 멋진 8월!
반갑다
무리 없이 와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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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바람 / 김덕성

바람은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아닌 
머물러 있는 것이라네. 
애타게 기다림 
그리움처럼 
바람이 모두 싣고 간듯하지만 
그렇지 않다네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지쳐 
쉼터에서 
쉬고 있을 때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을 보게나 

비록 아무런 말이 없어도 
사랑으로 
감싸주듯이 
다정하게 불어와 맴돌고 있지 아닌가 

한여름 8월인데 
어찌 바람의 고마움을 모른다 하겠는가 
그 고마움에 
난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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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폭염 / 성백군

저건 난동이다 
단지 8월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무가내로 쳐들어와 열기를 뿜어대며 무전취식 하려 드니 
제집이라 한들 어느 누가 견딜 수 있으랴 

산이며 바다며 사람 홍수다 
계곡에서는 다 큰 남자들이 벌거벗고 엉금엉금 기며 물장구치고 
바다에서는 파도를 안고 뒹굴다 못해 
모래에 묻혀 시체놀이를 하는 멀쩡한 여자들 
사람이 더위를 먹으면 완전 도나 보다 
종일 미치다가 간 백사장에는 
비닐봉지,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 빈 병, 삼각팬티가 
낡은 달빛 아래 부끄러움도 없이 도도하다. 

마치 승전의 포획물처럼, 

텃밭에서 일하던 노인이 발갛게 익어 죽고 
차 안에서 잠자든 젖먹이를 깜박 잊었다가 죽였다고 하고 
폭염에 죽음이 무슨 유행병처럼 보도되는 데도 
중동에는 열돔 현상으로 체감온도가 C 74도가 넘는다고 하니 
이런 일 가지고 국제기구에 구호기금을 청구할 수도 없고 
이러다간 대한민국 사람들 주택가 골목은 무인지경이 되겠다 싶은데 

그래도 담 그늘 뒤지며 늙은 개 한 마리는 
혀 빼물고 졸고 있다 
털옷도 벗지 않은 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을 보면 
폭염도 잠시 지나가는 난동이지 주인은 아닌가 보다 
말복 지나 처서가 오면 
제풀에 숨죽이며 까무러질 것이라며 
다가서는 나를 보고도 짖을 생각은 않고 눈만 껌벅인다 
저 비굴한 모습, 나도 기꺼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개처럼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폭염을 견디어 보면 어떠하랴 

누구는 천지를 얻기 위하여 무식한 놈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데 
잠시 시간에 기대어 사지를 늘어뜨리고 
바닥을 기며 겸손을 배우는 것 
그러면 폭염이 혹 봐주지 않을까? 아니더라도 
힘없는 나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할 터 
괜찮은 피서 방법이라고 권하고 싶은데 
어느새 벌컥벌컥 폭염보다 더한 화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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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강 / 박두진

8월의 강이 손뼉 친다. 8월의 강이 몸부림친다.
8월의 강이 고민한다.
8월의 강이 침잠한다.
강은 어제의 한숨을, 눈물을, 피흘림을, 죽음들을 기억한다.

어제의 분노와, 비원과, 배반을 가슴 지닌
배암과 이리의
갈라진 혓바닥과 피 묻은 이빨들을 기억한다.

강은 저 은하계 찬란한 태양계의
아득한 이데아를
황금빛 승화를 기억한다.

그 승리를, 도달을, 모두의 성취를 위하여
어제를 오늘에게, 오늘을 내일에게 위탁한다.

강은 8월의 강은 유유하고 왕성하다.
늠름하게 의지한다. 손뼉을 치며 깃발을 날리며, 오직
망망한 바다를 향해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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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무정 / 백원기

이거 너무하지 않냐 
한 달째 물러서지 않는 폭염 
하늘을 바라보면 
하얀 뭉게구름 떠있지만 
예년처럼 두둥실 떠있지 않고 
억지로 붙잡힌 듯 달아나려 한다 

한바탕 부는 바람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재롱잔치 
바라보는 눈이 예쁘고 
웃는 입이 웃음으로 가득했는데 
올해는 아니야 

정답던 태양은 심술궂게 
큰 거울로 반사해 뜨겁게 비추니 
이 땅의 모든 것들 생기를 잃는데 
숱한 기상전문가도 
다 지나가리라 기다리는 마음 

오가던 발걸음이 멈추니 
전화 소리마저 끊어지고 
거실 티브이만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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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에게 / 김덕성

여름내 
폭염으로 쏟아붓던 그대 
참 많이 미워했지 

나약해져 가는 모습을 보니 
그만 가렸는가 
이제 곧 저 들에는 
황금의 계절이 펼쳐질 텐데... 

넘실넘실 황금물결치고 
농악대의 즐거운 풍년가 들려오는 
풍요한 환희의 계절이 오는데 

그대의 명작이 아닌가 
폭염으로 원성을 들으면서도 
이뤄 놓은 오곡백과 
팔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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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휴가 /정해철

한적한 역사 속 숨결을 따라
산자락 한 기슭을
베고 누운 송수 수련원

잠시 세차게 이는 바람에
속세 체취 씻기 우고

인생 넝마에 지든 몸을
잠시 세차게 내리는 비에 씻어

당신 품에 고이 내어 맡기며
2박 3일 일정 속에
영혼의 안식을 누리려 합니다

재를 넘지 못한 비구름이
연신 비를 뿌려 대지만
대지의 품속에 누운
나의 영혼이 안식을 찾아갑니다

처마에 매달린 빗방울이 떨어지듯
어느 세 안식은 가고
세상이 나를 손짓합니다

조용히 찾아온 8월의 휴가가
영의 양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채
과거의 시간 속으로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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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노래 / 정연복

하루하루 찜통더위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새 7월이 갔다.

태양의 열기
아직은 식을 줄 모르지만

이제 한 달만 더 가면
가을의 문턱 9월이다.

세월은 바람같이
오고 가는 것

8월이여 내게로 오라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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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선물 / 윤보영

8월은
내가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열면서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 8월!

그 선물 속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고마움도 담겨 있겠지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또 다른 한 해를 향한 남은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요.

8월에 받은 선물이
가을과 겨울로 이어져서
행복이 될 수 있게
꿈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8월을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을 선물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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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여름 / 이정순

빠알간 수박이 냄새를 풍기며
접시에 누워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이마에 땀방울 맺히는 여름
빠알간 수박이 더위를 식혀준다.

​매미 소리 귓가에 들리고
뭉게구름 하늘에 떠 있는 날

바다가 그리워지는 여름
청포도 주저리주저리 열려
포도 향기 폴폴 나고

바지랑대 위 잠자리 꼬리를 치켜세우는
8월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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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담쟁이 / 강현덕

동그랗게 꿈을 말아 안으로 접을래
빠알간 흙벽 속으로 자꾸 말아 넣을래
다져서 쌓은 꿈들이 사방으로 터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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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8월에 / 홍경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잠자리는 짝짓기를 하는 8월
미치도록 흐르는 초록을 따라
불혹 8월에 휴가를 간다

8월 햇빛을 입은 바람이 두려워
검은 휘장을 치고
전신을 가린 괴산 인삼들

밭에서 너울너울
8월 더운 바람결에도
신명 나게 춤을 추는 증평 담배들

길가엔 떼 지어 달맞이꽃 마중을 하고
참깨밭 허수아비 우쭐대며
인사를 한다

산중턱 산나리꽃
샛노란 웃음으로 절하는 산허리를 돌고 돌아
도착한 거봉 강가

무더위를 피해 모여든 야영객들
벌써 온 이들은 물장구가 한창이고
나중온 자들은 너도나도 서둘러
거봉 강가 채색을 한다
빨강 파랑 조립식 별장을 지어-

그 앞을 지나가는 아이스크림 장사 머리 허연 아저씨
8월 불볕에 달구어진 자갈밭길
손수레를 끌고 이리저리
손님을 찾아다니는 오늘
전생엔 저 아저씨 놀고먹던 배짱이었나?
부질없는 생각에 마음이 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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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8월 / 임영준

그늘도 지쳐 늘어진 명절
이글거리는 격분의 난장
넋 빠진 땅덩어리에
앵돌아진 바람
제풀에 엉겨 붙은 수액이
더위 먹은 미물들을 노리는
벌건 백주의 잔상
얄궂은 이번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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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가더라도 / 임영준

달빛에 흐느끼는 잎새마다 
너의 눈망울이 일렁인다 

애수에 젖은 모래성처럼 
그저 지워지고 싶은 건지 

열락에 겨워 넘나들던 
한여름 밤의 꿈이었던가 

8월이 가더라도 지그시 되새기자 
평생을 함께 할 그리움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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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나무에게 / 최영희

한줄기
소낙비 지나고
나무가
예전에 나처럼
생각에 잠겨있다

8월의
나무야
하늘이 참 맑구나

철들지,
철들지 마라

그대로,
그대로 푸르러 있어라

내 모르겠다

매미소리는
왜, 저리도
애처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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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현깃증 / 이영지

현깃증 일어나요 자꾸만 열 내시면 
서거나 앉아보며 달래요 비상 막의 
열매로 휘돌아 들며 안까 님을 써 봐요 

땡볕에 가뭄점점 그러심 어쩌나요 
한 모금 물방울이 그리운 날이어서 
비상구 열어놓고서 물 주기로 보내요 

바탕에 기도점점 꽃무늬 파랑기둥 
놓이는 하늘계단 분수로 흐르도록 
8월의 하늘분수가 밤새는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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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만 같아라 / 임영준

땡볕에 좀 널었느냐 
후덥지근하긴 했지만 
구들만 지고 누워 
누굴 탓하고만 있진 않았겠지 
허접한 나부랭이들에 매여 
산천을 외면한 건 아니겠지 
상궤를 약간 벗더라도 
8월만 같아라 
진솔하게 다 토해버려 
맺힌 것은 덜하더라 
쌓이고 쌓아 
복장이 넘치더라도 
다시 올 때까지 꾹 눌렀다가 
후련하게 환치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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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8월 / 윤순찬

칼날 같은 햇살 한 조각
아스팔트 위에 나뒹굴어
예리한 자국
허옇게 뿜어지는
열기.

낯선 매미의 울음은
이천 오백 원

푸른 하늘 한 조각은
칠천 삼십 원

주머니에서 뛰쳐 나온 돈들이
도시에 레미콘으로 부어지고
점점 헐떡이다
박제가 되는 도시

다시 그 위로
새하얀 양변기 같은
21세기.
차갑게 누워
벗은 다리를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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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8월 / 윤갑수

이글거리는 햇살을 해찰하다 
잡아먹을듯한 시선에 놀라 
그늘 속으로 숨어버린 7월 

어느새 태양은 절정을 향해 
달음질하니 햇살은 더욱더 부릅뜬 
눈빛으로 세상을 흘긴다. 

가만히 있어도 오그라질 듯 
빗줄기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한낮의 8월 

녹음이 짙어가는 여름날의 
햇살은 가을을 풍요롭게 함이니 
무덥다 뜨겁다 푸념하지 말자 
여름날 매미의 일생처럼 장고의 
세월을 어둠과 천적으로부터의 
승리한 자의 노래가 혼을 빼듯 
싱그러운 8월이 무르익어간다. 
=================
+ 8월이 아름다운 이유 / 윤보영

8월입니다.

행복으로 채워질 한 달을 위해
그대 그리움이 독차지할
이 한 달을 위해,

그대 생각이 지배할 한 달을 위해
그대가 내 모든 것이 되어도 좋을
이 한 달을 위해
기분 좋은 마음으로 엽니다.

동산에 떠오른 해처럼
내 삶에 힘이 되는 그대!
그대가 있기에
이 한 달도
지난 한 달처럼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
8월의 명동 거리에서 / 박진옥

무심히 지나쳤을 
한 존재가 

작렬하는 
8월의 명동거리에서 

연약한 두 날개로 
날아간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걸까? 
어는 시골 들판에서 실려왔을까? 
희망을 줄 꽃도 없는데 

댄스음악의 요란함 
수많은 차들의 매연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줄 꽃을 찾고 있는 걸까? 

애벌레의 아집과 
번데기의 허물을 
벗어버리기 위해 
껍데기의 고통을 이겨내야 했던 
연약하지만 희망을 가진 
두 날개의 존재 

작렬하는 
8월의 명동거리 

나는 
작은 희망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꽃들에게 희망을 줄 나비의 
힘찬 날갯짓을 본다. 
------------------------
8월엔 떠나보내리 / 박준형

여름의 한가운데서 들리는 매미소리 
한여름의 정열적인 사랑도 
매미소리가 끝날즈음엔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리 

가을의 문턱에선 
낙엽 밟으며 그리움에 젖으리 

내 안의 사랑도.. 
내 안의 정열도.. 
모두 떠나보내리 

내 안에 남은 건 
단꿈에서 깨어 바라보는 
새벽미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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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슬프게 아프다 / 나상국

8월이 
마냥 아프다 
호스피스 병동 
그곳을 
알아보라던 말을 듣고도 
짐짓 모른 채 
난 집이 좋다 하시더니 
6.7월 무더위 속 가쁜 숨 
거칠게 몰아쉬며 
거뜬하게 잘 견디셨는데 
8월 초하루 
제수의 부음 소식을 
알기라도 하신 듯 
경각의 숨을 껄떡거리며 
힘겹게 밤 을지 새우고 나서 
한줄기 눈물 속으로 
뜨거운 숨을 차갑게 내려놓으셨다 
잔인하도록 
황망하게 아픔을 준 
이 8월이 
슬프게 아프다 
하늘도 
땅도 
다 
내 곁을 떠난 듯 
-----------------------

 

 

 

하얀 여름        /김종덕

 

저수지 바닥

하얗게 갈라져

 

농부 마음

하얗게 태우고

 

들판의 초목

하얗게 비틀어져 간다

 

님 못 찾은

매미 저토록 울어

하얗게 지새고

 

잠든 사람

하얗게 띄워

누룩을 만든다

 

구름도 목이 말라

제 갈 길 못 가고

한 곳에 넘어져

남아 있는 마음마저

하얗게 만들고 있다

 

하늘은

열병으로

혼(魂) 조차 하얗게 벗어

겨울인 양

눈동자를 흐리고 있다

 

 

여름의 흔적       /김지우

 

이제 너의 모습이 얼마쯤

남아있을까.

오직 너 하나뿐이었던 시절도

초록의 낮빛이 빛나던 그 날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뜨겁던 태양의 푸른빛은

날이갈수록 희미해 지고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 따라

그림자 마져도 옅어져

아쉬운 넋두리 흘리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몹쓸

이별만큼이나애처로운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너를 떠나보낸 가을이

붉은 옷을 입고 시린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름은 그렇게 갔다        /성명희

 

누가 내 등을 두드린다

누군지 알기에 뒤돌아보지 않는다

어깨를 두드린다

알기에 눈길 주지 않는다

팔꿈치를 당긴다

알기에 뿌리쳤다

그 바람에 넘어진다

너무 거부하면 이렇게 되나 보다

엎어져서 고개 들어 보았다

지천명

어쩌란 말인가

 

 

여름           /김흥님

 

놀매 놀매

쉬엄 쉬엄

이 계절을 만끽하려 했더이다

 

웬걸,

뜨거운 돌멩이 달구고

대장장이 쇠 담금질 하듯

연단을 시키고도 성이 안찼는지

아예 불가마 속으로 집어 던지더이다

 

아, 따시다

 

인생 뜨거운 맛을 톡톡히 느끼다

 

 

여름의 깊이          /강영은

 

여름 뜰에서 안부메시지를 받는다

초록이 무성하다고 답장 쓰려는데 손가락이 마음대로

초촉이라 치고 만다

초촉이 무성하다 했으니 시퍼렇게 돋는 풀을

시인인 그대는 초록 잉크 담뿍 든 펜촉으로 읽었으려나

날카로운 풀끝에 베인 손가락은 초촉(焦觸)*의 칼보다

비명을 질러대는 방패에 가까운데

바지랑대 끝에 앉았다 가는 잠자리 한 마리, 박명의 펜촉이

건너오고 건너가는 서족이 핏물 흐르는 벽이다

공중을 방패삼은 이즈음의 나에겐

허공을 건너오는 모든 문장이 풀잎이어서

단검 같이 돋아나는 달빛을 공중에 적어둘 뿐

실낱같이 번지는 구절들을 받아 적을 손톱이 없다

어두워가는 풀밭도 그리움을 주군으로 둔 나도

몸속에 잉크를 담지 않으면 쓸모없는 펜대

그대의 안부가 내려앉은 허공의 깊이를 모르는 바 아니나

번지는 노을마저 그대에게 닿는 펜촉이어서

저, 풀의 펜촉, 다다른 자리가 적벽이다.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없는** 초촉이 무성하니

허공을 베지 않으면 닿지 못하는 적벽의 서쪽, 거기가

지우고 다시 쓰는 이 여름의 마지막 지상이다

 

* 조조의 부하 장수, 적벽대전에서 패하여 죽었다.

**소식의 적벽부 중에서.

 

 

한여름 낮         /한천희

 

태양의 뜨거운 호령  더해 갈수록

푸르름 점점 짙어가는 여름날

 

둥구나무 그늘 속 매미들의 소나타

숲풀 속 이름 모를 산새들 춤추이고

 

개여울 흐느끼는 울음소리

점점 지쳐 태양의애무에 반짝인다

 

한낮 태양의 열기 더해갈수록

신장로 길 백일홍 꽃 이뻐져간다

 

 

여름이 시작이다        /임영준

 

약동하는 젊음이

마지막 폭발을 기다리는데

 

달구어진 포도에

숨 가쁜 소나기가 맞춤 아닌가

 

괄괄한 땡볕 아래

가분하게 발가벗은 여름 아닌가 

 

삼라가 빛바랜 세월을

밀어내려 애쓰고 있는데

 

너무들 서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늘어 붙은 게 아닌가 

 

다가올 공허와 여백에

미리 얼큰한 열침을 맞아보자

 

산산이 부서졌다가

다시 새로운 틀을 짜보자

 

 

여름 소리        /김태윤

 

벼멸구가 잎을 갉아 부스럭대는 소리

정오의 태양은 낮잠을 즐기고

여름이 분주히 일어나는 소리에도

허수아비의 지친 팔위엔 참새들의

좋은 놀이터

 

늙은 소는 실눈으로

여물 되새김질 쉴 새 없고

시룽시룽 매미 소리

스르르 스르르 여름 엮는 여치 소리에

갓난아이는 자장가보다

더 달콤한 잠을 청한다

 

주렁주렁 토마토 익는 소리

포도, 복숭아, 참외, 수박...

단맛 들어앉는 소리

우리 아부지 막걸리에 취한

코 고시는 소리 다 쓸어안고

언제 깨었을까,

그림자 늘어나게 한 해는

주홍빛으로 소년의 키를 키웠다

 

불볕태양도 땅속 샘물에 넣어둔

수박화채의 냉기를 이기지 못한 채

슬그머니 저 산 너머로 넘어간다

가난이 넘어간다.

 

 

여름 이야기         /김은숙

 

선운사 고요한 가람 앞뜰 목백일홍

사찰 뒤 진녹빛 동백나무숲까지

정갈한 그림으로 그리려 했어요

 

들국화 살랑살랑 흔들어

몸낮춰 잠자리 잡던 시절의 동화까지

예쁘게 채색하고 싶었어요

 

내소사 보리수며

팔작지붕 끝자락 따라 펼쳐진 구름의 잔치까지

채석강 수평선 그 끝에 눈맞추어

바람 함께 기다리던 진홍빛 노을까지

 

그대여

노을 따라 붉어지던 내 마음까지

별빛 냇물 고요히 머리에 이고

순하게 얌전한 밤마을 풍경까지

 

얇게 쌓인 귀로의 기분 좋은 피로까지

가슴 갈피 저며 넘실 전설되어 흘렀어요

 

그러나 그대여

잃어버린

상실의 이름

그대여

 

 

여름을 읽으며         /향일화

 

플라타너스의 넓어진 품만큼 인연의 흔들림을 느낀 지금
그대의 불같은 사랑, 떠나기 전에
심연 속에 가두겠다

태양처럼 퍼붓는 키스세례를 집광판처럼 빨아들이겠다
나는 나무, 움직일 수 없으나 움직이는 목숨이므로
대지에 뿌리를 깊게 박고 불과 물을 섞어 보겠다
변신의 계절이 멀지 않았음으로
타지마할을 이룬 기쁨과 슬픔의 끈적끈적한 기억들
이마에 찍힌 화인火印처럼 훈장으로 두겠다
회한悔恨과 굴욕의 사막바람이 몰려올지라도
망각의 긴 잠에서 깨어나면 그뿐
지금은 나뭇잎 같은 세포 하나하나를 꽃잎처럼 열고
그대를 푸른 하늘의 구름과 바람처럼 받아들이는 찰나
내 심장 속에서 불타오르는 에로스의 꿈을 찾겠다.

 

 

그 여름, 화엄의 숲         /오종문


총총한 별 몸을 던진 산문에 들어설 때
뜨겁게 우는 풀벌레 제 생을 다 비우고
적막은 물소리보다
산보다 더 깊어진다

이 밤 함께 동행한 몸도 갈 곳을 잃고
사랑도 얇아져서 마음까지 둘 데를 없어
무작정 오금을 박는
저 불편한 불립문자

난 안다 새벽안개가 경계를 푼 뒤에도
내 입에 대못 치고 눈에 빗장을 걸고
면벽에 이르는 문을
결코 열지 않는다

놓아라 버리라던 묵언의 절집 한 채
고적한 산빛 주고 맑은 물빛도 주는
그 여름 화엄의 숲은
눈물 많은 누이 같다

 

 

여름           /이재환

 

여름아

너 왜 이러니

태풍으로 괴롭히고

폭염으로 힘들게 하고

 

너는

아침부터 더위를 주고

낮에는 불볕더위로 숨이 막히고

저녁에 열대야로 잠 못 들게 하네

 

여름아

왜 이렇게 괴롭히니

너 정말 어쩌려고 그러니

이러다가 큰코다친다.

 

 

여름 한낮의 거리      /한영택

 

여름 한낮의 태양은

벌거숭이처럼 강렬하다

지열은 달아올라 숨을 헐떡이고

걷는 이의 발바닥에 땀이 솟는다

 

가로수는 엎드려

그늘막을 드리우고

달려드는 땡볕은 무법자처럼

태양의 등줄기에

밧줄을 탱탱 동여매고

이 거리 저 거리로

강하게 드나든다

 

쌩쌩~ 돌개바람처럼

질주하는 차들도 뜸하고

삼복더위에 도시의 풀잎마저

잠재우듯 한적한데

온종일 쩌렁쩌렁~

귓가에 맴도는 매미 소리에

삶의 발자국은 강한 쉼표를 찍으면서

더위를 이긴다

 

도로에 신호등만

제 할 일을 다 한 듯 깜박거리고

사람들은 오리떼 마냥

제 갈 길 찾아가는데

더위에 산책 나온 비둘기가  

제 한 몸 가누려고

뒤뚱거리며 걷고 있다.

 

 

여름날의 단상       /김정택

 

먹구름 넋두리에 천둥은

큰소리쳐

대지는 흠뻑 젖어 초목이

짙푸르면

녹음 속 공연장에서 매미들은

합창하고.

 

봉선화 연정 품에 벌 나비

쉬어가면

떠돌이 잠자리떼 맴돌며

짝을 찾네

동구 밖 산 그림자는 정자 앞에

서성인다.

 

 

지난여름          /김희선

 

거대한 찜통 속 열대야

불덩이 같은 몸으로

침대 난간 끝에

돌아앉은 모습이 안쓰럽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쿨럭쿨럭

불안한 숨을 몰아쉰다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들이닥치고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법 없이도 살 사람

그 고통의 몫이

오롯이 내 탓인 양

 

내 삶에,

가을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치동의 여름        /김춘수

 

내 귀에 들린다 , 아직은

오지 말라는 소리

언젠가 네가 새삼

내 눈에 부용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불도 끄고 쉰 다섯 해를

우리가 이승에서

살과 살로 익히고 또 익힌

그것

새삼 내 눈에 눈과 코를 달고

부용꽃으로 볼그스름 피어날 때까지

하루 해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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