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산 어귀에 까마귀 떼 검게 웁니다
산새들은 볕 든 풀밭으로 낮게 들고
나뭇가지는 물 길어 올리는 붓질이 볼긋볼긋 농밀합니다
그늘 새김 한 계곡으로 방금 대한이 건너가고
돌아앉아 쓸어 모은 바람 귀에 건너온 발자국이 금세 지워집니다
해끗한 잔설을 밟으며 누군가 산 모룽이를 돌아서자
비로소 수묵의 산수화가 완벽해집니다
겨울산은 겨울시입니다
청계산 자락길에 한 권 서책이 두루마리로 펼쳐져 있습니다
- 유현숙, 시 '겨울산'
눈길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풍경을 밟는 이들.
수묵의 산수화를 음미하는 이들.
코끝이 추워도 등은 후끈거리는 겨울 산행.
역시, 겨울산은 겨울시입니다.
'사색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없이 좋은 관계 (0) | 2024.01.31 |
---|---|
고드름 (0) | 2024.01.19 |
누구와 더불어 노느냐 (0) | 2024.01.12 |
훈훈한 연탄 한 개의 소명 (0) | 2024.01.08 |
[스쳐 지나가는 바람] (0) | 2023.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