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땅속의 고요 슬며시 밀어 올리자
마당에 고인 햇빛 출렁입니다
대추나무로 향하던 바람 한 자락
땅의 가슴 쓸어 당신을 깨우고요
겨울의 손길 스친 자리마다
꼭꼭 닫아건 입들
닫힌 것은 문일까요 내 마음일까요
아무도 열려 하지 않습니다
새들 날아와 허공의 소리 비틀어도
손안의 비밀 감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안부를 묻기 위해
화분 밑에서 약속을 꺼냅니다
- 문설, 시 '열쇠'
봄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 겨울과 봄 사이입니다.
따순 바람과 햇살로 여는 봄의 기운을 느꺼봅니다.
닫아건 누군가의 마음도 따순 손으로 열릴 테지요.
'사색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이름 (0) | 2024.02.20 |
---|---|
바람이 전하는 안부 (0) | 2024.02.20 |
낙관론자, 비관론자 (0) | 2024.02.19 |
도장 (0) | 2024.02.14 |
그림자 틈새 (0) | 2024.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