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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後記

태백산 산행후기

 

 

[그 이름만으로도 큰 山,태백산에 다녀오면서...]

 

강원도 태백시에 우뚝 솟은 태백산(太白山).

이름이 주는 강인한 느낌에 비해 산세는 부드럽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돌산보다는 한결 따뜻한 느낌이 든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10시50분에 출발해 주목 군락지를 지나

천제단이 있는 장군봉(1,567m)으로 오른다.

들머리 입구부터 잘 뻗은 잎갈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다.

양 길가엔 보랏빛 벌깨덩굴과,하이얀 미나리아재비,졸방제비꽃,

노오란 서양민들레꽃이 엷은 미소로 반겨준다.

 

유일사 코스는 다른 등로보다 80M 고도에서 출발하니 덜 힘들지만

오르막이라 산벗들의 이마엔 구슬땀이 송알송알...

오를수록 난 신이난다.

희귀 야생화를 볼때면 카메라 셔터 누르기 바빠서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다.

혼자 맨 뒤에 걸어가면서 야생화들과 대화를 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늘 인터넷 야생화카페에서만 보았던 꽃들을 내 눈으로 보니

너무 황홀하고 가슴이 떨렸다.

주목군락지 사이로 아주작은 몸짓의 회리바람꽃과 태백바람꽃,

그리고,나도바람꽃..

태백바람이 무서운지 고개떨군 보라색 얼레지들이 지천에 깔렸다.

아~~~~~~~~이게 바로 사랑이고 행복이다.

 

나 혼자서는 감히 오를 수 없는 태백산.

그래서 큰 산에 가고싶을땐 산악회의 도움을 받는다.

이번엔 친구 두명도 데리고 갔다.

안 데리고 갔으면 원망이라도 할 뻔 했단다.^^

도심지의 찌들린 일상으로의 탈출에서 느끼는 힐링...

초록이라고 다 같은 색이 아닌

신이 빚어낸 채색이다.

1년에 오월이 한달밖에 없는게 아쉽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국의 수많은 산중에 태백산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산줄기에 있고,

영남의 젖줄이자 낙동강 발원지 황지못도 지척이고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오십천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시작’이라는 의미와 딱 맞아떨어지는 산이다.
게다가 환웅이 비, 구름, 바람의 주관자를 거느리고 내려온 곳이 태백산이요,

그래서 산 정상엔 아득한 옛날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으니

기도발도 잘 먹힐 게다.

‘생천년 사천년(生千年 死千年)’이란 문구가 주목을 설명해준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주목은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단다.
평균 수령 200년 가량 된 3,900여 그루의 주목이 산벗들을 쳐다본다.
주목을 닮고 싶다.
양팔을 벌리고 비바람을 당당하게 맞는 주목.
그렇게 2,000년 동안 땅을 밟고 서 있을 한결같은 주목 말이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벌써 천제단이다.

100M 앞의 천제단 모습이 신비롭다.

둘레 27m, 폭 8m, 높이 3m 크기의 원형 제단 중앙에는

붉은 글씨로 ‘한배검’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다.

이곳에서 친히 하늘에 제를 올린 왕이 부지기수란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태백산의 최고봉인 장군봉(1,567m)이,

 남동쪽에는 수많은 바위로 이뤄진 문수봉(1,517m)이

백두대간의 위용을 자랑한다.

 

발아래에는 연봉이 펼쳐지고 지각생인 진달래 사이사이로

아직 꽃망울만 맺힌 철쭉이 3중대로 줄을 서 있다.

장군봉 아래서 점심식사를 하다 느낀점이 있는데

좁은길 양쪽의 꽃 색깔이 확연하게 구분되어있다.

오른쪽 비탈길엔 분홍 진달래와 산철쭉이

왼쪽 망경사쪽으론 하이얀 꽃들이 분단 남북을 말해주듯 오묘한 느낌을 준다.

 

산에 사는 나무와 식물들도 질서를 잘 지키는데

우리 인간들은 왜 무질서하고 무모한지,

대자연 앞에서 너무나 작아지는 인간의 한계를 자각해본다.

그리고,상추쌈에 밥먹다 하늘에서 내리친 천둥소리와 비는

천제단에서 알려주는 교훈같았다.

그렇지만,비는 지나가고 커피까지 마시고 하산을 준비한다.

내려가는 자갈길 양쪽엔 향그롭고 하이얀 귀룽나무꽃이 후각을 자극하고

야광나무,시닥나무들이 앙징맞은 꽃들을 달고 화답을 해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행인가~~~!

혼자라도 좋고,둘은 다정하고,그룹은 화기애애해서 좋은 山.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길을 내려오는 오른쪽엔 단종비각이 서 있다.

단종 비각(端宗碑閣) 안에는

영월로 유배와 1457년 죽임을 당한 단종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 있다.

비석에는 ‘조선국 태백산 단종대왕지비(朝鮮國 太白山 端宗大王之碑)’라고 쓰여 있다.

전하는 이야기로는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자

고을 추익한(전 한성부윤)이 태백산의 머루 다래를 따서 자주 진상했는데,

 어느 날 꿈에 산과를 진상차 영월로 가는 도중

곤룡포 차림으로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오는 단종을 만나게 됐다.

추익한이 이상히 여겨 영월땅에 도착해 보니 단종이 그 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단종은 세상을 떠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고 전해진다.

그후 주민들은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산신령으로 모시고

500여 년 동안 매년 음력 9월3일 제를 지내고 있단다.

내려올 때 갈증이 날 즈음 ,길목에 보인 용정(井)

물줄기가 동해와 통해 있어 용왕신이 머문다는 용정(龍井) 에서

시원한 물 한바가지 떠 마시고나니 기운이 확 돈다.

 

이쪽으론 점심식사때 울린 천둥소리에 한줄기 비가 내렸는지 길이 촉촉하다.

조금 미끄럽기도 하여 조심조심 발뒷꿈치에 힘을 주었더니

다리근육이 땡기지만 키큰 일본잎갈나무들이 내뿜는 산소에 몸을 맡긴다.

일주일간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것만 같다.

산길을 거의 다 내려오니 백단사 입구에 극락교가 있다.

그 아래 계곡물은 꿈의 냉천이다.

어떤 남자?는 웃도리를 훌러덩 벗어던지고 희멀건 속살을 내 보이며

풍덩풍덩 물속에 뛰어든 동심들이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장거리 산행이라 산행시간보다 버스안에 앉은 시간이 더 길었지만

태백산의 나무와 야생화를 본 느낌은 기억속에 오래오래  남을것이다.

그리고,산울림산우회 산벗들의 따뜻한 인정도 한몫을 했다.

오늘,오월의 마지막 주간에 비가 내린다.

어제 태백의 아름다운 미소들이 빗방울소리에 선명히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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