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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後記

부산 투어

                                                

 

 

 

 

 

이른 여름휴가를 받고

어디로 가야 알찬 여행이 될까 고민끝에

나의 삶의 배경이었던 부산으로 향했다.

오래된 비스킷처럼 눅눅한 장마철이지만

그리운 이들을 만난다는 들떤 맘으로 ....

경부선 고속철 차창에 몸을 기대고

사선으로 빗금치는 빗방울의 전주곡을 들었다.

기차는 대전을 지나 옥천을 스쳐갈 때

산 허리를 휘감는 비구름이 꿈인 듯 생시인 듯

나로 하여금 나르시즘에 빠져들게 했다.

유난히 터널이 많은 고속기차는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 했고

홀로 여행이지만 그렇게 기분좋은 날은 없었던 것 같다.

간간히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가 날리고

2시간58분만에 그리던 부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산역 광장앞엔 시원한 분수가 하늘향해 용솟음치면서

나를 반겨주는 듯 했다.

거의 9개월만의 부산방문이라 누굴 먼저 만나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유년시절 코흘리개 동창생 춘이를 연산로터리에서 만났다.

지금 어린이집 원감인 그녀는 핼쓱해 진 얼굴로 나타나서 진한 포옹으로 반겨주었다.

그리고 친구 서방님이 추천해 준 음식점에 들러 허기진 배를 달래고

그간의 궁금한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부산의 밤을 익혀갔다.

 

2부에 계속....

 

부산의 밤이 다 익기전에 노포동역앞으로 나오라는 기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면 불편할터이니 그 친구가 태워 주겠다고 했다.

조금 미안하지만 냉큼 차에 올라타고 서창 친구집으로 갔었다.

노포동에서 25분쯤 소요되는 거리의 중간지점에서 버스로 만들어진 카페가 보이길래

목에 좋다는 차 한잔을 마시고 웅상병원쯤 도달했을 때 정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양산에서 볼일을 다 보고 병원앞에 다다랐다고...

부산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갔기에 졸음도 몰리고 피곤했지만

1년만에 만나는 친구랑 그냥 잘 수가 없어서

세 사람은 1층 호프집에서 술을 한 잔 했다.

마침 운전을 해 준 기사친구의 생일이 하루전이었다는 안타까운 말에

지난 생일 축하를 해 주고, 한 시간을 생활이야기로 엮어가다보니

새벽이 오고 있었다.

그래서,그 친구는 먼저 집으로 보내고 희야랑 난 둘이 집에 올라가서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일어나니 아침해가 배꼽위에 떠 있었다 ^^*

난 죽은듯이 잠에 빠졌나보다 .

 

....3부에 계속^^*

 

우띵...동창 정모후기도 올려야 하는데...^^

 

짧은 기간에 많은 추억을 만들려니 손발이 부지런해지네...

친구집에서의 밤을 보내고

아침산엔 짙은 안개가 바람을 몰고 다니는 듯...

모처럼 한적한 시골에서 키큰 옥수수밭과

진한 보라꽃을 피워대는 도라지꽃과 깨밭을 보니 울 엄마모습이 깨꽃에 앉아 계신 듯 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쏫았지만 뻐꾸기 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일정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또 기사 한사람이 온다는 전보 (?)가 오고 ^^
우린 곱창부터 채우려고 냉장고문을 여니

수분이 증발 된 야채 몇알과 방울 토마토뿐..그 무엇도 배를 채울 먹거린 없었다.

친구는 집안청소를 하고 난 먼 산을 바라보는사이에

검정색 SM5를 몰고 온 기사가 나타났다.

 

어젠 원피스차림이 불편해서 오늘은 편안한 복장으로 나갔다.

기사가 잘 아는 양산 통도사로 향해 운전대를 잡고 가는데

온통 초록으로 시야가 훤해지고

길가에 이쁜 꽃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피어 있었고

농부들의 땀이 어린 벼논에는 논병아리들이 먹이를 찾는

참으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었다.

 

순간 나도 시골 아낙이 되어 호미질을 하는듯한 착각속에 있을 때

기사는 멋드러진 가든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사장님께서 직접 장작불에 고기를 구워 주시는 웰빙 밥상이라고...

여자둘은 공주처럼 벽에 걸린 묵화를 감상하고 있는데

'자 이거 함 묵어봐라 "......

"둘이 먹다 둘다 죽어도 모를끼다 ".....

 

그 기사의 말을 믿고 민들레 잎에 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 보았다.

"흐~미~~~~" 정말 그토록 찾았던 그 맛"이었다.

갓 지어온 쌀밥 또한 이천 쌀밥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구수하고

입안에 착착 감겼다.

안주가 좋은데 술이 빠질수가 없지^^*

부산 국제 행사때 들어갔다던 "천년의 약속"을 한 병 시키고

부어라 마셔라 ~~우정전선엔 따뜻한 전류가 흐르고

시간도 흘러 정오를 넘어갔다.

 

그후 양산 통도사 서운암으로 핸들을 돌리고(기사는 사이다만 마셨음 ^^*)

좁은 오솔길을 드라이버 하니 세상을 얻은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일상의 탈출이 주는 절대행복을 쉽게 깨고 싶지 않았다.

통도사엔 작은 암자들이 수십개가 있다는데 시간상 대충 둘러보기로 하고

다음은 자장암으로 갔다.

 

임산부의 배둘레같은 장독대가 긴 행렬로 맞이 한 서운암...

연못엔 잉어들이 한가롭게 배영을 하고

나뭇가지엔 새들의 부지런한 입놀림이 정겨운 한국 최고의 사찰이었다.

자장암엔 또 금화보살과 금개구리가 보인다는 구멍뚫린 바위도 있었는데

아무리 눈을 뒤집고 봐도 금개구린 커녕 개미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마당에서 몸짓이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에 감사하고 내려와야 했다.

아직 수양이 안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ㅠㅠ

 

갈매기살 먹은 배가 채 소화도 되기전에

기사는 옥수수를 사 준다고 차를 세우더니 두사람 몫을 샀다.

참 인정도 많지...서울에도 찰 옥수수는 많지만

시골에서 농사 지은거라 더 맛이 좋을꺼라고 ...친구야 고마우이 ^^*

 

그리고...........................And

 

그리고 친구 희야는 알바하러 간다고 목적지에 바래다 주고

난 또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못 만난 지인들은 다음 방문때 보기로 하고

부산역 주변에서 운전한다고 수고해 준 기사랑 간단한 요기를 하고

7시40분 서울행 KTX에 지친 몸을 실었다.

짧은 여행   긴~~~~~~여운을 남기며......

다음엔 애인 만들어 오라는데...큰일이다. ^^*

 

 2007년 7월 4일 꽃구름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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