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老年) ◈
詩 -돌샘 이길옥 -
집안의 뼈대를 세우기 위해 가장의 위엄이
기를 쓰던 시대가 문을 닫고
목소리 하나로 식솔을 휘어잡던 횡포가
꼬리를 자른 뒤 고전에 스며 몸을 사린다.
기세등등하던 어른의 자리에서
주춧돌이 빠져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밟고 일어서는 환호 움켜쥐고
억압에 당했던 분노가 불끈 허리를 펴자
당당하고 서슬 퍼렇던 체면의 뼈마디가
삐거덕 뒤틀리면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풀이 빠진 옷깃처럼
위력 잃은 몰골이 측은하다.
수시로 열 오르던 목청이 힘을 잃고
빳빳하게 세웠던 권위와 위신이
뒷전에 몰려
눈치로 길들어지며 기가 죽는다.
가시가 박혔던 호령이 삭아 내리고
날이 섰던 위세가 무뎌지며 눈빛에 성에가 낀다.
관심의 말뚝을 뽑고 등 돌려 쥐 죽은 듯이 누워
간섭의 끈을 자른 편안함에 석양이 찾아든다.
어둠에 늙음이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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