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 에밀리 디킨슨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럼 우리 둘은 한 쌍이군요!
쉿! 그들이 광고하리라는 거 ㅡ
당신도 알아요.
얼마나 소름 끼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떠벌이게 될까요?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개구리처럼
기나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I'm Nobody! Who are you? by Emily Dickinson
I'm nobody! Who are you?
Are you nobody,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 don't tell!
They'd banish us, you know.
How dreary to be somebody!
How public, like a frog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day
To an admiring bog!
6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6월을 드립니다
6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6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6월을 가득 드립니다.
6월 단비 / 오보영
멀어져간 모습
목마름에 바싹 타올랐었는데
지워진 이름
허전함에 텅 비워져 있었는데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누나
마음을 한가득 채워주누나
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채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더러 길이다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 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이 참 좋아요 / 오애숙
6월엔 푸른 물결
가슴에 차고 넘쳐요
싱그런 들판처럼
내 맘 가득 차오르는
갈맷빛 향기롬으로
소망 넘쳐오고 있어
날아가는 소망 속에
뭔가 꼭 이룰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납니다
아주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
내겐 맞춤복 같아요
유월의 노래 / 윤갑수
녹음이 우거진 대지를 향해
햇살은 따갑도록 얼굴을 달궈도
그대 여울진 미소가 향기 가득
구릿빛 건강함이 귀에 걸려있다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려
금새 땀방울이 이마에 맺혀
또르르 구를 것도 같은데
울타리 넘어 다붓이 핀 넝쿨장미꽃
고운 얼굴 드리운 여인처럼
반기우니 그대 뜨거운 나신은
망부석이 되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유월은 정열의 꽃처럼 사랑을
키우는 꿈 많은 젊음의 계절이
우릴 부르고 있다
6월의 편지 / 윤보영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 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 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 싶어 눈물이 핑 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6월에는
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유월 / 이바라기 노리코
어딘가에 아름다운 마을은 없는가
하루의 일과 끝에는 한 잔의 흑맥주
괭이를 세우고 바구니를 내려놓고
남자나 여자나 커다란 조끼를 기울이는
어딘가에 아름다운 거리는 없는가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단 가로수가
어디까지나 잇달았고 제비꽃 빛깔의 석양녘은
젊은이들의 다정한 속삼임이 충만한
어딘가에 아름다운 사람과 사람들의
힘은 없는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숙함과 우스꽝스러움과 노여움이
날카로운 힘이 되어 솟아오르는.
유월 / 이상국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깐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 .
6월 / 이수경
우리가 학교에 오면
앞산 아까시나무 꽃향기,
쥐똥나무 꽃향기도
함께 학교에 온다.
우리랑 같이
공부하고
우리랑 같이
하이얗게
운동장에서 뛰논다.
찔레꽃 향기도
따라와
우리랑 같이
축구하고
고무줄뛰기 한다.
6월이 되면
[출처] 유월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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