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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를 한문으로 번역하면?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三歲之習, 至于八十.
삼세지습, 지우팔십.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이담속찬(耳談續纂)」

   뜬금없이 무슨 퀴즈인가 싶겠지만, 굳이 따져보면 다산의 ‘三歲之習, 至于八十.’만이 정답은 아니다. 섬세한 표현은 다르지만,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백언해(百諺解)』에는 ‘維兒時心, 八十猶存.[어렸을 적 마음이 여든에도 남아 있다.]’,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열상방언(冽上方言)」에는 ‘三歲志, 八十至.[세 살 생각 여든 간다.]’로 번역하였다. 똑같은 한문 원문을 두고도 다양한 한글 번역이 있듯이, 우리의 고유한 속담을 한문으로 번역할 때 이처럼 여러 가지 표현이 있을 수 있다.


   다산의 속담 번역문이라 할 수 있는 ‘三歲之習, 至于八十.’은 중학교 한문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을 만큼 널리 알려 있다. 그런데 이 번역문의 원문인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사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버릇 나쁜 어떤 늙은이의 흉을 보며 나온 말인지, 아니면 제 스스로 고약한 습관을 평생 못 고친 한 노인의 자조(自嘲) 섞인 반성이었는지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탄생 비화야 어떻든 이 땅에서 살던 어느 누군가의 말에서 나온 이 말이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다산의 귀에도 많이 익었을 것이다. 다산은 이 속담에 대해 “어렸을 때 하던 일이 끝내 나쁜 습관이 되어 늙어서도 고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言幼眇時事 終爲惡習 老而不改]”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두었다.


   이 내용이 수록된 「이담속찬」은 다산이 엮은 속담집인데, 크게 중국과 한국의 것으로 나뉜다. 특히, 한국의 속담 214가지 중 대다수가 4자 2구(句)씩 총 8글자의 한문으로 되어 있다. 이중 60가지는 본래 다산의 형인 손암(巽菴)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수집했던 것인데, 다산이 다시 「이담속찬」에 수록하였다. ‘三歲之習, 至于八十.’은 「이담속찬」의 한국 속담 중 가장 첫 번째 것인데, 이외에도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속담들이 여럿 보인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一日之狗, 不知畏虎.[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在灶之鹽, 擩之乃鹹.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晝言雀聽, 夜言鼠聆.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孩兒之言, 宜納耳門. [어린아이 말도 귀담아들어라.]’
‘難升之木, 無然仰矚.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또 ‘西瓜外舐, 不識內美.[수박 겉핥기라 속의 단맛을 모른다.]’과 같이 ‘수박 겉핥기’에서 어구를 보탠 것도 있고, ‘甘言之家, 豉味不嘉.[말이 단 집은 된장 맛이 안 좋다.]’의 경우에는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와 비교할 때 세세하게 글자가 다르다. 본래 속담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이니 애초의 표현이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고, 속담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번역자 나름의 판단과 재량이 가해졌을 수도 있다.


   이러한 속담 한역문(漢譯文)은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집되기 시작하여 근현대 이후 사전(辭典)의 형식으로 편찬되기 전까지 한국 고유의 속담을 보존, 정리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지금은 비록 조선시대처럼 속담을 활발하게 한역(漢譯)하지는 않지만, 『순오지(旬五志)』에 보이는 ‘오비이락(烏飛梨落)’, ‘동족방뇨(凍足放尿)’, ‘주마가편(走馬加鞭)’ 등 몇몇 한역 속담은 현대인들이 아직도 성어(成語)처럼 사용하고 있다.


   다시 「이담속찬」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惟杖無將.[매에는 장군 없다.]’을 비롯하여 8글자가 아닌 속담 4가지가 따로 모여 있다. 그중 맨 마지막 속담은 이렇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寧測十丈水深, 難測一丈人心.


글쓴이:조준호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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