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여자
텃밭에서
긴 생머리 추스르며
저녁상에 오를 상추 솎고
명절 상경길
피곤한 몸에도 운전대 잡은
나에게 말동무해 주고
박봉의 월급봉투 내밀어도
만 원짜리 숫자 세기보다
뭉친 어깨 주물러 주고
봉투에 풀칠해서
매운 마늘 껍질 까서
한 푼, 두 푼 모은 비상금
친구 만나 기죽지 말라며 건네는 손길
소주 몇 잔 걸치고
길거리 군고구마 봉투 보며
목이 매여왔습니다
미안해서, 바보 같아서
집 앞 골목으로 접어드니
십 년 전 사준 회색 스웨터를 입고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여인
한 올의 실바람도 함께 맞아줍니다
- 최인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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