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엑스 타고 서울 가는 길
옆 통로에선 중년의 사내들 몇이
세상사를 논하고
나는 뜨개질을 하며
여행길의 지루함을 달래고 있는데
간식이 건너온다
자판기에도 없는 사탕 한 알
낯선 이의 마음 씀을 입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다음에 봅시다
한 마디 툭, 던지고 그들이 사라진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생면부지의
여자에게 던지는 한 마디, 다음에 봅시다
물론 다음에 볼일이 없을 거라는 걸
전제로 던졌을 그 말이
긴 여운을 남기고
기차는 그 말을 지우듯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 조옥엽, 시 ‘다음에 봅시다’
툭 던지고 사라진 생면부지 사람의 말,
기약이 없지만 긴 여운을 남긴 그 말, 다음에 봅시다.
낯선 이의 마음 씀이 지루하거나 외로운 길에 따스함을 주기도 합니다.
쓸쓸한 듯 아름다운 이 가을의 끝자락도
누군가로 인해 잠시 따스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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