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5월 25일 /월요일/아주맑음
산행지:북한산 영봉 능선 비탐방로
산벗:5명
코스:우이동 용덕사입구~육모정 고개~슬랩~합궁바위~코끼리바위~영봉 능선길 (6시간소요)
아침햇살이 경계를 허무는 시간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으로 갑니다.
1번 출입구로 나가니 먼 발치서 손을 흔들며 날 반겨주는 두 여인이 있습니다.
시커먼 썬글라스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등산복의
유리씨와 현애씨입니다.
근데 유리씨한테 내 몽타쥬를 선뵌 일이 없는데 어찌 알았을까요?
악수를 건네 덥썩 잡았지만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만큼 멀리서도 광채가 비치는건지..^^
암튼 순옥대장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도로엔 차들이 빽빽하고 인도엔 움직이는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그러고보니 부처님 오신날이었습니다.
우이동에 위치한 "도선사"로 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었어요.
순옥대장은 보이지 않고 전화가 걸려온다.
"롯데리아"를 두고 "맥도날드"라고 한답니다.
아직 화채능선에 정신을 놓고 온 모양입니다.
넷이 버스를 타려고 승강장에 가니
세상에 버스는 콩나물시루보다 더 복잡합니다.
포기하고 조금 작은 차로 우이동까지 이동을 했어요.
남자 한 분이 결석한대서 여자 넷이 가는구나 했더니
또 여자 한명 추가라네요.
그 분도 설악에 영혼을 두고 왔는지,
버스를 역방향으로 타고 가서 다시 턴~하고 있다네요..
시간은 흐르고 햇살도 뜨거워지는데 우짜라고 ~~
그래도,기다림의 미학을 알기에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헐레벌떡 달려온 현순씨~고생 많으셨어요.^^
용덕사입구로 가려고하니 사과 반쪽씩 먹으라고 해서 의무감으로 삼키고
워킹시작~~
푯말에 육모정고개는 오른쪽인데 우린 왼쪽 비탐방로로 향합니다.
거기부터 꽃길입니다.
하이얀 꽃송이를 단 국수나무가 향기를 발산하며 우릴 반겨줍니다.
혼자 걸어도 좋을 그 길을 산벗들과 함께 걸으니 기쁨이 배가 됩니다.
조금 올라가니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잠시 후,시원한 동굴이 나타납니다.
깔끔하게 정돈 된 동굴속이 제법 넓어 보입니다.
소나기를 만났을 때 들어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낭만적일 거 같아요.
그리고,순옥대장이 이끄는 길로 따라가니
커다란 스랩이 나오고 그곳부터 간간히 릿지를 합니다.
따뜻하게 잘 데워진 바위맛을 제대로 맛 보는거지요.
한참을 올라가도 인적은 없고 "홀딱벗고새"의 외침만 들립니다.
아무데서 홀딱 벗지 말라는 부탁 같이 들립니다.^^
북한산을 수없이 다녔어도 그러한 길은 첨입니다.
직접 가 보지않고는 형언할 수 없는 가슴 벅찬 그 떨림을 말입니다.
순옥대장은 누구랑 그 길을 갔었는지 참 궁금했지만
참았어요.
담부터 안 데리고 갈까봐서요..^*^
첫 번째 경험한 바위는 이름도 야리꾸리한 "합궁바위"입니다.
커다란 바위 틈에 남자와 여자가 궁합을 맞춰보는듯한 그림이라는데
보는이들의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일수도 있을겁니다.
요즘 워낙 남근석이니 여근석이니 하는 돌?들이 많아서 말이죠.^^
합궁바위에 올라 체험도 하고 인증샷을 날리는데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바위도 꿰뚫을거 같았어요.
일반인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방귀소리에도 웃는 그대들은 아직 순수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바위사이의 굴에도 들어가 오만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웃고 즐기는데 중년 나자 두 분이 바위로 옵니다.
자세히 보니 우이동 슈퍼마켓앞에서 자리를 양보 해 주신 분이네요.
단체사진도 찍어주시고 고마운 분이었지요.
그런데,우리가 그 바위를 떠나온 지 10여분후에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비탐방로를 지나 정상적인 길에 발을 디뎠을 때
산악구조대원들이 황급히 달려 가더라구요..
혹시 그 중년 나자분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됩니다.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빌어 드립니다.
산에서는 무조건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지나친 음주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덥다고 막걸리나 맥주를 벌컥 마시면 어지럼증이 생기고 졸음이 오지요.
차라리 도수 높은 술 한잔 마시고 잠시 눈을 부치는 것도 괜찬을 거 같아요.
인적 드문 산에 여이들의 천국을 만들어 준 순옥대장님 고맙습니다.
연속산행에 힘든 내색 않고 묵묵히 리딩해주는 그대는 진정한 셀파입니다.
그리고,산새도 잠재우는 유리씨와 현애씨의 소근거림은
녹색물결속에 화음이 되어 지루함을 달래주었고
하산 후 지각한 댓가로 아이스크림으로 입속을 션하게 해준 현순 총무님도 욕 봤심더.
거대한 암릉과 숲으로 어우러진 북한산 영봉 자락
어디에 서서봐도 온통 녹색으로 눈을 스캔하게 만들고
군데군데 골바람이 가슴까지 파고드는 힐링제조기같은 푸른 산.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대범한 산.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대자연에 오늘도 감동 스토리를 펼쳐본다.
솔향기에 마음 설레이고 차가운 물소리에 들썩이는 산내들...
산새소리에 숲이 열리며 햇살담은 바람따라
꽃향기 지천에 뿌려진 아름다운 오월의 유혹에
너무 감상적이지 말고 그 꽃들의 유혹에
질탕으로 봄날의 나르시즘에 빠져보는것도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에쁘고 오래보아야 더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우리 오래오래 산과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보아요.푸르름이 다 가기전에 산새들의 노랫소리 함께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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