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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後記

문경 희양산,구왕봉후기

2015년 08월 30일 일요일 /맑음

구왕봉, 희양산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경계

산벗:8명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는 희양산은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암봉입니다.

희양산은 그 모습이 우뚝하고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데다

 바위 낭떠러지들이 하얗게 드러나있어 주변의 산에서 뿐만 아니라

먼 산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산입니다.

 

햇빛이 두 글자나 들어가는 희양산(曦陽山,999m)

햇빛 희(曦), 볕 양(陽)

이름의 유래를 찾기는 어렵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흰 바위가 빛나고 있는 형국이죠.

생각보다는 험한 산세이고,

 대간 산행길에 있다보니 초보자들은 엄두도 못 낼 멋진 산입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누구입니까?

해찬솔의 산꾼이지요 ^^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을 향해 잠을 설치며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 7시 20분 천호역에

정순옥 대장은 9인승 은색 스타렉스를 끌고 주유소앞에 나타납니다.

100대 명산인 희양산을 가기위한 의무감으로 탑승을 하고

저는 야근후 겨우 한 시간 반, 잠을 자는둥마는둥 했기에

뒷좌석에 누워 문경까지 자려고 했는데

두 번째 하남시 만남의 장소에서 3명의 친구들이 타고

그 분들의 배낭은 모조리 제 자리 옆으로 모셔 두었어요.

혼자 넓직하게 휴식을  취하려 했던 내 욕심이 무너져 내리고

그냥 조용히 새우잠을 자야 했습니다.

 

성묘철이라 고속도로가 정체될거란 우려는 정대장의 거침없는 운전솜씨로

두 시간만에 문경 은티마을에 도착을 하고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 안내도를 한 번 훑어보고는 바로 워킹을 시작합니다.

우리를 반겨주듯 마을입구에 장승이 전봇대처럼 서 있고

수령을 알 수 없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안식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아홉명의 산벗중에 정대장 고향친구들이 네 명이나 되니

나머지도 문경이 고향인 듯 향수에 젖어들며 시멘트 포장길을 15분정도 걸어가는데

멀리서 봐도 빨간 열매가 선명한 사과밭이 나옵니다.

여름내내 뜨거운 태양빛 받으며 알알이 탐스럽게도 달렸습니다.

 

 

 

농장 주인님이 사과맛을 보여주며 내려올 때를 기다린다고 하셔서

찰떡같은 약속을 하고 다시 올라갑니다.

자그마한 팔각정이 나오고 그 곳이 구왕봉과 희양산 코스의 갈림길이자 들머리입니다.

우린 짧은 코스인 구왕봉을 선택하고 한적한 시골산길을 사뿐사뿐 걷습니다.

조금 더 오르니 원시림이 나오고 모두들 정글숲속을 걷는 전사가 됩니다.

산세 때문인지 벌초 때문인지 산행중 만난 산객은 딱 두 팀 뿐,

해찬솔에서 하루 전세를 낸 기분입니다.

 

계속 오르막인 곳에 어느 분의 무덤이 보이는곳에

 잠시 휴식을 취할동안 저는 여로와 며느리밥풀 꽃을 감상합니다.

아무리 힘든 산행에도 들꽃을 보면 기운이 솟구치고 마음이 맑아지는 저는 누구일가요? ^^

그러다가 또 오르막을 오르다가 넓직한 바위에 앉았는데

어머나...환자가 발생했어요.

싱글벙글 웃기만 하던 김팔현님께서 왼쪽 다리에 쥐(마비)가 난다는거에요.

다리 근육은 축구대표선수급인데 갑자기 왜 저리는지,

얼른 눕혀놓고 급처방을 해 줍니다.

 

한의원 원장님과 조금 친한 관계로 몇 가지 처방을 어깨너머로 배워둔게 자랑스러운 순간,

팔현님의 양쪽 발가락을 사혈침으로 찌르고 발 맛사지를 해 주고

다리엔 미니 침을 놓아주고 근육통에 먹는 알약까지 먹였더니

조금 살만하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여자분이 하반신 마사지를 제대로 해 주니

아침에 집 나올때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가 생긴다고 의욕에 넘칩니다.

참 뿌듯하고 다행스런 일이지요.^*^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이른 런치타임에 들어가고

냉커피까지 한 잔씩 마시고 또 행군을 합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키 큰 나무들이 맑은 산소 내뿜으며

녹색물결로 안구를 정화시켜주니 어찌 주저하리오.

구왕봉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하산을 하는가 싶더니

성터를 지나고 희양산 갈림길이 나오니

모두들 생각이 깊어집니다.

첨엔 구왕봉만 찍고 하산하자고 했는데

막상 산속에 들어가니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희양산이 목표였으니 그냥 갈 순 없잔아요 ~

젖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희양산으로 고고~~

이미 주사기는 던져졌어요.

그런데, 구왕봉에서  희양산 아래는 직벽에 가까

시작부터 줄타기 유격이었어요.

 

대간을 타는 사람들도 이 구간에선 입에 단내가 날 듯 합니다.

그래도, 해찬솔 산벗들은 미소를 잃지않고 끝까지 서로 의지하며

무사히 클라이밍을 즐기고 마침내 희양산 정상을 밟았습니다.

아~~우리들 입에선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산사람들입니다.

정상석 옆에 작은 돌탑에 돌멩이 하나 올려놓으며 말없는 기도를 올렸지요.

9명의 산벗들이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희양산 정상은 백두대간을 약간 벗어나 있었지만

100대 명산을 꿋꿋하게 정복한 사람들은 격한 희열을 느꼈을것입니다.

하산길도 높은 습도와 이끼,그리고 암릉지대라 한 눈 팔다가 발을 헛디딜수 있는

위험한 구간이었지만, 사과 농장에서 싱싱한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그리고,길가에 질서있게 핀 코스모스와 앙증맞은  풀꽃들이

다정하고, 아침에 갓 수확했다는 표고버섯의 고소함도 맛보고나니

더 이상 욕심도 없었지만 올라갈 때 농장주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과밭에 들어갔어요.

 

그저 빨간 열매의 사과나무를 바라만 봐도 내 가슴은 붉은 능금이 되고 詩가 되는데

다들 한 바구니씩 구입을 했습니다.

사과 종류는 "홍로" 입니다.

시골인심으로 아저씨는 서 너개 씩 더 넣어주셨데도

이뻐지고 싶은 여자들은 나무에서 스리슬쩍 따 넣기도 합니다.ㅎㅎㅎ

집에 가져갈 때 무거움 정도는 생각을 못하는거죠.^^

저는 표고버섯까지 샀는데 사과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긴 산행에 지칠만도 한데 주차장에서 조금 내려오다 중리마을 팔각정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일명 뒷풀이를 시작하네요.

후끈 달아오른 불판에 오리고기,대하,양파가 올라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션한 캔맥주 한 잔 들이키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더이다.

정대장 고향친구 한 분이 얼굴이라도 본다고 술을 사 오셨어요.

마침, 소나기가 내리고 분위기는 고즈넉한 카페가 되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

그만큼 많은것을 보고 배우고 느낀 것 같습니다.

휴식시간 포함하여 7시간이었지만

11KM정도니까 5시간이면 정복할 것 같아요 ^*^

유난히 소나무가 많고 야생화가 군데군데 널려있어서 지루하진 않을거에요.

또한 산철쭉(연달래)도 길가를 밝혀주어 봄이 무르익을즈음 가 보면 환상적일 것입니다.

이제 무더웠던  여름도 끄트머리에 와 있고

가을이 문밖에서 서성거립니다.

어서 아홉마디 구절초가 향기로운  아름다운 가을을 집으로 데리고 옵시다.

 

구왕봉,희양산을 함께 산행한 산벗님들~!! 함께여서 행복했구요,

그 날, 또 다른 산에서 우정의 웃음꽃 피운 해찬솔 산벗님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구월입니다.

추석도 다가오고, 곧 펼쳐질 단풍의 환상에 넘 빠지지 마시고,

다리에 쥐 안나려면 몸속의 피로물질 제거 하시고^^,

환절기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졸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년 09월 01일 신정동에서 신윤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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