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의 고민 /박정재
이 아름다운 장미
그 기다림의 세월에
사랑의 꿈 떠날줄 몰라
줄기에 가시 돋혔다
이 아름다운 장미
사랑노래 부르기 전에
꺾일가 두려워
줄기에 가시 키웠다
이 아름다운 장미
이 아름다움이 영원히
떠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이 온다
2월에 핀 백장미 /오애숙
설한풍 아니지만
거센 비바람에 외초롭다
어이하여 그대 홀로 피어
외롭게 떨고 있는지
간밤에 불어 닥친
비바람에 용케 견디었네
홀로 화~알짝 피어나서
어찌 그리 당당한가
내 눈에 보이는
너의 외로움 달래고 싶네
봄바람에 살짝쿵 윙크 하며
맑은 햇살 미소 하리니
가슴 시리게 아파도
나와 함께 웃어 보자꾸나
금빛 햇살 품에 안기리니
그때까지 참아보자
겨울 장미 /송정숙
긴장감이 돈다
끊임없이 이겨 내야한다
자동차 밑 숨었던 고양이
눈발 사이로 사라진다
정류장에 손목 잡힌
헌 신문지 날지 못하고
그 위로 하얀 속삭임
무심한 발길 타고 내린다
흥미롭던 열정 숨긴 채
진저리치며 피던 시절
길어진 기다림 못 참고
백장미로 피어났다
장미 앞에서 /정심 김덕성
여름비 끝이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살짝 내리는
청아한 아침이네요
청수로 세수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유월의 여인처럼
흐드러지게 피면서도 예쁜
저 장미를 보셨나요?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
빨간 장미에 유혹
어느 꽃보다 더 향긋한 향기에
그만 취해 보셨나요?
눈부시게 찬란한 유월
죽도록 사랑하고 싶은 빨간 장미
감미로운 미소를 보셨나요
참 아름답네요
유월의 장미 /김세실
그 붉게 타던 꽃이파리
다 어디로 가는가
그 아름답고 고귀한 꿈
이제 어디로
떠나 보내는가
그대
짧은 시간 피우기 위해
긴긴 날 인고의 불 안고
혼신을 다해 삭혀 왔던 삶
이제
너의 열정 고요히 접어
깊고 푸른 심연으로
시간의 여행 띄워 보낸다
그러나 그대
슬퍼하지 말아요
또 한해가 가고
봄빛이 뽀송이 영글면
그대 타는 입술로
생을 노래하며
온 담장을
붉은빛 사랑으로
물들일 것을...
덩굴 장미의 언어 /김세실
담장안 붉은 장미
담장밖이 보고싶어
온 몸을 비틀어
세상 빛이 그리워
화려하고 아름답고
기품있다고
칭송하지만
가슴은 늘 고독 한 채 쌓아놓고
덩굴을 뻗어
세상속으로 나가면
빈 가슴 채워지려나
아픈 마음 치유되려나
담장을 박차고
바람이 실어다 주는
生의 싱그러운
운율을 듣고싶어!
장미의 계절 /하재일
이 나라는 이상하다. 울타리마다 붉은 장미가
가슴에 온갖 악세사리를 하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 한 모퉁이를 돌자마자
장미를 만나게 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줄곧 장미의 행렬 뿐
도무지 시들 줄 모르는 황홀경 뒤에
어떻게 열반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한때는 금속보다 더 빛나게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괜한 생각이려니 하며 그냥 묻어두었지만
이 나라의 요즘 계절로 보아서는
화려함도 큰 미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숨어들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황혼 무렵에 길가의 장미는 십중팔구
먼지를 하얗게 뒤집어 쓰고 지워진 화장기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래, 때로는 젓가락 두드리는 명월집 작부가
이뻐 보일 때가 있지 않더냐
달 밝은 밤이려니 또 쓸데없는 생각
장미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지 못했던 그 시절
한번쯤은 그 남자의 손목을 잡으며 고백했겠지
언젠가는 나도 현란하게 태어나겠다고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장미가 아니다
괴이한 이 나라의 풍경 앞에 위로 받지 못한
상처만 이즈막 곪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정확한 상처의 부위를 모른 체하며
달아날 채비로 계속하여 줄서기를 하고
나는 한없이 밀려오는 파도타기마냥
맨몸의 일광욕을 즐기는 장미의 무리를 본다
햇빛은 더욱 뜨겁구나, 갈수록 장미의 얼굴은
붉어지고 이 나라의 여인들은 덩달아
옷을 짧게 입으며 사랑을 갈구한다
요란할수록 잦아드는 삶인가
차창 밖으로 한 세계를 떠나며 생각한다
그대의 화려함 뒤에도 시들 삶이 있을테고
죽음 같은 바람이 찾아와 그대를 갈기갈기
누일 때 누가 노래할 것인가
한때는 온통 장미의 계절이었던 풍경를.
이 나라는 화려하다. 걷는 사람, 서 있는 사람,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침묵하며 생각하는 사람 모두가
장미꽃 속에 파묻혀 시르믈 잊고 있다
장미가 시들어 추한 몰골이 되리라는 걸
멀리도 가까이도 어떤 기미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이 나라의 사람들은 온통 붉은 장미에
흠뻑 취해 산다
해가 떠서 다시 떠 오를 때까지.
장미를 위하여 /홍수희
가시가 없는
장미는 장미가 아니다
동그라미 탁자 위
유리꽃병 속에서도
모진바람 불어 지난
담벼락 밑에서도
너의 모습 변함없이
두 눈이 시리도록
매혹적인 것은
언제든
가시를 곧추 세우고
아닌 것에 맞설
용기가 있기 때문
아니라고 말할
의지가 있기 때문
꽃잎은 더없이
부드러워도
그 향기는
봄눈처럼 황홀하여도
가시가 있어서
장미는 장미가 된다
술과 장미의 나날 /유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다,
나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서 한숨짓는다,
축제의 폭죽은 싸늘한 먼지로 사라지고
펄럭이던 혀와 술잔은 어둠의 얼룩으로 메말라 있다.
흩날리는 머리칼, 웃는 얼굴들,
마음의 은밀한 기타통을 울려대던 햇살의 관능적인 손가락,
사랑은 늘 눈빛의 과녁 옆으로 미세하게 비껴나는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이었다,
바랜 꽃잎처럼 떠나버린 여인들의 자리,
그 여백만큼 갈라진 시간의 몸살만이 빠르게 그 육체들을 추억했다,
매순간 내 피의 알코올을 모두 장미에게 쏟아부었고
그 붉은 빛의 동전에 취해, 나 주크박스처럼 끝없이 노래 불렀다,
맡겨둔 나의 넋마저 영영 싣고 가버린 빛의 노래들 난 희망을 입술에 꿀처럼 처발랐었다
벌떼의 날갯짓,
그 온갖 말들의 황홀한 소란이 끝내 침묵이란 무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그러나 이제 장미는 문을 닫았고,
늦은 욕망만이 내 몸에 대롱을 꽂는다 몇 사람은 깨진 술잔처럼 흩어졌고,
일부는 어둠 저편으로 빨려 나갔다,
오솔길 끝에서 노래 없이 난 말한다 그 열애의 지저귐,
노래의 살결을 귀 멀도록 빛나게 한 건 정적의 힘이었음을
, 하여 나 지금 장미의 닫힌 문 앞에서 담담하게 입술을 닦는다
오, 희망이여,
나의 벌레여,
오늘 나는 환멸에게 인사하련다
향기의 해골에 기대어 장미는 문을 잠그고,
내 푸른 영혼도 노래를 따라 날아갔다
장미 꽃 /박인걸
붉게 달아오른 꽃잎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서
시나브로 흩날려
발밑에 쌓이고 있다.
정열을 다해 피워 올린
매혹의 색깔은
단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찬란했던 그 이름 장미!
사랑의 목마름이
해갈 되지 않는 갈증으로
초여름 따가운 햇살에
까맣게 타들어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구겨진 색종이처럼
길가에 뒹구는 네 모양이
처연하기만 하다.
장미 /김미선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그 꽃내음으로
깨우고 가네요
싱그러운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도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서
나는 이제
당신을 부를 때에는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루는 나를
그 꽃내음으로
재우고 가네요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도
부럽질 않아요
들 장미 /임승훈
당신을 처음 본
그대로가 사실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잔잔히 불어오는
어느 유월의 폭풍 같은 정열은
꽃 중에 꽃 감동의 물결입니다
시기하지 않습니다
어제는 당신의 모습이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절제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온 몸에 가시는 당신의 절개이며
자존심에 경고입니다
누구든 당신을 예뻐 하지만 가질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당신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낮의 햇살보다
더 선명한 빛을 말입니다
당신이 굳이 열매를 원치 않은 것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평등하게
피어주길 바랄 겁니다.
배반의 장미 /藝香 도지현
너무 원망하지 말기로 하자
떠난 이는 또 얼마나 아프겠니
누구에게나 배신이 있고
때로는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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