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 찬가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오순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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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 '사계절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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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돌아오면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신석정·시인, 1907-1974, 1939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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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신록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천상병·시인, 1930-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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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있네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있네요
저, 능청스런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런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김태인·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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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오거든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홍해리·시인. 1942-)
5월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김상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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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초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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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여기 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최금녀·시인,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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