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산에 발 도장 찍고...]
DAY_3 ~4
2011년 05월20일 금요일/ 맑은 후 저녁에 비
05월21일 토요일/흐린 후 맑음
낙양시 지광가일(DIKUANG JIARI)4성급 호텔
07:00 기상 /호텔식 아침식사후 낙양 용문역으로 이동하다보니 한국의 양평 용문산이 생각났습니다^^
고속열차로 화산북역까지 1시간 16분정도 달려갑니다.
우리나라 KTX 보다 통로나 좌석간의 거리가 조금 넓습니다.
그런데,잠깐 잠을 청하려하는데 통로에 서있는 중국인들의 말소리가 귓전을 마구 때렸슴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 멸칫배가 들어온 듯,알아듣지 못하니 더욱 시끄러울 수 밖에..ㅋ
가이드님께 "재들 뭐라고 씨부리쌌노오?" 물어보니 씨익 웃기만 합니다.^*^
그것도 중국여행의 낭만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화산북역에 도착을 합니다.
화산입구까지 또 버스를 타고 이동~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하네요.
다른날보다 덜 느끼한 것 같기도 했는데,어김없이 반주로 맥주 한잔씩 돌리고
배낭에 짱박아둔 소주도 한 고뿌를 ~훔...
목선을 타고 흐르는 그 짜릿함은,그 자리에서만 맛보는 희열같은 것..
산에서는 먹은만큼 간다고..위장을 빵빵하게 채웠으니 또 떠나야지요..
화산 전용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굽이굽이 심산유곡을 찾아듭니다.
차창 밖으로 아무리 고개를 빼고 위를 쳐다봐도 끝없이 높은 산정이 하늘을 가립니다.
인적 하나 없는 협곡을 30여 분 달려 삭도(케이블카)정류장에 도착,
물건 파는 소리로 왁자지껄한 가운데 일단 삭도를 타고 북봉으로 오릅니다.
운무로 인하여 북봉의 비경을 확연히 조망할 수는 없지만 잠깐씩 드러낸 북봉의 위용에
이백, 이상은, 백거이, 관회 같은 장안에서 이름난 시인들이
화산을 노래한 시심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양희은 노래가 떠 올랐슴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네~~발 아래 첩첩산중~~♪
그래도 우리들은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저 산 그대로 봉황의 날갯짓이자 용의 승천 같습니다.
중국인들의 산악신앙의 대상이 된 5악 중 산세가 가장 뛰어난 산이 화산이라고 하죠.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계곡은 웅기험준하여
지난 수세기동안 무수한 침략자들로부터 장안을 지켜낸 일등공신이며,
대황하의 물줄기마저 바꾸어 버린 산이라 합니다.
화산은 산세가 워낙 험해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돌기 때문에 무협지의 주무대가 되었으며,
무림고수들의 마지막 결투가 이곳 화산에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산론검(華山論劍)이라는 말이 나온것 같구요...
또한 화산은 도교(道敎)의 발상지이자 진흥지로도 유명하죠.
현재도 200여 개의 크고 작은 도관(道觀)이 있으며,
양귀비가 양태진(楊太眞)이란 도호(道號)를 가지고 여도사 생활을 한 곳도 이곳입니다.
다른 명산들은 도교의 도관과 불교의 사찰이 혼재되어 있지만,
화산은 유일하게 불교사찰은 전혀 없고 도교의 도관만 존재한다고 하네요.
화산은 섬서성 서안에서 동쪽으로 120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크고 작은 봉우리가 38개나 솟아 있습니다.
이중에 높은 5개 봉우리(落雁峰, 朝陽峰, 蓮花峰, 云臺峰, 玉女峰)를 지나는 것이 주요 산행로입니다.
산 전체가 험준한 화강암봉군으로 이루어져 있어 클라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죠.
이 웅장한 화산을 보고 나면 여백 없이 하늘 끝까지 채우는 중국의 산수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안은 연평균 강우량이 600mm라고 하니 비가 귀한 곳이랍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손님이 비를 몰고 오면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옛말이 있다네요.
우리들은 이틀동안 비를 조금씩 몰고 다녀서 다음날 네잎클로버도 체취하고 멋진 절경을 감상했겠죠~ ^^
북봉 정상에 오르니 운집한 군중 속에 화산북봉‘華山北峰’(1,614.7m) 표지석이 반겨줍니다.
- 바로 그 옆에 ‘華山論劍(화산론검)’이라 새겨진 키보다 큰 표지석이 세워져 있지요.
- 장편 무협소설의 "비"입니다.
- 무림고수들이 혈투를 벌인 곳이라고 하지요.
- 뿌연 안개 구름속에서 시원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북봉에서 내려섰습니다.
- 이제부터는 화산에서 제일 소문난 험도, 푸른 용의 등을 닮았다는 창룡령(蒼龍嶺)을 오릅니다.
- 정말 아차 실수라도 하면 시신은 찾을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네요 ^^
- 모두들 쇠줄을 붙들고 조심스럽게 올라야 합니다.
- 체면이고뭐고 따질 겨를도 없습니다.
- 창룡령을 오르며 등골에 땀을 오싹 빼고 나니 "오운정"이 나옵니다.
- 이쯤에서 오은정의 "울산아리랑" 한소절 뽑아버리고...ㅋㅋ
- 구름 속에 가린 북봉은 이제는 흰 구름이 산허리를 감고 돌아
- 운대봉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
- 석도의 기운이 생동하는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합니다.
- 오운정 폐방을 지나 오운봉 빈관에 오르니 짐꾼아저씨가 미소로 반깁니다.
그 분의 얼굴 표정이 참으로 밝았습니다.
바지를 반쯤 걷어 올린 종아리에는 힘든 세월만큼 굵은 힘줄이 튀어 나왔구요,
육체적 고통을 괴로워하기보다는 이곳의 삶을 즐기는 진정한 도인 같아 보였습니다.
안개 속에 아스라이 비친 노송 너머로 서봉(西峰)이 우뚝하니화산의 정기가 가슴속을 거침없이 후벼 파고듭니다.
이렇듯이 산은 일기가 불안정할 때 오르면 위험도 따르지만,
예상 못했던 희열을 맛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금쇄관으로 조금 올라 쉼터에서 바라본 운해속의 거대한 암봉들은
만장의 산수화 같아 가슴속 심장은 더욱 세차게 피를 뿜어냅니다.
금쇄관 주위에는 수많은 열쇠꾸러미와 붉은 댕기가 바람에 요란하게 펄럭이고 있습니다.
어딜가나 신을 숭상하는 마음들은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꽃구름]
서봉 정상은 넓은 너럭바위로 되어 있어수많은 시인묵객이 풍류를 즐길 만한 곳이고 좌선하기에도 좋지요.
이럴줄 알았다면 화선지와 붓,먹물을 챙겨갔더라면 점이나 찍고 왔을텐데...ㅎ
그러고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도처는 바위가 있는 산이군요..
어지럽게 쓰여진 대형 글씨들은 하나같이 녹색입니다.
시력을 보호하라는 선인의 배려차원인지....ㅋ
- 땀을 흠뻑 흘리며 봉일송(捧日松)을 지나 힘들게 계단을 올라 남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 화산 최고봉 남봉(2,160m)은 기러기가 날아와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하여
- 낙안봉(落雁峰)이라고도 한답니다.
- 정상에는 화강암 자연석으로 된 표지석 바로 옆에 어천지(御天池)가 있습니다.
- 복을 빌며 돈을 던져 넣습니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화산의 운기(雲氣)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이래서 화산은 중국의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나 봅니다.
산수 화가이자 이론가인 "곽희"는 여행을 많이 하기로 이름난 사람인데,
“동양의 산수는 결코 하나의 산, 하나의 사물을 사실에 가깝게 모방하려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산수를 경험하고 미적 관조가 가능한 이상적인 산수로서 창조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새로운 산수를 독창적으로 창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해집니다.
인증샷 열나게 날리고 정상에서 내려서서 남천문으로 향합니다.
거대한 돌계단을 내려서니 남천문 도관입니다.
문을 들어서니 장공잔도(長空棧道)의 모험적인 사진들이 걸려 있으며
‘華山第一險道, 全眞崖’(화산제일험도, 전진애)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가슴이 벌렁대고 간이 오므라듭니다.
종루 옆 석문을 통과하니 그 유명한 창궁잔다오(장공잔도)가 나옵니다.
[장공잔도..천길 낭떨어지기에 널판지 몇장으로 엮어놓은 위험천만의 길...^^]
사진의 손 흔든님은 백두대간과 서해문님^^
화산의 수려하고 웅장함 ...그리고,강한 원기(元氣)를
한밭 사람들의 지극한 마음들과 함께 온몸에 채운 듯 합니다.
[식당에서 써빙하는 아가씨에게 잘못 맨 옷고름을 바로 묶어 줍니다.^^]
중국 3산 트레킹 사진이 카페에 홍수가 날만큼 많은데
글로 표현하려면 소설책 한권은 쓰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
화보집같은 사진 감상하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병원진료도 못 갔네요 ㅎ
트레킹 후 야간시간에 즐거운 일도 많은데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이만 붓을 내려 놓을까 합니다.
지루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몇줄씩 천천히 읽어보시면 중국 화산 가실적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토욜저녁은 낙양시의"한강"이란 한식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그곳에서 소주를 원없이 마신 것 같아요^^
역시 충정도 사람들이라 양반기질도 숨겨져 있었고, 공기밥 몇그릇 더 드신분들이라
배려심 또한 국보급이었습니다.
여권 만든지 10년만에 이국땅 밟았는데, 좋은분들과 함께해서 무한한 영광이며,
이렇게 맺어진 인연의 고리를 쭈~욱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살짝 가져봅니다.
지금쯤 여러가지 이유로 못가신 분들은, 기념사진 보면서 배게 지어뜯어봤자 무용지물이니
다음 기회에 직접 체험 해 보셔유~~ㅋ
세상에 오르기 힘든 산은 있어도 오르지 못할 산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날이 더할수록 짙어가는 초록의 향연속에 한밭님들 가정과 직장에
행복이 박넝쿨처럼 엮어나가길 바라면서
꽃구름이 중국 화산을 보고 느낀 그대로 끄적여봤습니다.
2011.05.24 서울 목동에서 꽃구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