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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

일을 줄이는 연습

고전명구
2019년 4월 3일 (수)
삼백마흔일곱 번째 이야기


일을 줄이는 연습
  
일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라.

 

 

省事寡慾
생사과욕


- 황준량(黃俊良, 1517~1563), 『금계집(錦溪集』 외집 제 8권 「거관사잠(居官四箴)」

  
해설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많은 일을 벌여놓고 힘들어 한다. 하나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일을 벌이고 두세 가지 일을 병행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심하면 병을 얻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삶의 목표가 뚜렷하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이들에게 더 많이 보인다. 성취욕이 강해서인지 무슨 일이든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일은 이런 속성이 있는 것 같다. 《명심보감》에 “生事事生 省事事省(생사사생 생사사생)”이라고 하였다. ‘일을 만들면 일이 생겨나고 일을 줄이면 일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일이란 것이 잘 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일이 생겨나고, 안 할라치면 뚝 끊어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계속 일이 몰리고, 일을 못하는 사람은 늘 일이 없어 쉬고 있다. 어찌 그리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대강 보기에는 일이란 그래 보인다.

 

   늘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일을 줄이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잘하고 번잡한 일부터 시작해 하나둘 줄여나가다 보면 점점 일을 줄이는 데 익숙해 질 것이다. 혹 일을 계속 줄이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줄이더라도 최소한으로 해야 할 일은 남는다. 생계와 관련된 일은 부득불 해야 할 것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주위에서 아무리 말리더라도 찾아서 하게 될 것이다.

 

   일을 줄여 나가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모두 다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사라지면 마음은 한층 여유로워지고 사고는 유연해질 것이다. 이렇게 한층 가벼워진 정신을 자신이 진정 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로 돌린다면 훨씬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김현재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