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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6월의 詩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덧,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6월/신달자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유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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