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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글방

처서(處暑)

여름의 끝자락에서 어느덧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處暑)다.

이때 날씨는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할 정도로

농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이 그렇다.

오곡이 무르익기 위해서는 여름의 끝자락까지 햇볕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비가 내리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흉년이 든다는 의미라고 한다.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도 있다.

마치 7월과 8월이 어정어정하거나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집엔 한달전부터 매미와 귀뚜라미가 오케스트라로 연주를 한다 ㅎ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인데,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은 크기 때문에 처서의 날씨에 대한 관심도 컸고,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열매가 그냥 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경영의 곡식이 잘 자라고 잘 여물어 올 가을 경영의 풍년을 기대하며

여름 그 끝자락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처서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절기.

24절기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음력 7월, 양력 8월 23일경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150°에 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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