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창에 태백산 원정산행 공지가 올라 온 날부터
설레임과 갈등이 교차 되었습니다.
마운틴 산악회가 개설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산을 좋아하는 많은 친구들이 가입을 하고 ,
그중에 이름이 익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분명히 꽃구름의 가슴은 흔들렸어요^*^
금요일 야간근무를 끝내고 새벽4시에 귀가를 해서
말끔히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왜그리 잠이 오지 않던지.....
겨우 한시간 20분쯤 자고 일어나 세안도 하지 않은 채
도시락부터 챙겼습니다 ^^(먹는게 남는거니까 ㅎ)
별로 가져갈 것도 없으면서 꾸물대다보니 벌써 7시가 된거야...,-.-,
그래서 울 옆가게 총각한테 부탁을 했지..^
"야~~누나가 지금 사당역까지 날아가야 태백산을 갈수가 있는데 니 우짜면 좋겠노오? "
그랬더니,"아이고~누부야 ~! 진작 말씀하시지요~! "
"울 누부야 추운데 제가 모셔다 드려야지요 .."
어머~구세주가 따로 없었어요 ^^(이삔놈 장가 존데 갈꼬얌 ㅎ)
멀리 미명이 밝아오고 신호등도 고맙게시리 푸른색만 보여주며 날 도와 줬습니다.
사당역 1번출구앞의 새벽은 시껄벅적 친구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침을 깨웠고
새한 고속관광 버스는 30 여명의 산우들을 싣고 강원도 태백을 향해 고고씽 달렸답니다.
부산에선 잦은 봉사활동으로 한달에 서너번은 타고 다녔는데
서울에선 처음 타 본 관광버스가 새로운 분위기를 안겨다주었어요.^^
우리들을 태운 버스가 서울을 마악 벗어나려 할 때쯤,
갑자기 힘찬 남자의 음성이 차안에 울려퍼지는거예요.
그 남자는 "마야"라는 닉을 가진 아주 믿음직하게 생긴 친구였슴다.
산행대장은 "가빈(연주)"인데 아무래도 남자말을 잘 듣는 심리때문에 연주를 도와준 거 같슴다.
얼굴도 잘 생긴넘이 어쩜 그리 박학다식하게 설명도 잘하고 재치와 위트로 장악을 하는지
모든것이 오랜 산행경험으로 얻어진 것으로 판정을 해 봅니다 .
이윽고,친구들의 소개가 있었고, 새벽에 나오느라 식사도 못햇을거라 믿은 총무님이
따스한 멸치국물을 곁들인 김밥을 나눠주고, 커피도 마시며, 옆 짝꿍과 담소를 나누는 동안에
버스는 강원도의 힘을 받으며 꼬불꼬불 꼬부랑길을 달리고 있었슴다.
어딘지 모르지만 계곡엔 하얗게 얼음으로 뒤덮여 스케이트장을 연상케했고
주변에 나무들은 일제히 흰옷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어요 (마치 꿈속풍경처럼말예요}ㅠㅠ
나중에라도 기억나는 친구들은 나한테 귓말로 좀 해 주삼 ㅎ
몇 시간을 달렸는지, 12시20분쯤에 태백산 입구 주차장에 하차를 했슴다.
그리고,화장실 한 번 댕겨오고 인원파악하고나니 바로 산행이 시작되었어요.
아이젠 없인 오를 수 없는 눈길이 시작되어 계속 오르막길을 올랐슴다.
조금 올라가 아래 주차장을 보니, 관광버스가 고속터미널에 있는 버스숫자랑 비슷했슴다.
조선팔도의 산꾼들은 다 모인 것 같았어요.
차안에서 마야가 엄청 겁을 주었는데 날씨는 기상예보를 빚나갔고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조용했어요.
항상 이쁜 꽃구름이 날아가면 바람도 잠드는 날인가봐요 ㅎ(짱돌 날아올라 ㅋㅋ)
그래서 죄다 껴입은 옷을 한 껍데씩 벗고 가뿐하게 산길을 걸었슴다.
중간쯤 올라가니 서울시내보다 산길체증이 심한거 있죠 ..^^
우짠 사람들이 그리 많던지...참하게 생긴 남자에게 살짝 물어봣어요 .
"아저씨는 어느고을에서 오신 분인가요? "
그랬더니,"지는예~부산에서 마누라랑 함께 왔어에~" 아가씨는 어디서 왔능교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어지간한 마음 안 먹으면 엄두도 못낼 일입니다.
나도 부산의 유명한 시민이었지만 그곳에선 강원도를 평생 못갈 줄 알았으니까요 ...^^
그만큼 산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는가봅니다.
그런 멋진 太白山이 우리들을 천제단 까지 이끌고 갔슴다.
그런데, 대장이 인원체크를 하는데 인원수가 모자라는게 아니겠어요 ㅠ
무신 전쟁터 고아도 아니고 ,하필 나한테 손 시리다고 방수장갑을 끼워 주고는
산정상에서 사라지다니...(내마음 아프게시리 ㅎ)
그 친구가 바로 수덕이래요 ^^
하긴 카메라맨 덕수랑 헷갈려서 없어진줄도 몰랐는데.....-,.-(수덕아 미안 )
통화권 이탈지역이라 휴대폰도 안되고 ,답답한 마음의 덕희가 찾으려갔다가 허탕치고...
그곳엔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자리를 펴고 맛난 런치타임에 들어 갔어요.
라벤다가 먼저 냄비에 물을 펄펄 끓이더니 ,김치와 쏘시지를 마구 썰어넣고
떡국도 슝슝 집어 넣으니 금방 부대찌게가 만들어 졌어요.
숟갈도 못 들 정도로 손이 고왔지만 부대찌게 국물을 마시니 위장이 스르르 풀립니다.
수덕이야 먹든 말던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기에 ^^
내 짝궁 불란서가 가져 온 족발에 소주 한잔 들이키고나니, 옆에 흰눈이 보입니다.
꽃구름이 집에서 마시던 위스키는 서로 마시겠다고 난리들이고,
ㅎ간에 기별도 안 갔을거예요 ^^
다음에 구름이옆에 앉으면 맛난 술 따라줄테니 기다리세요 ^^
천제단(天祭壇)이 뭐하는 곳인지는 말 그대로 하늘에 제를 지내는 곳입니다.
차안에서 마야친구가 문제를 내서 맞춘 친구는 로또 1장씩 준걸로 압니다 ㅎㅎㅎ
사실 알았어도 친구들 인생역전 하라고 난 모른척 했슴다 ^^*
대충 식사를 마치고 천제단에서 단체사진도 못찍고
급히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단체로 움직일 때는 개인행동을 못해서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이로울때도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하산길은 무난해서 산행초보라도 뛰어 내려올 수 있는 아주 편한 길이엇어요.
어제 혹시 겁이나서 안간 친구들은 지금 베개 쥐어뜯으며 후회해봐도 소용없으니
다음 기회에 도전 해 보셔요 ^^
원정 산행의 매력은 버스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어제 그 버스안에서도 친구들의 끼를 발산하는 자리였지요.
마야친구의 사회로 이동식 노래방을 가동했습니다.
갈때부터 혼자 노래 두곡 부른 남해촌넘 현득이..^^*
그냥 바라만봐도 코믹함에 웃음부터 나오는 친구랍니다.
매일 주식이 술인지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로 스타트를 끊었음다.
맨 정신으로 하면 제법 들을만 하겠는데 그런대로 귀여웠어요 ^^
워낙 현득이가 설치는 바람에, 우리방의 주당대표인 재원이는 명함도 못 내밀고 ㅋㅋ
여자 대표는 김해에서 시집 온 경상도걸 "초롱" 이 친구였어요 .
목소리가 울매나 커던지 당나귀 귀에까지 들렸을거예요 ^^
얼굴은 오목조목 이뿐데
조금만 더 상냥하고 나긋했으면 훨씬 매력적일거 같았어요 ^^
내가 몇 잔 술에 졸려서, 잠결에 들은 남자의 음성이
어느친구들이 불렀는지 몰라도 참 듣기 편안했어요..
대부분 어제 마이크 잡은 친구들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 들이었고
딱 한명 빼고는 모두가 멋쟁이 들이었어요. (이유없이 욕하는사람 갠적으로 싫어함 )
내가 대놓고 말하자면
"야~~남해바다 현득아~!!
넌 본성은 황토밭에 쟁기질하는 농부같이 참 착하게 보이던데
왜 그렇게 욕을 했샀노오 ?
니 자꾸 친구들앞에 욕하고 그라믄 안되는줄 알제 ..?
구름이가 참 착하고 이쁜여잔데 말이야,,,
아무데서 욕찌껄이고 다니는 사람은 못 봐준다는거 아직 모를끼다..
세상이 조금 더럽고 니를 인정 해주지 않더라도
부모를 원망하거나 세상을 비난하지 말거라.
니가 악의없이 하는 욕설일지라도 문화인들의 귀엔 거슬리니까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이면 족하니까, 앞으로 절대 욕설은 삼가해주면 고맙겠다.
내가 울방의 힘으로 직접 명하노니
누구도 미워하지말고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면 이쁜 친구가 되리라 믿는데이 ^^
(아공,,이제 속이 후련해지네 ~^^*}
한 사람을 꼬집어 이야기했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
어제처럼 산에서 대장말을 안 들으면
미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우리모두 명심 해야겠지요..
아직 모든것이 어수선하고 미비하더라도 리딩자와 후미자를 잘 따라주면
안전산행에 아무 탈이 없을거라고 믿어봅니다.
이제 산행대장들도 어제일을 교훈삼아 잘 인도해주소서....
사실 후기는 인물묘사가 묘미인데 아직 몽타쥬랑 닉이 매치가 안 된 관계로
대충 입김만 불어넣었으니, 여러번 만나고 술 잔 부딪히다보면 차츰 익숙해지겠지요.
어제 심리적으로 젤 힘든 친구는 산행대장 가빈인데 첫 원정산행에다가
태백산도 초행이라 겁을 많이 먹어서인지 ,영월에서 토종닭백숙도 안 먹었어요 ^^
누구나 지도자가 되면 아무리 작은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그래도 든든한 남자친구들이 있어서
모두가 안심한 가운데 멋진 산행을 마칠수가 있었던거 같아요.
산행대장 가빈이의 이름으로 멋진 멘트 날려 준 "마야" 친구 고마웠고
코펠,버너 준비해 온 친구들 덕분에 따뜻한 부대찌게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내 꽁꽁 언 손 녹이라고 방수장갑 벗어주고
미아가 된 수덕이친구도 넘 고마웠고
일일 짝궁인 불란스의 오빠같은 인상이 푸근한 하루였다.
우리 마운틴 친구님들~!!
우린 그저 山이 좋아 만난 사람들입니다.
특히 겨울산은 눈꽃도 매력적이지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니까
대장들 말 잘듣고, 준비만 철저히 하면
멋진 산행과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태백산을 함께 정복한 친구님들 ~!!
땅속깊이 내려가 채광을 시작하는 광부처럼
우리도 삶의 갱속에서
당신의 숨은뜻을 열심히 캐어내어
갈고 닦는 은총의 한 해가 됐으면 좋겠고,
가야할 곳 너무 많고,
볼것, 들을 것, 말할 것 너무 많아
더욱 바쁘고 복잡해진 우리네 일상사의 고단함을
山에서나마 조금씩 풀어갔으면 하는 꽃구름의 바램입니다.
마음은 더 알리고 싶지만 ,
다른 친구들이 올린 사진으로 상상하기를 바라고 ,
이만 두서없이 끄적인 글을 마칠까 합니다.^^
2009.01.11 신정동에서 꽃구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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