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정기산행 후기(後記)
산행날짜:2011년 02월 27일 일요일
날씨:비
산행지:강원도 정선군 화절령-백운산 마천봉(1,426M)
산행참석자: 산벗 32名과
출발:서울 사당역 07시~~
도착:강원도 정선 강원랜드호텔아래 주차장 10시30분
늘 그랫듯이
산방 2월 정기산행을 하루 앞두고 잠이 오질 않았다.
유년시절 봄소풍 전야의 그 설레임처럼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에 분양도 안되는 빌딩을 세우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한 번 작정한 일은 왠만하면 성사를 시키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로 뭉친 산벗들이기에
2월의 싸아한 바람을 가르며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으로 떠나기로 했다.
그런 산아름의 인당수같은 깊은 마음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하느님은 새벽부터 가느다란 빗줄기를 내려보냈지만
우린 아랑곳하지않고 1차 모임장소인 사당역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정산때는 총무 동석님이 먹거리를 준비하기 때문에
자기의 애마에 목동주변 친구들의 다리가 되어주고
명심언냐와 난 편안하게 친구들을 만날수가 있다는거지..^^
그런데,어제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한테 미안하더구나..
산아름 식구들을 강원도로 옮겨주실 버스 기사님께서
출발시간이 다 되어서야 사당역에 도착하셔서
비를 맞으며 덜덜 떨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 마음이 짠했어~~^^
그 기사님의 속은 석탄처럼 시커멓게 타 들어 가셨겠지.ㅋ
그리고, 일기예보에 일요일 전국에 비소식이 있는걸 알면서도
산을 찾는 우리들의 뇌 구조에도 이상이 있는 듯 하네.ㅎㅎ
사당에서 많은 친구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2차로 군자역에서 눈알 튀어나오게 기다리던 벗들을 잽싸게 태우고
32명을 실은 서울수도관광버스는 힘차게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많은 설레임과 기대속에 카페지기의 고향이이기도 하다는 화절령(花折嶺)으로 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에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사선으로 그려지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의 눈을 떠게 하며 비오는날의 수채화를 마구 그렸다.
차안에서는 총무가 준비해 온 김치랑 고기가 침투한 주먹밥과
이쁜 미양님이 컬러별 절편으로 입맛을 땡기게 해 주어 넘 고마웠다.
얼마를 달렸을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 동안 관광버스는 중앙고속도로 제천 IC를 지나
38번 국도 영월-정선 방향~사북에 거의 다다라 있었다.
이름도 유명한 강원랜드 호텔아래 매립지인 주차장에 버스를 바킹하고
오전 10시50분~간단한 준비운동 후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아 바로 산행에 나섰다.
화절령길은 해발 1000m 고원지대에 길고 완만하게 이어진 게 특징이었다.
옛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오래된 시간의 크기만큼 호젓한 시간을 내어 주는것이지...눈덮인 운탄길을 우산과 우의로 몸단장을 하고 걸어가니 알록달록 우산색시들이 시집을 가는 것 같이 뒷태가 아름다웠다.운탄길을 만들 때 심었다는 낙엽송들은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났다.한 때 이 나무들 옆으로 석탄더미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갔을 터.나뭇가지 하나하나에 맺힌 눈꽃들이 광원들의 시름섞인 담배 연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기능적인 면만 강조해 운탄(運炭)길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주변 탄광에서 캐낸 무연탄 등을 실어나르던 차도를 일컫는 말로,
백운산과 두위봉 등 산자락을 타고 100㎞ 가까이 이어져 있다.
그 중 일부가 화절령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버려져 있던 길을
2~3년 전부터 하이원 리조트가 보듬고 살펴서 번듯한 트레킹 코스로 조성해 놓았다.
얼레지,진달래,처녀치마 등 봄부터 가을까지 산길을 수놓았던 들꽃들은
고스란히 트레킹 코스의 이름으로 남았고,겨울철 꽃이 진 자리는 눈꽃이 대신하고 있다.
하이원 리조트에서 정비한 등산로와 트레킹 코스는 2.8㎞부터 10.4㎞까지 모두 6개나 된다고 했다.
역사의 오프로드라는 화절령...
하이원 카지노와 골프장도 원래는 광산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지금은 몇몇 기념물로 남겨둔 옛 탄광 시설들을 빼 놓고는 감쪽같이 흔적이 없어졌다.
서울 난지도가 시민의 휴식처가 된 것처럼 쥐난 머리를 식히기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화절령 삼거리에서 백운산정상(하늘길)으로 방향을 잡고 석탄갱이 무너져 생긴 습지를 둘러본다.
예쁜 이름을 얻은 "도롱이와 아롱이 연못"이란다.
지름이 얼추 80~100cm가 되는 듯 보였다.
이곳부터는 작은 자갈들과 흙으로 된 완만한 경사를 이룬 천천히 오르는 길이었다.
더 이상 석탄을 캐지않아 갱도를 막고 복구해놓은 비탈길을 따라 아직은 정착하지 못한 듯 보이는
키작은 전나무들과 억새,싸리들이 군데군데 헐벗은 비바람을 오롯이 견디고 있었다.
이제 시커먼 석탄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지만
탄 가루로 텁텁한 목을, 탁배기 한잔으로 달래며
갱도로 향하던 그 시절 그들의 꿈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진폐증으로 고생하면서,
개발 독재 시대의 성장 도그마에 묻혀 분배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아닌지....
또,왜 탄광의 풍경은 사실사철 칼라도 없는 흑백의 풍경인지
빗속에서 곰곰히 생각하다 앞으로 보니
우리 산아름벗들의 오색찬란한 우의에 눈이 시원해졌단다.
글을 쓰다보니 너무 사색에 빠져드는 것 같지? 미안 ㅋ*ㅋ
그만큼 화절령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다양하고 멋지다는 거지..
역시 신영선 총대장님의 탁월한 산행지 선택에 갈채를 보내며
다시 몽땅연필에 침을 발라본다.^^
사실 어제 마지막 하산길 하이원 골프장 아래 내리막길에서
먼산 안개를 쳐다보다가 미끄러져 넘어졌거든 ..ㅠㅠ
손바닥에 구멍 몇 개 생기고 왼쪽 허리와 히프에 시퍼렇게 멍들어 있어서 앉아 있기도 힘들지만
간만에 후기 한 번 써 보려고 바둥거려 보니까 이쁘게 봐 주삼 ^^*~
어느정도 워킹을 했을까~!
위장에서 꼬르륵 신호음을 보내왔다.
그래서 정자가 있는 넓은 공터 도착 하자마자
라면을 끓이고 준비 해 온 김치찌게로 식사를 하면서 허기를 달랬다.
남자들이 많으니 여자애들은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부자가 된 느낌이었어.
스스로 팔 걷어 부치고 코펠과 버너에 불을 붙이고 바람을 막으며 끓여준 그 辛라면...
넓직한 마당에 비닐천막을 치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흥부네 가족들처럼 후루룩 짭짭 먹는 모습들만 봐도
난 배가 불러오더라~~(임신은 절대 아님 ㅋㅋ)
발목아픈 강선애언냐를 혼자 차 안에 두고와서 마음이 쓰였지만
그 애는 워낙 밝은 성격이라 버스 기사님과 차를 잘 지킬거라 믿으면서
우리들은 또 다른 고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재촉했지..
그때 시간은 오후 1시10분~~~
하늘길을 걸을때부터 하느님께 브레이크 타임을 적용 해 달라고 부탁은 했지만
끝내 하느님은 쉬지않고 물질을 해 댔지만 원망하는 친구들은 한 명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백운산(마천봉)정상에서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눈덮인 산죽길을 깔딱거리며 오르다보니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올라가보니 그곳은
해발 1,345m에 자리한 마운틴 탑이었다.
백운산을 넘나드는 곤돌라도 바쁘게 움직였다.
밸리탑에서 이어지는 빅토리아 슬로프도 조망하고
설원을 누비며 스키를 타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들을 보며
백운산쪽으로 발길을 돌려 엘레지꽃길로 하산을 했다.
드디어 강원도에도 봄이 오는지 겨울동안 쌓였던 눈들이 녹아내려
처녀치맛길엔 땅이 질퍽대고 있었다.
조심조심 무게중심을 잡고 잘도 내려갔다.
정말 산아름의 벗들은 신체적으로 타고 난 것일까~?
정선웅 후미대장이랑 맨 뒤에 따라오면서 애들에게 말없이 찬사를 보내주었다.
아휴~이쁜 것들~~!!
어슬렁 4시간 정도의 산행은 하이원호텔 주차장으로 마무리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카페지기이하 대장들은
귀가할 때까지 긴장속에 움직인다는것을 잘 알겠지..
사실 어제 점심식사때 추운 몸을 녹이려 급하게 음식을 먹다가 몇 명 애들이 급체를 한 것 같던데
지금쯤 후련하게 내려갔으리라 생각한다.ㅋ
나도 아직 속이 개운치 않아서 서예교실도 못가고 이렇게 청승스럽게 자판 두드리고 있다네...^^
화절령(花折嶺):꽃을 꺾을 재
이름만큼 이쁜 그곳에서 산방 친구들의 화사한 미소와 발자욱 남기고 왔으니
엘레지 보랏빛으로 지천에 피어날 때 또 한번 뭉쳐서 가 보면 좋겠다.
다른달보다 이틀이나 모자란 2월도 마지막날인 오늘
3월의 희망을 잉태하는 바람처럼 산아름 벗들의 가정과 직장에도
따뜻한 훈풍이 스며들었으면 좋겠고
틈 날때마다 산과 들을 누비며 건강한 심신 유지하길 바라고
이만 2월 정기산행에서 본 것들을 모조리 내려놓고 간다.
함께 산행한 산벗들중에 처음 본 친구들은 반가웠고
자주 보던 친구들은 더더욱 반가운거 알지이~~^^*
하산 후 영월군 김삿갓면 옥동리 송어횟집에서 외쳤던 구호인 "늘 처음처럼~!"
흐리지 않을 맑은 눈과 난방이 필요없는 따스한 마음으로 산방을 더욱 빛내자꾸나.
2011년 02월 28일 신정동에서 신윤정이 끄적여봤슴다.